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95년 이세돌 3단과 함께 입단한 조한승 5단의 소리 소문 없는 진격에서도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올해 스무살인 조 5단은 입단동기 이세돌의 화려한 부상에 가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고 있으나, 작년에 ‘정상 등용문’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올 초엔 제45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에까지 나서는 등 범상치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에 이어 이번 제46기 국수전(동아일보 주최) 토너먼트에서도 조 5단은 승자조 결승에 선착했다. 상대는 한·중·일 국가 대항전인 농심배에서 다크호스로 활약한 17세의 최철한 4단. 그러고 보면 요즘 한국바둑은 ‘운동화부대(10대)의 놀이터’란 말이 실감난다.
흑1로 하변 백진을 삭감하러 온 대목. 결론부터 말하면 이 수는 깊었다. 흑‘가’로 한 줄 얕게 삭감, 백 ‘나’ 정도는 집을 지어주고 길게 승부를 볼 장면이었다. 이것이 배 아파 흑1로 슬쩍 한 걸음 더 들어갔으나 백2로 정지작업을 벌인 뒤 4의 모자를 씌우니 생각 이상으로 화력이 강하다. 흑5부터 11로 비칠비칠 게걸음을 칠 수밖에.

흑17은 처럼 머리를 내밀어야 했다. 백A가 워낙 힘차고 우변 흑에 선수성 의미가 있어 실전 흑17로 어찌어찌 변화를 구하려 했던 것이 파국을 앞당겼다. 186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