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위치한 민둥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억새는 보통 10월 초순부터 중순 사이에 꽃을 피우면 이듬해 봄까지 그 전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은백색으로 한껏 물든 억새꽃 물결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은 10월 중순이 가장 좋다. 구름보다도 하얀 억새가 한 줌 바람에 하늘거리며 손짓하는 요즘. 산속에서 일렁이는 은빛 파도에 묻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위치한 민둥산(1118m)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민둥산은 이름처럼 나무가 없는 민머리산이지만 가을이면 정상이 모두 억새로 뒤덮여 뒤늦은 가을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능선 타고 펼쳐진 20만평 장관
둥그스름한 능선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은 20만평가량. 투명한 가을 햇살을 받아 산 전체가 은빛 물결에 휩싸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민둥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때는 억새밭 너머로 해가 질 무렵이다. 하얀 억새가 불그스름한 노을빛을 받아 빚어내는 금빛 물결은 황홀하다 못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이름에서 풍기듯 멀리서 바라본 민둥산은 산세가 평범하고 밋밋해 다소 실망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산 아래서는 정상의 풍경을 짐작조차 하지 못할 만큼 베일에 싸인 산이기 때문이다. 또 산세가 부드럽다 하여 만만하게 봤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막상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숨겨진 경사가 많아 땀을 제법 빼야 정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둥산 억새 산행 기점은 해발 800m 고지에 위치한 발구덕마을. 석회암으로 이루어진카르스트 지형으로, 지반이 군데군데 움푹 파인 독특한 형태를 지닌 마을이다. 여기저기 푹 꺼진 구덩이는 모두 8개. 그래서 ‘팔구덩’이라 부르던 이름이 언젠가부터 슬며시 ‘발구덕’으로 바뀌었다. 석회암층으로 덮여 있는 정상 부근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민머리산이 되었지만 마을 초입은 소나무 숲으로 덮여 있어 산행의 첫걸음을 싱그럽게 해준다.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숨이 가빠오지만 한 시간 남짓 되어 ‘깔딱고개’를 넘어서면 정상 능선과 함께 억새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8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펼쳐진 억새밭 너머로 증산역과 지억산, 함백산 등 고원 준봉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이 그림 같다.
민둥산 억새밭의 이색 휴게소(왼쪽)와 구절리역에 폐객차로 만들어진 카페테리아 ‘여치의 꿈’.
레일 바이크 정선 5일장 체험도
억새 산행을 마치고 이튿날 오전엔 레일 바이크를 타고 추억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레일 바이크는 말 그대로 철로를 달리는 자전거로 지금은 폐쇄된 정선군 북면 구절리에서 아우라지 지역까지(7.2km, 시속 10km 안팎으로 약 50분 소요) 하루 7회 운행한다. 이 구간은 노추산과 오장폭포 등 절경도 뛰어나 페달을 밟으며 천천히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아울러 구절리역에 폐객차를 개조해 만든 이색적인 카페테리아 ‘여치의 꿈’도 쏠쏠한 볼거리를 안겨준다. 레일 바이크는 4명까지 탑승할 수 있고 가격은 2인 기준 1만5000원, 4명은 2만원이다.
아울러 돌아오는 길에 날짜가 맞는다면 시골 장터의 향수를 엿볼 수 있는 정선 5일장(정선읍 봉양리 장터, 끝자리 수 2, 7일)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요즘은 예전처럼 엿장수나 각설이 등 떠돌이 상인은 찾아볼 수 없지만 ‘신토불이’ 명찰을 달고 난전을 벌여놓은 시골 할머니들의 훈훈한 인심을 듬뿍 받아올 수 있다. 가을에는 산초, 황기, 더덕, 감자, 머루와 다래 등 싱싱한 가을걷이들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장터 안 먹자거리에서 감자떡, 수수부침개, 메밀부침개, 황기백숙, 옥수수술 등 도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토속 먹거리를 맛보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찾아가는 길
승용차: 영동고속도로 만종IC에서 중앙고속도로 진입-서제천IC로 빠져나가 1.5km 정도 제천 방면으로 진행-제천외곽도로 진입-8번 국도 이용-영월-증산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