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1

2007.06.26

도표 숫자 아래 흐름을 읽어라

  • 홍영용 학림논술연구소 부소장

    입력2007-06-25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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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문 독해의 중요성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이 같은 조언이 언어제시문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논술에서는 언어제시문뿐 아니라 도표나 이미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제시문이 출제된다. 인문계열 논술고사에서 수리논술 비중이 약해지긴 했지만 도표나 그래프 해석 문제는 자주 출제되고 있으며, 오히려 도표에 대한 수리적 해석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이 같은 경향은 최근 각 대학에서 발표한 채점 후기에서도 확인된다.

    이번 모의시험 답안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뒤떨어진 것은 문항3의 답안이다. 대부분의 답안이 주어진 자료를 통해 한국사회가 계약적 특징이 강한 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찾아낸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서술에 그친다면 이는 좋은 답안이 되기 힘들다. … 수리적 추론 능력도 검증하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표에 나타난 수리적 변화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연세대 2008학년도 2차 예시문항 해설

    연세대 모의논술의 경우 도표 해석의 중요성은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도표가 제시문으로 출제된다면 도표에 대한 정확한 해석만으로도 답안의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도표 해석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도표의 행간 의미를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제 막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초보자는 경기에서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에만 주목한다. 그러다가 조금씩 축구를 알게 되면서 경기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공간 움직임이 좋은 선수나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가려낼 줄 아는 등 초보자가 읽을 수 없는 것들을 보게 된다. 이 정도는 돼야 자신만의 시각으로 경기 흐름을 분석하고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도표 분석도 경기 분석처럼 겉에 드러난 숫자 외에 그 아래의 흐름까지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럼 2008학년도 연세대 모의문제를 통해 도표 해석에 대한 초보자의 관점을 벗어나보자.

    B도표를 통해 알 수 있는 1차 정보는 1994년 이후 법률상담 건수와 개업 변호사 수, 인구 10만명당 변호사 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법률상담 건수는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변호사 수는 완만하게 상승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특히 2001년의 경우 법률상담 건수는 전해보다 1.7배 증가했지만, 개업 변호사 수는 1.09배 증가했을 뿐이다. 또한 B도표의 2001년과 A도표의 2005년 변호사 1인당 인구를 비교해보면, 2001년에는 1만명을 넘어선 데 비해 2005년에는 5700명으로 변호사 1인당 담당 인구가 크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 비율이 서구사회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정보는 보통 학생이라면 비교적 쉽게 읽어낼 수 있다. 그럼 1차 정보에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추론적 독해로 넘어가보자. 일본이 경제력에 비해 변호사 1인당 담당 인구가 상당히 많은데, 이는 개인간 분쟁을 인정이나 관행 등으로 해소하는 동양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변호사 수와 상담 건수의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더 급격히 서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수치를 분석했다면 이제 각각의 수치를 비교함으로써 이들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변화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분석한 법률상담 건수와 변호사 수의 차이는 사회적으로 법률적 판단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상당히 증가했음에도 이를 처리해줄 변호사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를 통해 제도변화가 사회의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또 이에 발맞춰 법률상담 건수가 2005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리라는 점도 유추할 수 있다.

    도표 자체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면 도표의 함의를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를 통해 추가로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답안을 작성할 때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 A. 각국의 인구 대비 법조인구 및 변호사 1인당 인구(2005년)
    국가 인구(명) 법조인구(명) 변호사 1인당 인구(명)
    한국 4700만 8200 5700
    일본 1억2000만 2만4000 5247
    프랑스 5800만 3만8000 1500
    독일 8200만 14만2000 578
    영국 5200만 9만5000 557
    미국 2억7600만 103만 266


    ▼ B. 한국의 인구 대비 변호사 수 및 법률상담 건수 추이(1994~2001년)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법률상담

    건수(건)
    63만4128 68만3334 108만2152 116만1231 159만768 159만9724 189만4228 328만3801
    개업 변호사

    수(명)
    2851 3079 3188 3364 3521 3887 4228 4618
    인구 10만명당

    변호사 수(명)
    6.4 6.8 7.0 7.3 7.6 8.3 9.0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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