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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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경제전문가 … 가시밭길 앞날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5-28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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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증된 경제전문가 … 가시밭길 앞날
    이탈리아 식당 ‘그라니타’의 약속이 13년 만에 실현되는가. 5월16일 고든 브라운(56·사진) 영국 재무장관이 노동당 새 당수로 지명되면서 그가 토니 블레어 총리 사임 후 영국 차기 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1994년 노동당 당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두 사람은 그라니타에서 만나 ‘브라운이 당수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집권 2기에는 총리직을 물려준다’는 구두약속을 한 바 있다.

    비록 약속대로 노동당 집권 2기 때 총리 자리를 물려받진 못했지만, 브라운 장관은 97년 재무장관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영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당시 2만2849달러였던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만6850달러로 껑충 뛰었다. 지난 10년간 경제성장률도 2.8%에 이르러 경쟁국인 프랑스(2.2%), 독일(1.5%)을 앞질렀다. 영국 중앙은행(BoE)의 독립, ‘복지에서 노동으로(from welfare to work)’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취업교육 위주의 실업정책 등도 그의 치적으로 평가된다.

    브라운 장관은 51년 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 컬코디에서 장로교회 목사 존 브라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컬코디는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16세에 에든버러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수재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럭비경기를 하다 크게 다쳐 왼쪽 눈이 실명하는 시련을 겪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며 록밴드 활동을 했던 블레어 총리와 달리 브라운 장관은 학생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72년 에든버러대학 학생대표를 지냈으며, 75년에는 좌파 잡지 ‘더 레드 페이퍼 온 스코틀랜드’를 창간해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브라운 장관은 83년 초선의원으로 블레어 총리와 나란히 정치에 입문했으며 블레어 총리의 ‘제3의 길’ 정책을 뒷받침했다. 블레어 총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 위 배우였다면, 그는 무대 뒤 스태프였던 셈. 이 때문에 영국 정가에서는 “브라운이 없었다면 블레어의 3기 연임은 없었다”는 말이 나돈다.

    그러나 염원하던 총리직에 오르게 된 브라운 장관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인 형국이다. 먼저 영국의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물가 불안 우려가 높아지며 가계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정치인들이 분리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준비된’ 총리가 앞으로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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