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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에로티시즘 본질은 ‘性’ 아니야!

  •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에로티시즘 본질은 ‘性’ 아니야!

에로티시즘 본질은 ‘性’ 아니야!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Les Amants(연인들).

20세기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에로티시즘’이다. 에로티시즘은 ‘섹슈얼리티’와 다르다. 섹슈얼리티가 ‘성(性)’이라는 생리적, 기술적, 사회적 주제를 폭넓게 가리키는 반면 에로티시즘은 구체적으로 특정한 작용, 기능, 관계들의 영역을 의미한다.

에로티시즘은 우리를 매료시키는 섹슈얼리티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 모은다. 그럼에도 에로티시즘은 매우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천박한 것인지 고상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고, 예술가에 의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적시하기에도 모호할 때가 많다.

에로틱한 미술이란 때로는 ‘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미술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성적인 암시 없이도 단지 매혹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에로틱하다’고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에로티시즘의 본질은 ‘성’보다는 그것이 내포하는 에너지의 표현과 관련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뒤샹은 에로티시즘이란 감추어진 어떤 것을 백일하에 드러내려고 시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그것들을 ‘감히 폭로하는 일’ 또는 ‘의도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처분에 맡기려고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모든 것의 기초임에도 사람들이 결코 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피에르 카반느와의 대담’ 중).

즉 에로티시즘의 본령은 ‘감추어져 있는’ 것이며,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는 데 있다. 바르트는 이것을 ‘틈(interstice)’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 표현은 에로티시즘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가장 잘 가리키는 말이다. 피부의 표면 그 자체는 에로틱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천 사이로 살짝 비쳐 보이는 피부는 폭발적으로 에로틱한 것이 될 수 있다. 에로틱은 가려져 있는 것 사이의 틈이 생산해내는 것으로,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현란함을 미술에 공급한다.



대상과 그것을 가리는 것, 그리고 대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틈. 이 세 가지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와 그것들의 배열이 바로 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주간동아 548호 (p74~74)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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