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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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일선서 퇴진 김석원 “아, 쌍용이여!”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4-10-20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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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 일선서 퇴진 김석원 “아, 쌍용이여!”
    지난 3월5일 이사회 결의 내용을 전해 들은 쌍용양회 임직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쌍용양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TCC)측이 경영을 주도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임직원들은 쌍용양회가 앞으로 일본 회사가 된다는 사실에 술렁거리기도 했지만 대체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김석원 전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쌍용양회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김 전 회장은 상임이사 직위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앞으로 고문 및 자문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쌍용그룹의 주력이던 쌍용양회 경영권이 김 전 회장 손을 떠나 TCC측에 넘어가게 됨으로써 쌍용그룹의 역사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쌍용양회 최대 주주인 TCC측(지분율 29%)과 채권단의 ‘퇴진’ 요구에 맞서 버텼지만 TCC측의 완강한 요구를 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TCC측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징적 조치로 김 전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요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도 “김석원 전 회장은 부실 경영에 책임을 지고 이미 퇴진했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쌍용 안팎에서는 “김석원 전 회장이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개인 재산을 모두 내놓은 데다 쌍용과의 인연도 거의 끊어진 상태여서 모든 것을 잃게 됐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퇴진을 ‘반기는’ 임직원들도 적지 않다. 그가 그동안 고비마다 판단을 잘못해 쌍용그룹을 이런 상태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쌍용 관계자는 “가정이긴 하지만 그가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을 버린다’는 각오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쌍용 관계자들은 김석원 전 회장의 개인 취미가 결국 김 전 회장 자신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86년 동아자동차를 인수함으로써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이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부실만 키웠고, 결국 그룹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97년 말 뒤늦게 부채 3조4000억원을 절반씩 나누는 조건으로 대우그룹에 쌍용자동차를 넘겼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쌍용 관계자는 “쌍용이 인수한 채무 1조7000억원이 지난 4년 동안 지금이자 등 때문에 오히려 2조7000억원으로 늘어나 차입금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쌍용의 한 전 임원은 “96년 말경 추진했던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쌍용자동차와 삼성전자 백색가전 부분을 교환하기로 하고 실무 차원에서 상당한 논의가 진전됐는데, 막판에 김석원 전 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이어 “쌍용그룹의 해체로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는 등 고통 받은 점을 생각하면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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