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유쾌한 ‘노출과 섹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8/25/200508250500040_1.jpg)
훌리오 메뎀의 기존 영화들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루시아’는 다소 정신없는 영화다. 심지어 제목도 그렇다. 이 영화엔 섹스 장면도 많이 나오고 루시아라는 여성도 많이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루시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 남자 주인공인 작가 로렌조의 소설이다. 로렌조는 6년 전에 자신과 섹스를 한 적이 있는 엘레나라는 여자가 루나라는 딸을 낳았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쓴다. 여기서부터 현실과 허구는 뒤섞이기 시작하고, 괴상한 유머감각을 가진 운명의 여신이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이상한 우연의 일치로 연결된 미로 속으로 집어던진다.
그렇다면 루시아는 누구냐고? 처음에는 그의 팬이었다가 나중엔 애인이 된 웨이트리스 이름이다. 루시아는 당당한 타이틀 롤이라 영화는 이 캐릭터에게도 많은 드라마를 제공해주지만, 재미있게도 이 사람의 이야기는 로렌조의 이야기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메뎀 감독의 전작 ‘북극의 연인들’이 그런 것처럼, 이 영화도 기본적으로 운명과 운명의 법칙에 대한 영화다. 단지 엄격한 규칙을 따르는 소네트나 체스 경기 같았던 ‘북극의 연인들’과는 달리, ‘루시아’는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된다. 자신의 운명을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었던 ‘북극의 연인들’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심지어 자신이 이 영화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마치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자유롭다.
![가볍고 유쾌한 ‘노출과 섹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8/25/200508250500040_2.jpg)
이렇게 말하면 괜히 야한 작품처럼 느껴지지만 ‘루시아’는 결코 그런 부류가 아니다. 이 영화의 노출과 섹스는 끈끈한 에로티시즘의 분출과는 상관없다. 오히려 이들은 어른들의 규칙과 규약에서 벗어난 장난꾸러기들의 유희처럼 가볍고 유쾌하다. 따지고 보면 ‘루시아’라는 영화 전체가 그렇다. 9월2일, CGV예술관(강변, 상암, 부산 서면)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