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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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입김에 표류하는 ‘하이닉스’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12-02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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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 입김에 표류하는 ‘하이닉스’
    하이닉스 처리문제가 김대중 정부 임기 말을 앞두고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위해 하이닉스를 실사한 도이체방크의 보고서가 난산을 거듭하면서 독자회생과 해외매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여기에다 정치권의 떠넘기기까지 겹쳐 하이닉스 처리 문제는 이래저래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지자체 선거과정에서 ‘독자회생’을 약속했던 손학규 경기지사는 9월6일 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해 다시 한번 독자회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며칠 뒤인 9월12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선대위 발족식에서 “집권하면 김대중 정권이 남겨놓은 부실기업들은 구조조정특별법을 제정해 취임 후 1년 이내에 설거지를 끝낼 것”이라고 공언해 하이닉스 독자회생론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날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의 발언을 전해 듣고 “결국 현 정권 임기 내에 하이닉스 처리문제가 결정되기는 그른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조속한 해외매각’을 강조해오던 정부와 민주당 역시 최근 들어 적극적 매각의사를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방안을 컨설팅해온 도이체방크측이 매각보다는 선(先)채무조정과 정상화 쪽에 무게를 둔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해 사실상 해외매각 방침을 접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해외매각 논리에 밀려 독자회생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다시 정부와 정치권의 떠넘기기에 밀려 시간만 끌다 독자회생의 기회마저 놓치고 있는 형편”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편 아무런 대책 없이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하이닉스가 내년초쯤 또 한 번의 유동성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데에는 채권단과 도이체방크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시간이 ‘약’이 아니라 ‘독’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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