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지스’가 처음 결성된 것이 1958년이었으니 무려 47년 만의 첫 내한공연이다. 반갑다. 하지만 반가운 만큼 아쉬움도 크다. 엄격히 말해 이번 공연은 ‘비지스’의 공연이라고 할 수 없다. ‘비지스’ 3형제 중 모리스 깁은 2003년 이미 세상을 떠났고 맏형이자 음악적 핵인 배리 깁은 성대결절로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무대에 오르는 이는 로빈 깁 한 명뿐이다.
2002년 펼쳐졌던 로저 워터스의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핑크 플로이드-로저 워터스 내한공연’이라고 소개되었지만 ‘핑크 플로이드’는 이미 오래전에 해산한 뒤였고, 기실 그것은 로저 워터스의 단독 공연이었을 뿐이다. 같은 해 있었던 스모키의 내한공연은 더했다. 데뷔 27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은 스모키의 멤버들은 이미 쉰을 훌쩍 넘긴 나이였고 기량은 전성기 때를 떠올릴 바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룹의 핵인 보컬리스트 크리스 노먼이 빠진 상태였으니 ‘스모키의 공연’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하긴 좀처럼 유명한 해외 팝스타들의 공연을 보기가 힘들었던 옛날에 비한다면(오죽하면 69년 클리프 리처드는 내한공연 당시 거의 국빈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을까) 그나마 요즘은 낫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도 온전한 핑크 플로이드나 비지스를 만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U2나 롤링 스톤스 같은 당대의 명그룹들을 한국 땅에서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것은 나만의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