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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불량률 0.01%…조용한 강자 ‘현대모비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계 20위권 진입 … 한국車 화려한 질주 ‘든든한 조연’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불량률 0.01%…조용한 강자 ‘현대모비스’

불량률 0.01%…조용한 강자 ‘현대모비스’
2007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미국 자동차업체에게 최악의 위기였다면, 도요타에게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였다. ‘역시 도요타’라는 말이 따라다닐 만큼 우수한 품질과 고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도요타는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도요타 뒤에는 ‘덴소(Denso)’가 있다. 덴소는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업체. 도요타는 덴소 외에도 도요타자동직기, 아이치제강, 히노자동차 등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협력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강국에는 든든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독일의 보쉬와 콘티넨탈, GM의 독일 계열사 오펠을 인수한 마그나인터내셔널 등이 대표적이다.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관리 명성

2009년 현재 현대·기아차는 완성차 생산대수 기준으로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품질 면에서도 과거의 불량, 싸구려 이미지를 벗었다. 이렇게 탈바꿈한 데는 현대모비스의 공이 컸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 부품업체. 현대·기아차의 선전(善戰) 뒤에는 최첨단 기술의 개발, 해외기술의 국산화, 모듈시스템의 선구적 도입을 꾸준히 추진한 현대모비스가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6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글로벌 톱100’에서 19위를 차지,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했다. 한국이 자동차업계에 뛰어든 지 40년 만에 이뤄낸 업적이다. 9월17일 찾아간 현대모비스 포승 MDPS공장과 이화 모듈공장은 ‘조용한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방진복을 입고 덧신으로 바꿔 신으세요. 그리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뒤 공기샤워를 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의 MDPS(Motor-Driven Power Steering·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공장 클린룸에 들어가기가 여간 깐깐하지 않다. 클린룸은 MDPS의 핵심인 센서베이스와 센서베이스 조립라인이 있는 곳. 클린룸에 들어가는 사람은 물론 부품과 자재도 공기샤워나 솔벤트 세척으로 먼지를 털어낸 뒤 입고된다. 포승 MDPS공장 2개의 라인에서 각각 연 40만 대씩 80만 대의 MDPS를 생산한다. 2012년까지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어 240만 대까지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MDPS는 한마디로 ‘파워핸들’이다. 과거에는 운전대를 좌우로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힘이 많이 들다 보니 차량이 원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운전자들은 한쪽 팔은 창문에 걸친 채 한 손으로 여유롭게 운전대를 돌려가며 운전할 수 있다. MDPS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운전대를 돌리면 센서가 회전 방향과 속도 등을 감지해 전기모터를 돌립니다. 방향을 바꾸는 데 100의 힘이 필요하다면, 운전대에 20의 힘만 가해도 MDPS가 이를 반영해 적절한 구동력을 전달하는 것이 기본 원리죠.”

불량률 0.01%…조용한 강자 ‘현대모비스’

경기 평택시 포승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MDPS공장.

포승공장 이주권 공장장은 2005년 10월 MDPS공장 완공 당시부터 함께한 ‘MDPS 박사’. MDPS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기술이다.

이주권 공장장은 “현대모비스가 이를 국산화하면서 막대한 원가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MDPS는 기존의 유압식 핸들보다 에너지 절감효과(3.1%)가 크고,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적어 환경오염이 적으며, 무게(4.6kg 중량 절감)도 가볍다.

이런 장점 때문에 유압식에서 MDPS로 옮겨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 다만 북미시장은 아직도 유압식이 56%를 차지한다. 미국엔 여전히 대형차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MDPS가 소형차는 물론 중·대형차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머지않아 북미시장에도 MDPS가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룸 내부는 반도체 공장과 흡사하다. 방진복을 입은 이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대기 중 청정도는 1ft³(28.4ℓ)에 포함된 0.5㎛ 이상의 미립자 수를 나타내는 단위인 ‘클래스(class)’로 측정된다. 통상 대기 중의 청정도가 300만class인 데 비해 포승 MDPS공장의 클린룸 청정도는 100~1000class로 유지된다. 반도체(10~1000Class), 전자기기 및 정밀기기(1000~1만class)의 청정도와 맞먹는다. 이 공장장의 말이다.

“MDPS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엄격한 품질관리가 강조됩니다. 미세한 먼지라도 묻어 있는 센서가 MDPS에 부착되면, 센서에 오작동을 일으켜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에 제작 초기단계부터 불량을 바로잡으려고 이중, 삼중으로 살핍니다.”

불량률 0.01%…조용한 강자 ‘현대모비스’

MDPS공장 클린룸은 방진복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뒤 공기샤워를 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모듈화로 ‘네 마리 토끼’ 잡기

사고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까다로운 품질보증 시스템도 운영한다. 첫 공정에서 바코드를 붙인 이후 제품의 이력을 공정마다 추적한다. 제대로 납땜이 됐는지를 살피는 비전 검사는 물론, 제품의 균형상태를 살피는 센싱도 이뤄진다. 공정마다 컴퓨터와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이상이 있는 부분은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한쪽에선 직원들이 현미경으로 이상 여부를 살핀다. 여기에 성능유효성 검사와 체결력 관리가 더해져 빈틈을 없앤다.

“삐익, 삐~익~.”

갑자기 소음이 울리자 관리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비전 검사 혹은 센싱에서 이상이 있으면 이렇게 소리가 울린다. 소리가 나면 즉각 공정을 중단하고 관리자들은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를 찾아낸다. 측정된 MDPS 이력은 서브 장치에 10년간 저장된다. 이처럼 철저하게 품질관리가 이뤄지다 보니 클린룸에서 나오는 불량률은 0.01%에 불과하다.

포승공장을 나와 차로 10여 분을 달리면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에 있는 현대모비스 이화모듈공장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 당시에만 해도 제조 부문에서는 생소한 생산방식이던 ‘모듈화’를 적극 도입했다. 모듈화는 각 부품을 파트별로 묶어 세트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은 자동차뿐 아니라 선박제작, 전자제품 생산에도 널리 이용하는 방법이다.

불량률 0.01%…조용한 강자 ‘현대모비스’

모듈화는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품질의 자동차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현대모비스 이화 모듈 공장 내 위치한 하나 모듈 공장.

현재 이화공장에서는 쏘렌토 R, 모하비, 포르테 3종의 모듈을 생산한다. 운전석 모듈, 섀시모듈, 프런트 엔드 모듈(FEM)의 3대 핵심 모듈을 설계·개발·생산해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에 공급한다.

“일일이 개별공정을 하면 일손이 많이 가고 불량률도 높아집니다. 모듈화는 네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생산방식입니다.”

이화공장 유연섭 공장장의 말처럼 모듈화는 많은 장점을 가진 생산방식이다. 생산의 효율화로 생산성이 증가할 뿐 아니라, 단위별로 품질 확인이 가능하기에 불량률을 낮출 수 있다. 이화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3-3-5-5’라고 쓴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사무실 곳곳에서도 이 문구를 볼 수 있다. ‘3년 내 실질품질 3위, 5년 내 인지품질 5위’로 올라서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질품질은 만들어진 자동차의 실제 품질, 즉 초기품질과 조립품질을 뜻한다. 인지품질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품질로 내구품질, 부품품질을 말한다.

“고객들이 현대·기아차를 타고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품질평가의 바로미터입니다. 품질은 중고차시장에서 정확하게 평가를 받죠. 고객들이 다른 자동차회사의 새 차보다 3년 된 현대·기아차가 더 좋다고 생각하면 품질 향상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엔 자동차가 고장 나면 전체를 뜯어내 수리해야 했지만, 모듈화 방식으로 생산한 차는 고장 난 부품만 떼어내 교체하면 되므로 정비도 편해졌다. 또 한번 설계해놓으면 여기에 다양한 옵션을 추가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유연섭 공장장은 “제품 라인에 있는 자동차들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며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색상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듈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톱5 진입’ 야심

“계기판의 종류가 몇 가지나 될까요?” 모듈화를 설명하던 유 공장장이 갑작스럽게 던진 질문이다.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 계기판이 몇 종류나 되겠느냐는 생각에 “10가지쯤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천만에요. 계기판만 300가지가 넘습니다. 지역에 따라 계기판에 들어가는 색상이 다르고, 추가할 수 있는 옵션도 달라집니다. 과거엔 생각할 수 없던, 다양한 종류와 기능을 갖춘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모듈화의 힘입니다.”

높은 생산성, 우수한 품질, 편리한 정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 생산 등 네 마리 토끼를 잡는 원동력이 모듈화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모듈화의 우수성은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2006년 북미 빅3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그룹에 모듈을 공급했고, 지난 9월2일에는 크라이슬러 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2011년형 모델 2개 차종에 장착될 모듈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은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까지 자동차부품업계 글로법 톱5 진입’을 중장기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미래형 자동차 전자화 기술 연구개발에만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현재 1000명인 연구인력도 2000명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처럼 무대의 전면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궂은일을 마다 않고 최선을 다하는 ‘조연’ 현대모비스가 있기에 ‘주연’도 더욱 빛을 발한다.



주간동아 2009.10.13 706호 (p130~132)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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