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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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소음만 잡으려다 큰일 날라

‘수면무호흡’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질환 … 꼼꼼한 수면다원검사 후 ‘피판성형술’ 환자 만족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8-26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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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골이 소음만 잡으려다 큰일 날라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는 코골이 환자.

    드르렁드르렁 쿨쿨….’ 동요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드르렁드르렁은 코를 고는 소리, 쿨쿨은 잘 잔다는 의성어다. 동요로 불릴 만큼 우리는 코를 골며 자는 것을 숙면의 상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 코고는 소리는 ‘코골이’라는 병의 증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코골이가 병이라는 인식은 없으면서도 큰 소음으로 인해 코골이 수술은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이하 예송 수면센터) 박동선·이종우 공동원장은 “소리를 없애기 위한 코골이 수술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면무호흡은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을 유발하고, 수면 중 호흡곤란으로 돌연사의 원인이 되므로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수면질환이다.

    “소리 없애려는 수술 매우 위험”

    예송 수면센터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코골이 수술을 하기 전 수면다원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모든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을 동반한다는 연구 발표가 있을 정도로 단순 코골이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수면다원검사를 하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의 유무나 경중의 정도를 찾아내기 어려워 소음만 없애고 수면무호흡은 방치돼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송 수면센터가 자신들을 ‘수면 전문병원’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코골이를 단순하게 치부해 수면다원검사 없이 무조건 수술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 .

    수면다원검사는 6~8시간 잠을 자면서 뇌전도, 호흡의 변화 측정, 코골이 측정,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 각종 검사를 통해 수면장애의 정확한 원인과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를 제외하곤 개원가에서 수면다원검사 장비를 갖춘 의원은 예송 수면센터가 유일하다. 이는 그동안 코골이 수술이 수면다원검사 없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다.

    국내에서는 아직 수면다원검사가 생소한 감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수면다원검사가 일반화되어 있다. 숙면 여부에 따라 건강상태는 물론 사고의 위험 정도까지 파악되기 때문이다. 수면다원검사 결과가 없으면 보험 가입이 안 될 정도다. 특히 조종사나 운전기사, 집중을 요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인 경우 더욱 그렇다. 코골이로 인한 수면 부족이 낮 동안의 졸음증이나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소, 인지능력 장애를 유발해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골이 소음만 잡으려다 큰일 날라

    아이의 코를 검사하고 있는 이종우 원장(왼쪽)과 코골이 환자의 콧속을 검사하고 있는 박동선 원장.

    특히 수면무호흡과 코골이는 반드시 수면장애를 동반하므로 만성피로에 시달리거나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수면다원검사를 받지 않은 채 코골이 수술을 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수술은 목젖 부위를 잘라내 기도를 넓히는 구개수인두성형술(UPPP)이다. 문제는 이 수술이 코골이에는 효과적이지만, 수면무호흡에는 효과가 떨어지고 통증과 후유증이 크다는 점이다.

    수면센터 개원 전 이 수술을 직접 받은 박원장은 이 수술의 폐해를 실감 나게 경험했다. 수술 집도의는 통증이 심하고 후유증이 길다며 말렸지만, 환자에게 어느 정도 통증이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일이었다. 박 원장은 개원 후 그의 환자들에게 이 수술을 하지 않는다. 환자의 처지에서 수술을 받아보니 통증과 후유증이 너무 컸기 때문. 예송 수면센터에서 사용하는 수술법은 ‘피판성형술’로 보통의 경우처럼 목젖을 잘라내지 않고 위로 접어 기도를 넓히는 방법이다.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효과는 높으면서 통증과 후유증은 적은 장점이 있다.



    양압적 환기 치료도 권장

    심진묵(43) 씨는 ‘피판성형술’ 치료로 수면무호흡과 코골이가 모두 호전돼 새 인생을 살고 있는 경우. 심 씨는 아내와 각방을 쓴 지 11년 만에 합방을 하게 돼 신혼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의 수면다원검사 결과는 수술치료로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였다. 코고는 소리가 옆 사람의 잠을 방해할 정도로 크고 수면무호흡 지수도 높았지만, 내시경검사 결과 비중격만곡증과 비후성비후염이 심한 상태라 기도 부분의 원인과 함께 코 질환을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 코 수술과 피판성형술을 함께 받은 뒤, 숙면을 할 수 있고 부부관계도 좋아져 신혼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이종우 수면전문의는 “코고는 소리만 없애려고 구개수인두성형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 했다면 수면무호흡이 심각해져 생명을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며 “수면다원검사의 효과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또 하나 수면다원검사가 꼭 필요한 대상은 소아의 경우다. 소아의 코골이는 7~10%,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0.7~3.4% 정도로 학령기 전 소아에게 많이 나타난다. 아이들에게 수면무호흡이 있는 경우 신체적, 정신적 발달과정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해 성장장애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아이가 화를 잘 내고, 공격적이거나 심하게 변덕스럽고, 학습장애를 보이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 수면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성장발육이 늦거나 밥을 잘 안 먹는 경우도 해당된다.

    코골이 소음만 잡으려다 큰일 날라
    이 원장은 “소아 코골이나 폐쇄성무호흡증은 주로 편도나 아데노이드 비대로 인해 발생돼 아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며 “부모가 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잘 지켜보고 이상 증세를 보이면 바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예송 수면센터에서 수면무호흡 치료를 받은 서대원(8) 군은 아데노이드 제거 수술을 받고 증세가 완전히 호전됐다. 대원이는 주위에서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밥도 잘 먹고 산만함도 없어졌다. 또래에 비해 작았던 키도 부쩍 자라 수면질환 치료 효과를 톡톡히 봤다. 소아의 경우 대부분 수면질환 치료로 다른 증상들이나 성격적 문제까지 많이 개선돼 만족도가 아주 높다.

    성인부터 소아까지 수면질환 치료는 물론, 수면의 질을 높여 인생의 질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박 원장은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며 “뇌와 몸이 같이 푹 자게 되면 몸은 물론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뇌와 몸이 잘 자는 것은 수면무호흡과 코골이가 없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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