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놈의 술이 문제다. 9월22일 오후 국회 법사위는 대구 고·지검에 대한 국정감사를 끝내고 회식을 했다. 보람찬 하루를 끝마친 팔도 사나이들이 그냥 집에 갈 수 있겠는가. 11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이때만은 여야가 없고, 국감을 하는 사람과 국감을 받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술이 술을 부를 뿐. 그래서 11명이 모여서 2차를 했단다. 모름지기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은 그 자리가 파하면서 다 잊어버리는 것이 예의인데, 누군가 정신이 빠릿빠릿하거나 억한 심정이 있었나 보다.
모 국회의원이 폭탄주를 마시며 카페의 여사장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욕설을 퍼부었다고 모 매체가 대서특필을 했다. 그리고 일은 일파만파가 되었다. 당사자인 국회의원은 자기가 아니라 대구지검의 모 검사가 그랬던 것을 착각한 것이라 하고, 그 검찰 간부는 말도 안 된다며 사실을 부인하다가 며칠 후 너무 취해 실수를 했다고 고백했다.
같이 술을 마신 국회의원들의 말도 엇갈린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라쇼몽(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현실과 꿈을 뒤섞은 영화)이 따로 없다. 라쇼몽에서와 같이 굿을 해서 귀신이라도 불러야 할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크게 다친 사람 없이 유야무야가 되고, 결국 다 같이 모든 문제는 ‘폭탄주’ 때문이라고 얼버무리고 끝낼 듯싶다. 또 폭탄주가 죄인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폭탄주를 마시는 걸까? 들리는 말로는 폭탄주는 맥주와 양주가 섞여서 위에 가장 흡수되기 좋은 농도가 되고, 맥주의 탄산이 섞이기에 흡수가 잘 된단다. 게다가 다 같이 돌아가면서 마시니 민주적이고, 짧은 시간에 빨리 취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는 것이 폭탄주 예찬론자들의 고백이다. 그 얘기는 결국 폭탄주는 빨리 취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날 참석한 11명의 주변인들 모두 하나같이 제대로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다 같이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만취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술을 마시면 대뇌의 억제능력을 약화시켜 다 같이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몇 시간 전까지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피말리게 신경전을 벌이던 사람들이라 해도 이렇게 술에 취하고 나면 어느새 어깨동무를 한다. 또 술을 마시면 감성적인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평소에는 하지 않던 속내를 털어놓게 되거나, 사회적 지위 등으로 가려 있던 진면목을 드러내는 기회가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서먹한 사이일수록 빨리 몇 순배 술잔을 돌리게 되는 게 사회 경험이 많은 이들의 기술 중 하나라고 한다.
어색한 분위기 “얘기하기 싫어요” 해프닝
필자는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사업상의 이유로 접대를 많이 하는 친구에게 진위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속내를 털어놔? 아니야,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가지”라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어차피 저녁식사 자리에서 할 얘기는 다 했고, 그렇다고 각자 집으로 헤어지자니 어쩐지 허전한데 더 얘기는 하기 싫고, 그러니 떠들썩하게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눌 것이면 맥주 한 잔 마셔가며 천천히 해도 좋을 텐데, 굳이 다음날 무슨 말을 했는지 서로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은 분명 ‘서로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 위해 마시는 것에 집중했고, 그랬으니 그날 술자리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똑바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술을 나누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사회적 관습 때문에 억지로 모여서 늦게까지 있다 보니 생긴 해프닝 아니겠는가? 이런 인간 심리를 이해한다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폭탄주 돌리자는 제안은 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은 사실은 ‘당신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란 표현일 수 있으니까.
모 국회의원이 폭탄주를 마시며 카페의 여사장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욕설을 퍼부었다고 모 매체가 대서특필을 했다. 그리고 일은 일파만파가 되었다. 당사자인 국회의원은 자기가 아니라 대구지검의 모 검사가 그랬던 것을 착각한 것이라 하고, 그 검찰 간부는 말도 안 된다며 사실을 부인하다가 며칠 후 너무 취해 실수를 했다고 고백했다.
같이 술을 마신 국회의원들의 말도 엇갈린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라쇼몽(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현실과 꿈을 뒤섞은 영화)이 따로 없다. 라쇼몽에서와 같이 굿을 해서 귀신이라도 불러야 할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크게 다친 사람 없이 유야무야가 되고, 결국 다 같이 모든 문제는 ‘폭탄주’ 때문이라고 얼버무리고 끝낼 듯싶다. 또 폭탄주가 죄인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폭탄주를 마시는 걸까? 들리는 말로는 폭탄주는 맥주와 양주가 섞여서 위에 가장 흡수되기 좋은 농도가 되고, 맥주의 탄산이 섞이기에 흡수가 잘 된단다. 게다가 다 같이 돌아가면서 마시니 민주적이고, 짧은 시간에 빨리 취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는 것이 폭탄주 예찬론자들의 고백이다. 그 얘기는 결국 폭탄주는 빨리 취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날 참석한 11명의 주변인들 모두 하나같이 제대로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다 같이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만취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술을 마시면 대뇌의 억제능력을 약화시켜 다 같이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몇 시간 전까지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피말리게 신경전을 벌이던 사람들이라 해도 이렇게 술에 취하고 나면 어느새 어깨동무를 한다. 또 술을 마시면 감성적인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평소에는 하지 않던 속내를 털어놓게 되거나, 사회적 지위 등으로 가려 있던 진면목을 드러내는 기회가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서먹한 사이일수록 빨리 몇 순배 술잔을 돌리게 되는 게 사회 경험이 많은 이들의 기술 중 하나라고 한다.
어색한 분위기 “얘기하기 싫어요” 해프닝
필자는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사업상의 이유로 접대를 많이 하는 친구에게 진위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속내를 털어놔? 아니야,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가지”라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어차피 저녁식사 자리에서 할 얘기는 다 했고, 그렇다고 각자 집으로 헤어지자니 어쩐지 허전한데 더 얘기는 하기 싫고, 그러니 떠들썩하게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눌 것이면 맥주 한 잔 마셔가며 천천히 해도 좋을 텐데, 굳이 다음날 무슨 말을 했는지 서로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은 분명 ‘서로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 위해 마시는 것에 집중했고, 그랬으니 그날 술자리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똑바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술을 나누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사회적 관습 때문에 억지로 모여서 늦게까지 있다 보니 생긴 해프닝 아니겠는가? 이런 인간 심리를 이해한다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폭탄주 돌리자는 제안은 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은 사실은 ‘당신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란 표현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