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4

2007.07.17

지지고 볶아도 ‘통 크게 살자!’

  • 류진한 한컴 제작국장·광고칼럼니스트

    입력2007-07-11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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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고 볶아도 ‘통 크게 살자!’

    기계공구 전문기업 ‘STIHL’의 한 광고.

    가끔 출장 명목으로 뉴질랜드 캐나다 같은 넓은 땅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어느새 그 스케일에 익숙해져 귀국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 눈에는 바다로 보이는 그들의 호수, 태산 같은 뒷동산은 그 자체로 부러움이다.

    파란 하늘 아래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을 볼 때마다 잠시나마 ‘대한민국 사람으로 사는 것이 행복할까, 여기서 양으로 사는 것이 행복할까’라는 고민에 잠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식사 후 ‘전봇대로 이를 청소하는’ 기분으로 ‘STIHL’ 광고 한 편을 감상해보자.

    ‘THINK BIGGER’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큰 통나무를 삭둑삭둑 잘라버리는 능력에서 기계공구 성능의 우수함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우리 정서상 전동톱은 생활용품으로 낯설지만, 이 광고의 유머러스한 과장 앞에선 문화와 상관없이 즐거움이 느껴진다.

    찬바람이 쌩하고 부는 겨울밤. 이 사나이는 통이 크다 해도 정말 어이가 없다. 거목을 마치 우는 아이의 입에 큰 떡을 넣어주듯 벽난로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 정도면 얼마나 오래 탈 수 있으려나. 상상하건대 꺼지지만 않는다면 겨우내 타고도 남으리라!



    한가로운 동네 언덕에 45만km 정도는 족히 달렸을 법한 오래된 자동차가 서 있다. 오래 끌었으니 사이드브레이크가 말을 잘 안 듣기도 하겠지. 그래서일까, 뒷바퀴에 굄목 하나를 괴어놨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크기가 차만하다. 그런데 저 큰 굄목을 어디서 구했을까? 차 트렁크에 싣고 다녔나?

    아이들도 통 큰 놀이기구를 가지고 통 크게 논다. 인간 이전에 우주의 신들이 타고 놀았을 법한 커다란 통나무 시소가 뒷마당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산에 올라가 손수 나무를 잘라 이렇게 멋진 시소를 만들어준 자상한 아빠의 은혜를 아이들은 알기나 할까?

    “나라는 좁아도 통 크~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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