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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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高엔低 늪지 들어선 한국 경제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6-11-01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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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高엔低 늪지 들어선 한국 경제

    10월16일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선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금융기관영업부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엔화 환율이 10월 들어 한때 100엔당 7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관심은 심상찮은 엔화 환율의 움직임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11.5% 하락한 반면, 원화가치는 15.5% 상승했다. 당연히 해외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일본 기업에 비해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 기업은 공군의 지원을 받으면서 편안한 전투를 벌이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보급품 지원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백병전을 불사하는 셈이다.

    원화 환율의 하락, 즉 원화가치 상승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가령 환율이 1000원에서 950원으로 떨어질 경우, 1000원짜리 수출품을 예전처럼 1달러에 팔면 950원밖에 챙길 수가 없어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렇다고 달러 표시 가격을 올리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수출이 감소한다. 반대로 수입업자는 크게 좋아진다. 1달러짜리 수입품을 950원으로 내려 받아도 되니 수입품이 잘 팔리면서 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해외시장 우리 기업 죽을 맛 … 내년 1분기 엔화가치 상승 예상

    외환시장에서 한 국가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 경제의 건전성을 반영한다. 경상수지 적자가 심하거나 재정 적자가 누적되거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할 경우, 그 나라 화폐는 외환시장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달러화로 본 원고엔저는 일본, 미국, 한국 순으로 경제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가 꼭 좋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경제는 이미 세계적인 두통거리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엔화가치가 이렇듯 급격히 하락할 만큼 일본 경제가 아주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일본은 긴 불황에서 탈출했음을 공식 선언하는 동시에 정책금리까지 인상할 것을 시사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엔화 강세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여전히 제로금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로 빠져나간 엔화 자금은 일본으로 전혀 흘러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엔저를 틈타 벌어들이는 막대한 달러를 다시 해외 금융자산 매입으로 내보내면서 엔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원고엔저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일본은 엔저를 되도록 오래 끌고 가려 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란 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 체제가 지니고 있는 자율 조절장치에 의해 엔저는 결국 종말을 고하게 돼 있다.

    그 신호는 일본의 정책금리와 그 금리를 움직이는 물가의 움직임에서 온다. 엔저로 인해 늘어나는 수출이 국내 경기를 부추기면서 물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날, 즉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는 날,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엔화가치는 상승으로 반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 시점이 내년 1분기는 지나야 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금리가 워낙 바닥에 있는 탓에 선제방어 차원에서 금리 인상은 그보다 훨씬 빨리 시작될 수도 있다. 수출 일선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그때까지 꼭 살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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