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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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게 다 그런 거지 뭐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0-21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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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사는게 다 그런 거지 뭐
    솔직히 많은 사람들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상하다’고 생각할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홍감독의 영화를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도 분명하다. 그건 수치가 증명해 준다. 그의 ‘최고 흥행작’ ‘오! 수정’조차도 서울 관객 10만명을 넘지 못했으니까.

    홍상수의 영화엔 특별히 흥미를 끌 만한 요소도 없고, 스펙터클도 없고, 깜짝 놀랄 만한 ‘사건’도 없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스타가 나오는 영화도 아니고, 남녀간의 연애사건을 주로 다루지만 그렇다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성 영화는 전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같은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 일단 재미있고,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인간들이 나와 우리 사는 거랑 별반 다를 일 없는 일상을 그려 가는데 그 사소함과 구질구질함이 또한 재미있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독의 예리함과 삶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이 특히 놀랍고 재미있다.

    이번에도 홍상수 마니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새 영화를 기다렸을 것이다. ‘오! 수정’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새 영화의 제목이 ‘생활의 발견’이라는 것도 역시 홍상수답다(이 제목은 중국의 문호 린위탕의 수필집 제목에서 따왔다). 영화 제목처럼 홍상수 감독의 영화작업은 바로 생활을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맞아.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홍감독의 영화를 보다 보면 몇 번쯤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을 표하게 된다.



    사람 사는게 다 그런 거지 뭐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끊임없이 가치를 부여하고 우상화한 사랑, 우정, 가족 같은 가치들이 그의 영화에선 그리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삶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런 사소한 일상 속에 숨겨진 인간의 위선과 가식이 카메라를 통해 그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낼 때 관객은 부끄러움이나 불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생활의 발견’ 역시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사랑에 절규하는 주인공도, 시한부 인생으로 눈물짓는 연인의 이야기도 없다. 특별한 줄거리랄 것도 없다.

    여행길에 오른 한 남자가 춘천과 경주에서 각각 여자를 만나고 그들과의 밀고 당기는 연애 속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는 것이 줄거리의 전부.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던져주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영화적 재미로만 본다면, 이번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보다 훨씬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뜬금 없는 대사와 생뚱맞은 상황, 적재적소에 튀어나와 웃음을 유발하는 여러 장치들,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즉흥적인 대사와 연기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행동을 끄집어낸 감독의 연출력은 ‘가공되지 않은’ 생생함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공들은 안쓰러울 정도로 멍청하고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데, 이들이 보이는 모습이 꼭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우리 속에 어찌 저들 같은 모습이 없겠는가. 안타까운 건 이 영화가 전작들보다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지긴 했지만, 전작들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감독의 이름에 어울리는 ‘새로움’을 발견하고 싶었던 사람으로선 좀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충격’이나 ‘감동’ 같은 단어는 홍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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