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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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보국’ 넘어 ‘글로벌 리더’로

70년대 후반부터 해외투자 눈돌려 …세계 42개 법인 통해 광산 개발부터 철강 생산까지 척척

  • 김홍렬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

    입력2006-04-12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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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보국’ 넘어 ‘글로벌 리더’로

    ① 브라질에 있는 원료가공 공장. ② 2004년 10월 자동차 강판 복합가공 공장인 중국 쑤저우 프로세싱 준공식. ③미국 UPI 공장 내부.

    포스코의 창업 정신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이었다. 조선·자동차·가전 등 국내 기간산업의 기초 소재인 철강재를 생산해 공급하라는 사명을 안고 탄생한 것.

    그러나 포스코는 국내에만 안주할 수 없었다. 국내 산업의 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나 제철 원료 확보 등 생존 차원에서도 해외시장을 개척해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 어려움도 없지 않았으나 이를 거뜬히 극복하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포스코는 해외 광산 개발에서부터 철강 생산·판매를 위한 해외 공장 건설까지 전방위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005년 12월 말 현재 해외법인은 모두 42개사. 투자 규모는 총 12억8100만 달러에 달하며 202명의 직원이 파견 나가 있다. ‘리틀 포스코’라고 불리는 이들 현지법인은 포스코의 글로벌 전진기지인 셈이다.

    투자 규모 총 12억 달러 … 미국·중국·일본 등 ‘없는 곳이 없다’

    포스코가 해외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철광석 등 제철 원료를 확보하려는 전략에서였다. 창업 초기부터 제철 원료를 전량 수입해오다가 73년 석유파동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가 지상 과제가 되자 해외 자원 개발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던 것.



    포스코의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은 78년 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타노마탄광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한 TCC 법인이다. 이어 호주의 마운트솔리탄광 개발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POSA를 설립, 82년부터 철광석 생산을 시작했다. 그해 3월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그린힐스탄광을 개발하기 위해 POSCAN을 설립했다.  

    포스코가 해외에서 철강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8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미 수출창구인 POSAM을 설립하면서다. POSAM은 현지 시장 동향 및 정보 수집은 물론 UPI 등 현지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회사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이어 86년 4월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US스틸과 합작해 UPI를 세웠다. 자본금은 3억8000만 달러로 POSAM이 50%, US스틸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UPI는 포스코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연간 60만∼70만t)을 받아 냉연강판으로 가공해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는 앞서 85년 10월 홍콩 현지법인인 PUYA(포아실업유한공사)를 설립해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 PUYA는 91년 5월 상호를 POA로 변경했다. 일본에서는 냉연 제품의 수요 개발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88년 4월 오사카에 PIO를 설립했다.

    포스코가 해외 철강 생산·판매 거점을 대대적으로 확대한 시기는 90년대다. 베트남,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을 비롯해 세계 최대 철강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도 생산·판매 기지를 속속 구축해나갔다. 95년 11월 중국 다롄(大連)시에 다롄포금, 96년 11월 장자강(張家港)시에 장자강포항, 97년 4월 순더(順德)시에 순더포항 공장을 잇따라 건설하면서 중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제철보국’ 넘어 ‘글로벌 리더’로

    중국의 순더포항 공장 전경

    7000만 달러를 투자한 다롄포금은 중국의 동북과 화북 지역을 겨냥한 아연도금 강판 및 컬러 강판 생산공장이다. 연간 10만t의 아연도금 강판과 15만t의 컬러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화남지역의 순더포항은 용융아연도금 강판 등을, 3억 달러를 투자한 화동지역의 장자항포항은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을 연간 28만t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의 해외 사업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97년 말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98년 중국 다롄과 광저우(廣州) 지역의 일부 사업을 백지화했다. 2002년 11월에는 97년 베네수엘라에 설립한 포스벤을 청산키로 했다.

    중국 장자강포항 공장 완공 땐 세계 3대 스테인리스 업체로 도약

    포스코는 2000년대 들어 해외 공장 신·증설, 해외법인 신설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여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2002년 12월 칭다오포항, 2003년 8월 포항쑤저우기차배건, 2003년 11월 포스코차이나를 신설했다. 포스코차이나는 중국 내 7개 자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 현지 지주회사다. 자본금이 1억5000만 달러로 포스코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 서부지역에서는 호주 최대의 광산업체인 BHP빌리턴과 합작투자해 포스맥광산을 2003년 10월 개발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연간 300만t의 철광석을 25년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에서는 2004년 8월 일본 사업을 관리할 포스코재팬을 설립했다.

    포스코는 현재 중국의 장자강포항 공장에 스테인리스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공장에 올 7월 말까지 7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 연산 6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제강공장과 열연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현지에서 쇳물, 스테인리스 열연,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을 일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 공장은 급증하는 중국의 스테인리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포스코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략적 교두보다.

    장자강포항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 연산 20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제강 및 열연 공장을 합해 연산 260만t에 달하는 세계 3대 스테인리스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올 들어 3월8일과 9일 이틀간 이구택 회장이 해외 공장 가운데 장자강포항을 가장 먼저 방문해 챙긴 까닭도 여기에 있다.

    포스코의 글로벌 사업은 60년대 포항 영일만에서 일군 ‘포스코 신화’를 해외에서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했으나, 이제는 그 유에서 더 나은 유를 만들어나갈 때”라고 강조한 것처럼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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