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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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부추기는 ‘가출사이트’ 판친다

  •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4-10-20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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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선 부추기는 ‘가출사이트’ 판친다
    ‘가출사이트’가 등장했다. 최근 포털사이트마다 동호회 형태의 가출사이트가 곳곳에 생겨나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특히 청소년층이 자주 찾는 채팅사이트 등엔 가출심리를 충동하는 사이트들이 포진해 있다.

    ‘이제 중1 올라가거든요. 저와 같이 집 나가실 분… 멜(이메일) 주세요. 전 내일이라도 당장 나갈 수 있어요.’ ‘같이 나갈 분 구해여. 올해 16세구여. 여자예여. 지금 20만원 정도 모았는데 더 가지고 갈 수도 있구여.’

    3월7일 한 포털사이트의 가출동호회 게시판에 오른 사연들이다. 이곳엔 가출 경험담은 물론 동반 가출할 사람을 찾는 구인광고가 넘쳐난다. 가출사이트의 주된 ‘콘텐츠’는 이렇듯 가출욕구를 부추기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가출 청소년을 돕고 가출 방지에 한몫하겠다는 취지를 표방하지만,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들을 보면 실상 다른 가출사이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가출사이트의 더 큰 문제는 단순히 가출심리를 공유하는 장(場)의 차원을 넘어 청소년 탈선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 ‘방 3개짜리 집과 승용차 소유하고 있구요… 20∼23세 여자분 돌봐드릴 수 있어요….’ ‘나랑 동거할 여자분, 일단 읽어봐 줘염. 같이 즐기고 느낌이 오는 여자분였음 합니다.’ ‘같이 가출이나 동거하실 누나는 연락 주세요. 저는 17세.’

    동거 구인 광고뿐 아니다. ‘알바’(아르바이트) 구인·구직 광고도 도배된다. ‘17세 여성인데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일하고 싶어요’ ‘중학생이에요. 집 나와서 할 수 있는 일 가르쳐 주세요’ ‘카페 서빙을 하고 싶다’ 등 가출 여성들의 주문에 유흥업소들의 ‘화답’이 줄을 잇는다. 가출 청소년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이들 업소의 주된 타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가출 여성들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단지 가출을 주제로 삼았다는 이유로 가출사이트를 일괄 폐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약칭 정통윤)의 입장. 정통윤 관계자는 “지난해 불건전 정보를 담은 가출사이트 2개를 심의해 해당 정보통신 사업자에게 시정요구(사이트 폐쇄조치)를 한 적이 있다”면서도 “가출사이트가 가출을 조장한다는 개연성이 실제로 입증되기 전엔 사실상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음란사이트, 자살사이트, 폭탄사이트, 낙태사이트, 가출사이트…. 이래저래 사회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높은 이런 사이트들의 진화(?)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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