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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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방치한 금융감독당국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6-12-13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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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미국 자동차시장 경기가 내년엔 아주 좋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이틀 후 국내 신문들은 9월 말 현재 가계빚이 558조원, 가구당으로 환산하면 3500만원이나 된다는 소식을 일제히 주요 경제기사로 보도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진행된 이 두 사건은 어쩌면 내년 우리가 걸어야 할 내우외환의 경제를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경기 하강은 가뜩이나 엔화 약세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산업에 악재가 되는 만큼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걱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경기 하강 원인을 보면 수출보다 내수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부동산값 폭락 ‘가계빚 대란’ 우려 … 내우외환 치료 신통력 보여줘야

    미국 자동차시장 경기 하강은 바로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집값 상승이 높았던 만큼 하락폭도 큰 캘리포니아에서는 자동차 매출이 지난 3·4분기에 이미 16%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꾸준한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탓이다.

    한국 경제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이 국내에서도 일어난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망가지는 내우외환을 겪지는 않을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시장 과열 억제용으로 촉발된 금리인상설은 이제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시장에서는 이미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또 이에 따라 환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경제가 곤궁해지면서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 어떻게 될까. ‘가처분소득 감소 →대출이자 상환 불능 →가계 파산’이라는 비극이 2007년 서울에서도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여기다 부동산 가격 급락까지 가세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금융권이라고 안전할 수는 없다. 개인들이 주택 구입을 위해 빌린 주택담보대출이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57.8%나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까지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길고도 모진 ‘복합불황’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모든 게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이다. 문제는 부동산으로 부를 얻은 사람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 ‘한국호’에 승선한 모든 국민이 덩달아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실이 있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에 이어 이른바 ‘가계빚 대란’의 중심에 또다시 금융권이 있다는 점이다. 2002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그동안 은행의 가계대출이 2.5배로 늘어났고, 또 2001년 이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기업대출 증가액의 2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대체 금융감독 당국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비아냥거림에 어울리게 금융기관 위에 군림하면서 철밥통을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정말 ‘신이 내린’ 직장이라면 이번만큼은 신통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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