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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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꿈 접고 소리꾼 변신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3-08-01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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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의 꿈 접고 소리꾼 변신
    9월28일 ‘한승석 소릿결 위드 푸리’라는 이름으로 첫번째 개인발표회를 갖는 국립창극단원 한승석(33). 그는 ‘국악’이라는 다소 오래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밝고 활기찬 젊은이다. “제가 과연 남들 앞에 설 만한 실력을 갖추었는지 관객에게 묻고 싶어요. 또 전통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국악을 하려는, 내 자신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죠.” 한승석을 소개할 때 꼭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하나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 대학 신입생 시절 ‘한사위’라는 춤패에 가입했던 그는 국악의 매력에 끌려 법관 대신 국악인의 길을 택했다. ‘동아리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는 드물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남들보다 병이 깊었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진도가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국악에 익숙했어요. 대학교 3학년 즈음까지는 그저 아마추어였는데 군대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좀더 진지하게 국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대 후 복학도 미루고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찾아가 사물놀이를 배웠다. 이즈음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독립한 이광수와의 만남은 그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이광수 선생님을 찾아가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를 맞으면서 ‘도와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부터 다른 생각 안 하고 열심히 국악에만 매달렸죠. 대학도 간신히 졸업했어요.”

    아직 젊은 나이지만 한승석은 사물놀이를 비롯해 무속음악, 판소리 고법 등 다양한 국악을 섭렵한 실력파 국악인이기도 하다. 국악퓨전그룹 ‘푸리’와 함께 할 그의 무대에서는 몽금포 타령을 모티브로 구성한 실내악곡 ‘달빛항해’, 원일이 작곡한 기타와 피리 이중주곡 ‘간’ 등 갖가지 실험적 국악이 선보일 예정이다. “저는 전통만 고수하는 국악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통에 대한 철저한 탐구 없이 실험을 하는 것도 어설픈 일입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말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제 신조입니다. 옛것을 법으로 삼아 새로움을 창조하자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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