전도연은 1997년 영화에 데뷔한 이후 10년 동안 한국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지켜왔다. 이 말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그녀는 박찬욱, 김기덕, 김지운, 허진호, 유하 등 젊은 감독들의 모임인 ‘디렛터스 컷’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최고 연기자상을 받았다. 또 영화잡지 ‘프리미어’가 제작자· 프로듀서 등 현장 스태프와 영화 기획 마케팅 담당자, 각 신문·방송의 영화 전문 기자 등 1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의 최고 배우로 최민식과 함께 뽑혔다. 전도연의 필모그래피는 90년대 새로운 한국 상업영화의 진보 과정을 보여준다.
*접속(1997)
처음 그녀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충무로에서 그녀의 성공을 예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때만 해도 TV에서의 화려한 이력으로 스크린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연기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인기 탤런트라 해도 영화 경력이 없으면 출연료도 형편없었다. ‘닥터 봉’ ‘은행나무 침대’ ‘초록물고기’ 등으로 ‘석규불패’의 신화를 쌓아가던 충무로 최고의 몸값 한석규가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접속’ 제작진은 적은 출연료로도 캐스팅이 가능한 여자 탤런트를 찾다가 전도연과 계약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하지만 전도연은 다음 작품 ‘약속’이 연이어 성공함으로써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접속’은 서울 관객 80만, ‘약속’은 70만을 기록했다. ‘서편제’가 서울관객 100만을 넘기면서 한국 영화사의 신화로 기록되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대단한 관객동원을 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을 최초로 영화에 접목시킨 ‘접속’에서, 전도연이 맡은 역은 수현이었지만 그녀는 그 이름보다 채팅할 때 쓴 닉네임 ‘여인2’로 더 기억된다. 모뎀으로 연결된 PC통신 시대이기는 했지만, 가상공간에서 채팅을 통해 만난 남녀가 사랑의 상처를 극복해가며 가까워진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전도연은 이 작품에서 정서적 환기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TV가 아닌 스크린의 대형 화면에서 그녀는 훨씬 더 안정되어 보였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몰입의 정서를 그대로 전해주는 데는 클로즈업 숏 위주로 전개되는 좁은 브라운관보다는 대형 스크린이 훨씬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수현에게 고통을 주는 안구건조증은 매우 상징적 장치였다. 물기가 사라진 눈은, 자신이 처해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상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감정의 사치를 벗어난 영화 전체의 쿨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접속’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남을 시도하는 엔딩신을 찍은 피카디리극장 앞은 지금 많이 변했다. 극장 앞 광장의 모습도, 수현을 몰래 훔쳐보기 위해 동현이 올라간 광장의 2층 카페도 리모델링이 돼 영화 속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소통 부재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접속’의 이미지는 아직도 많은 관객들에게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만희 작가의 대학로 히트작 ‘돌아서서 떠나라’를 영화화한 김유진 감독의 작품이 다.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조폭 보스 공상두를 사랑하는 여의사 채희주로 등장해 감정의 폭을 크게 드러내는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부상한다. 전도연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채희주의 당당한 모습을 연기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조폭의 보스이긴 하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만이 나를 배신하는 게 아냐. 네 마음속에서 나를 지우는 것도 배신이야”라는 명대사를 던지며, 공상두를 향한 영원한 사랑을 드러낸다.
*내 마음의 풍금(1998)
하근찬의 원작소설 ‘여제자’를 영화화한 이영재 감독의 데뷔작이다. 전도연은, 열일곱 살이지만 학교에 늦게 들어가서 아직 꾀죄죄한 산골 초등학교 5학년인 윤홍연으로 등장한다. 기자들에게 촬영 현장을 공개했을 때, 촬영 장소인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한 기자들은 아무리 둘러봐도 전도연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50년대 시골 아이들이 입고 있던 검은 바지를 입고 까맣게 탄 얼굴로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 속에 섞여 있는 전도연은 이미 산골 소녀였다. 이 일화는 그녀의 배역 몰입도가 얼마나 뛰어난가를 보여준다.
*해피엔드(1999)
나는 아직도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시사회가 있던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서울 허리우드극장 무대에서 배우와 감독이 인사말을 마친 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아파트의 긴 복도를 또박또박 걸어가는 전도연의 모습을 길게 잡은 오프닝신이 끝나고 타이틀이 뜬 뒤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충격적인 베드신. 영화 담당 기자와 평론가 등 ‘선수들’만 모인 시사회였지만, 극장 안은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쨍강 소리가 날 만큼 공기가 팽팽해졌다.
한국 영화사에서 최초의 여성 가장으로 기억될 ‘해피엔드’의 최보라는 은행원을 하다 IMF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남편 서민기(최민식 분)를 대신해 학원을 운영하며 집안 경제를 책임진다. 다섯 살 된 딸이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지만, 대학시절 애인이었다가 군 입대로 헤어졌던 김일범(주진모 분)을 다시 만나 학원 원장실에서도 정사를 벌일 정도로 그녀는 대담한 애정표현을 보여준다.
남편과의 식탁 신. 남편이 잔소리를 하자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최보라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를 보며,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내 일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신 일이다”라며 “저 가스레인지 불은 당신이 꺼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 역할이 뒤바뀐 것이 성적 역할의 전도로 이어지면서 비극적 파국을 불러일으키는 ‘해피엔드’는, 전도연의 대담한 노출신 못지않게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진보적 정신이 드러난다. 달라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박흥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전도연과 박 감독과의 인연은 후에 ‘인어공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도연은 은행원 설경구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보습학원 선생 원주 역을 맡아 자연스런 일상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도연은 자연스러웠지만, 설경구는 아직 일상적 자연스러움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조인성을 스타로 만드는 매니저 역으로 TV 드라마 사상 최고의 개런티를 받고 ‘별을 쏘다’에 출연한 이후, 전도연은 변신을 꿈꾸고 있었다. 당시 씌어진 거의 대부분의 멜로 영화 시나리오가 전도연에게 전달되었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였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투견장의 건달 불독(정재영 분)의 정부로 등장하는 전도연은, 호피 무늬 톱과 짧은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고 굵은 파마 머리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캔들-조선남녀 상열지사(2003)
‘정사’를 만든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전도연에게는 첫 사극이었다. 9년간 수절하며 열녀문까지 하사받았지만 바람둥이 조원(배용준 분)의 열렬한 애정공세 앞에 무너지는 숙부인 역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표현대로 사랑 지상주의자니까…. 영화는 빼어난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숙부인을 함정에 빠뜨리는 조씨 부인(이미숙 분)의 매력적 캐릭터와 전도연, 배용준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어 ‘통하였느냐’는 시중의 유행어를 낳았다.
*인어공주(2004)
한 배우에게 1인 2역을 맡겼다는 것은 연기력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어공주’의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20대의 딸인 은행원 나영과, 70년대 어촌 마을에서 해녀 연순이었던 그의 어머니 역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배우는 전도연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결국 전도연이 그 역을 맡았다. 그리고 ‘역시 전도연이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너는 내 운명(2005)
AIDS에 걸린 사창가 출신의 시골 다방 종업원 전은하 역을 연기하기 위해 전도연은 ‘너는 내 운명’의 시나리오를 여덟 번이나 읽고, 출연을 결정했다. AIDS라는 낯선 병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는 매력적이었고, 상대역인 순수한 시골 노총각 김석중 역에 황정민을 추천했다.
전도연과 황정민은 같은 싸이더스 HQ 소속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오누이 같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미남미녀라고 부를 수 없어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너는 내 운명’은 그들의 기막힌 어울림으로 재미와 감동을 준다.
전도연은 우리 시대 최고의 여배우다. 하지만 여전히 귀여운 그녀의 얼굴에도 주름살이 생겨날 것이고, 그는 아내나 어머니 역을 맡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변치 않는 것은 배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연스런 연기를 섬세하게 보여줄 것이다.
*접속(1997)
처음 그녀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충무로에서 그녀의 성공을 예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때만 해도 TV에서의 화려한 이력으로 스크린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연기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인기 탤런트라 해도 영화 경력이 없으면 출연료도 형편없었다. ‘닥터 봉’ ‘은행나무 침대’ ‘초록물고기’ 등으로 ‘석규불패’의 신화를 쌓아가던 충무로 최고의 몸값 한석규가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접속’ 제작진은 적은 출연료로도 캐스팅이 가능한 여자 탤런트를 찾다가 전도연과 계약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하지만 전도연은 다음 작품 ‘약속’이 연이어 성공함으로써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접속’은 서울 관객 80만, ‘약속’은 70만을 기록했다. ‘서편제’가 서울관객 100만을 넘기면서 한국 영화사의 신화로 기록되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대단한 관객동원을 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을 최초로 영화에 접목시킨 ‘접속’에서, 전도연이 맡은 역은 수현이었지만 그녀는 그 이름보다 채팅할 때 쓴 닉네임 ‘여인2’로 더 기억된다. 모뎀으로 연결된 PC통신 시대이기는 했지만, 가상공간에서 채팅을 통해 만난 남녀가 사랑의 상처를 극복해가며 가까워진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전도연은 이 작품에서 정서적 환기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TV가 아닌 스크린의 대형 화면에서 그녀는 훨씬 더 안정되어 보였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몰입의 정서를 그대로 전해주는 데는 클로즈업 숏 위주로 전개되는 좁은 브라운관보다는 대형 스크린이 훨씬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수현에게 고통을 주는 안구건조증은 매우 상징적 장치였다. 물기가 사라진 눈은, 자신이 처해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상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감정의 사치를 벗어난 영화 전체의 쿨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접속’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남을 시도하는 엔딩신을 찍은 피카디리극장 앞은 지금 많이 변했다. 극장 앞 광장의 모습도, 수현을 몰래 훔쳐보기 위해 동현이 올라간 광장의 2층 카페도 리모델링이 돼 영화 속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소통 부재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접속’의 이미지는 아직도 많은 관객들에게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만희 작가의 대학로 히트작 ‘돌아서서 떠나라’를 영화화한 김유진 감독의 작품이 다.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조폭 보스 공상두를 사랑하는 여의사 채희주로 등장해 감정의 폭을 크게 드러내는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부상한다. 전도연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채희주의 당당한 모습을 연기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조폭의 보스이긴 하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만이 나를 배신하는 게 아냐. 네 마음속에서 나를 지우는 것도 배신이야”라는 명대사를 던지며, 공상두를 향한 영원한 사랑을 드러낸다.
*내 마음의 풍금(1998)
하근찬의 원작소설 ‘여제자’를 영화화한 이영재 감독의 데뷔작이다. 전도연은, 열일곱 살이지만 학교에 늦게 들어가서 아직 꾀죄죄한 산골 초등학교 5학년인 윤홍연으로 등장한다. 기자들에게 촬영 현장을 공개했을 때, 촬영 장소인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한 기자들은 아무리 둘러봐도 전도연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50년대 시골 아이들이 입고 있던 검은 바지를 입고 까맣게 탄 얼굴로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 속에 섞여 있는 전도연은 이미 산골 소녀였다. 이 일화는 그녀의 배역 몰입도가 얼마나 뛰어난가를 보여준다.
*해피엔드(1999)
나는 아직도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시사회가 있던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서울 허리우드극장 무대에서 배우와 감독이 인사말을 마친 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아파트의 긴 복도를 또박또박 걸어가는 전도연의 모습을 길게 잡은 오프닝신이 끝나고 타이틀이 뜬 뒤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충격적인 베드신. 영화 담당 기자와 평론가 등 ‘선수들’만 모인 시사회였지만, 극장 안은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쨍강 소리가 날 만큼 공기가 팽팽해졌다.
한국 영화사에서 최초의 여성 가장으로 기억될 ‘해피엔드’의 최보라는 은행원을 하다 IMF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남편 서민기(최민식 분)를 대신해 학원을 운영하며 집안 경제를 책임진다. 다섯 살 된 딸이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지만, 대학시절 애인이었다가 군 입대로 헤어졌던 김일범(주진모 분)을 다시 만나 학원 원장실에서도 정사를 벌일 정도로 그녀는 대담한 애정표현을 보여준다.
남편과의 식탁 신. 남편이 잔소리를 하자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최보라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를 보며,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내 일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신 일이다”라며 “저 가스레인지 불은 당신이 꺼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 역할이 뒤바뀐 것이 성적 역할의 전도로 이어지면서 비극적 파국을 불러일으키는 ‘해피엔드’는, 전도연의 대담한 노출신 못지않게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진보적 정신이 드러난다. 달라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박흥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전도연과 박 감독과의 인연은 후에 ‘인어공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도연은 은행원 설경구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보습학원 선생 원주 역을 맡아 자연스런 일상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도연은 자연스러웠지만, 설경구는 아직 일상적 자연스러움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조인성을 스타로 만드는 매니저 역으로 TV 드라마 사상 최고의 개런티를 받고 ‘별을 쏘다’에 출연한 이후, 전도연은 변신을 꿈꾸고 있었다. 당시 씌어진 거의 대부분의 멜로 영화 시나리오가 전도연에게 전달되었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였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투견장의 건달 불독(정재영 분)의 정부로 등장하는 전도연은, 호피 무늬 톱과 짧은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고 굵은 파마 머리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캔들-조선남녀 상열지사(2003)
‘정사’를 만든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전도연에게는 첫 사극이었다. 9년간 수절하며 열녀문까지 하사받았지만 바람둥이 조원(배용준 분)의 열렬한 애정공세 앞에 무너지는 숙부인 역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표현대로 사랑 지상주의자니까…. 영화는 빼어난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숙부인을 함정에 빠뜨리는 조씨 부인(이미숙 분)의 매력적 캐릭터와 전도연, 배용준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어 ‘통하였느냐’는 시중의 유행어를 낳았다.
*인어공주(2004)
한 배우에게 1인 2역을 맡겼다는 것은 연기력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어공주’의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20대의 딸인 은행원 나영과, 70년대 어촌 마을에서 해녀 연순이었던 그의 어머니 역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배우는 전도연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결국 전도연이 그 역을 맡았다. 그리고 ‘역시 전도연이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너는 내 운명(2005)
AIDS에 걸린 사창가 출신의 시골 다방 종업원 전은하 역을 연기하기 위해 전도연은 ‘너는 내 운명’의 시나리오를 여덟 번이나 읽고, 출연을 결정했다. AIDS라는 낯선 병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는 매력적이었고, 상대역인 순수한 시골 노총각 김석중 역에 황정민을 추천했다.
전도연과 황정민은 같은 싸이더스 HQ 소속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오누이 같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미남미녀라고 부를 수 없어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너는 내 운명’은 그들의 기막힌 어울림으로 재미와 감동을 준다.
전도연은 우리 시대 최고의 여배우다. 하지만 여전히 귀여운 그녀의 얼굴에도 주름살이 생겨날 것이고, 그는 아내나 어머니 역을 맡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변치 않는 것은 배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연스런 연기를 섬세하게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