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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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슬로바키아 찍고 세계 톱10으로

연간 자동차 30만대 분량의 부품 생산 … 글로벌 경영 전진기지로 자리매김

  • 슬로바키아 질리나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06-20 1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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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모비스 슬로바키아 찍고 세계 톱10으로

    동유럽의 고도 질리나에 자리잡은 현대모비스 슬로바키아법인 외관.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인 현대모비스(대표이사 부회장 한규환)의 최근 화두는 글로벌 경영이다. 올해 전체 투자비용 675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33억원을 해외투자 비용으로 책정할 정도다. 중국 북미 인도 동유럽 등 전 세계 9곳에 모듈공장과 물류센터를 설립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 선봉에 현대모비스 슬로바키아법인(MSS)이 있다.

    MSS는 총 54만4500㎡(16만5000여 평) 대지에 모듈동, 부품동, 물류센터동이 들어서 있고, 연간 30만 대의 자동차 생산에 맞출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한국인 주재원 16명과 현지인 직원 1000여 명이 2교대로 근무하며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기아차 조립라인에 부품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인근 기아차 조립라인에 실시간 부품 제공

    산뜻한 자동차 한 대에는 보통 몇 개의 부품이 들어갈까 생각하며 5월28일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있는 MSS를 방문했다. 가장 먼저 모듈공장이 눈에 띄었다. 모듈이란 여러 부품을 조합해 만든 부품덩어리를 말하는데 크게 운전석 모듈(Cockpit Module), 프런트엔드 모듈(Front End Module), 롤링섀시 모듈(Rolling Chassis Module), 리어섀시 모듈(Rear Chassis Module)로 나뉜다. 아직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단계의 뼈만 남은 모듈들이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1mm의 오차도 없이 서로 맞물리면 제대로 모양을 갖춘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약 2만 개의 부품이 한데 모여 자동차 한 대가 탄생합니다. 완벽한 품질을 갖춘 부품들이 하나의 모듈을 이루고, 기아차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각 모듈이 기아차로 납품되는 과정이 하나의 콘서트처럼 조화롭게 이뤄지고 있습니다.”(정상권 총무과장)



    모듈이 얼마나 질이 좋고 저렴하냐에 따라 기아차의 품질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모비스의 경쟁력이 곧 기아차의 경쟁력이 된다. 부품업체는 무엇보다 질 높은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완성차 업체에 갖다줘야 한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일본 도요타는 정확한 시간에 납품한다는 뜻의 ‘JIT(Just In Time)’ 생산방식으로 유명하다. 부품업체들이 정확한 시간에 부품을 도요타 생산공장에 납품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요타는 부품을 저장할 창고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원가도 줄일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여기서 한발 나아간 ‘JIS(Just In Sequence)’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시간을 맞추는 것은 물론, 필요한 조립라인에 필요한 모듈을 직접 갖다준다는 뜻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생산시간이 그만큼 더 빨라진다.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이 1분에 한 대꼴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현대화된 JIS시스템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실시간으로 설계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즉 두 업체가 신뢰를 갖고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듈 비즈니스는 3단계로 나뉩니다. 단순 조립과 품질 검사를 해주는 1단계, 직접 부품을 만들어 완성차 업체에 허락받고 납품하는 2단계, 그리고 설계까지 모듈업체에서 직접하고 자동차업체에 납품하는 3단계가 있습니다. 모비스 슬로바키아법인은 대부분 3단계까지 와 있지만 자동차 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롤링섀시와 리어섀시는 2단계에 있습니다. 연구개발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김정수 모비스 슬로바키아법인장)

    현대모비스 슬로바키아 찍고 세계 톱10으로

    현지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깔끔한 공장 내부.

    모비스 슬로바키아법인은 모듈동 외에 범퍼 캐리어 등 사출품을 생산하고 도장을 맡은 부품동, 유럽 전 지역을 상대로 현지생산 차종에 대한 부품 공급을 전담하는 물류센터동으로 나뉘어 있다.

    부품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장 품질 향상을 위해 범퍼 등 중대형 사출품들이 가공 중에 생기는 찌꺼기를 자동으로 없애는 3000t급 첨단 사출기다. 환경을 고려해 수성도료를 쓰고,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를 자동으로 제거하고 고품질의 도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정전도장 시스템도 흥미롭다.

    김정수 법인장은 슬로바키아법인의 또 다른 특징으로 △제품을 조립할 때 조립 부위마다 연결되는 강도를 점검해주는 ‘너트러너 시스템’ △다른 부품이 섞이지 않도록 막아주는 ‘최첨단 바코드 시스템’ △운전석 모듈에 적용되는 각종 전장품의 작동 유무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에코스 시스템’ 등을 꼽았다. 이런 첨단 품질보증 시스템들을 도입해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유럽 물류 거점으로도 최대한 활용

    물류센터동은 동유럽 물류 거점이다. 필요한 소비자에게 부품을 제때 공급하려면 여러 곳에 물류 거점이 있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벨기에 독일 영국, 중동 두바이, 중국 베이징 상하이 옌청, 미국 마이애미, 러시아 모스크바, 호주 시드니 등 현재 14곳인 해외 물류거점을 올해 안에 18곳으로 늘릴 계획이며, 2010년까지는 전 세계에 28곳을 운영할 예정이다. 북유럽 공략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에도 물류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슬로바키아법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는 4월 말 착공한 모비스 체코법인이 들어선다. 현대차 체코공장과 지척에 있게 될 이 공장에서는 현대자동차 유럽 전략차 등의 모델에 사용되는 완성섀시 모듈과 운전석 모듈, 프런트엔드 모듈 등을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로 공급하게 된다.

    체코법인장도 겸하고 있는 김 법인장은 현대차 체코공장과 직접 연결되는 ‘터널 컨베이어 시스템’을 특히 강조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오하이오주 크라이슬러그룹 공장 내부의 모듈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됩니다. 완성된 제품을 컨베이어 터널로 자동차 생산라인까지 이동시켜 연평균 70여 억원에 이르는 운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듈제품의 생산라인과 완성차의 생산라인이 하나의 완성차 생산라인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생산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아차의 유럽형 씨드가 유럽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목표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한 배경에는 현대모비스의 첨단 모듈공장이 있다. 이곳이 바로 기아차 30만 대 생산의 밑바탕인 것이다. 앞으로 동유럽 슬로바키아와 체코의 현대모비스 공장은 현대·기아차 등 한국차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역시 동유럽 공장을 환율과 유가 불안 등 안팎으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2010년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톱 10’에 진입하기 위한 도약대로 삼고 있다.

    ▼ 현대모비스 슬로바키아 및 체코 법인 현황
      슬로바키아법인(MSS) 체코법인(MCS)
    공장 규모

    16만5000평 3만2000평
    주생산품 완성섀시 모듈, 운전석 모듈,

    프런트엔드 모듈, 범퍼 모듈

    완성섀시 모듈, 운전석 모듈,

    프런트엔드 모듈
    생산 규모 연간 30만 대 연간 30만 대
    특징 물류센터, 사출공장, 도장공장 터널 컨베이어 생산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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