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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벡 장고 끝에 악수 둘라

아시안게임 답답한 플레이 여전 … 이젠 ‘색깔’ 보이고 본격 조련할 때

  • 노주환 스포츠조선 체육부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베어벡 장고 끝에 악수 둘라

9월 중순 기자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을 지낸 포르투갈 출신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경주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당시 코엘류 감독은 아랍에미리트(UAE) 알 샤밥 클럽의 사령탑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코엘류 감독은 3년 전 태극호 선장 시절을 회상하면서 되돌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나한테 한국 대표팀 감독 제의가 다시 들어오면 계약서에 A대표팀뿐만 아니라 올림픽팀까지 함께 지휘한다는 조항을 넣겠다. 그때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두고두고 아쉽다.”

성적 부진으로 중도하차한 코엘류 감독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이 말의 함의는 무엇일까.

휴식 때도 축구 관련 서적 등 탐독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거스 히딩크 감독의 후임이 바로 코엘류 감독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지휘봉은 핌 베어벡 감독에게 넘어갔다.



세계 축구에서 4년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은 하나의 사이클을 이룬다. 그런 면에서 한국 축구에서 코엘류 감독과 현 태극호의 선장 베어벡 감독은 주변 여건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베어벡 감독의 첫출발은 코엘류 감독보다 주도면밀했다. 베어벡 감독은 코엘류가 챙기지 못했던 조건을 계약서에 넣었다. 베어벡 감독은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직후 이뤄진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제안을 곧바로 수락하면서 A대표팀뿐 아니라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베이징 올림픽대표팀까지 총괄 지휘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베어벡 감독의 ‘1인 지배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3개의 대표팀을 동시에 맡아 체계적으로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 지도자가 A대표팀만 맡을 경우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전임자 코엘류 감독은 대표선수 차출 과정에서 국내 클럽뿐 아니라 올림픽대표팀과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첫 2개월 동안 베어벡호는 큰 무리 없이 흘러갔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베어벡 감독의 ‘무색무취’ 색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그의 1인 지배체제에 고개를 가로젓는 전문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태극호의 코칭스태프는 단출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히딩크 밑에서 함께 있던 압신 고트비 코치, 2002년 월드컵 대표팀 주장 출신의 홍명보 코치, 그리고 코사 골키퍼 코치가 전부다. 외곽 조직으로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지원부 등이 있다.

베어벡 체제의 결함이 드러난 것은 11월이다. 그가 맡고 있는 3개 대표팀의 경기 일정과 국내 프로리그 일정이 겹치면서 잡음이 곳곳에서 일었다. 대표선수 소집을 놓고 베어벡 감독과 클럽 감독들 사이에 비난이 오갔다. 또 대표팀의 평가전 일정이 겹치면서 베어벡 감독을 대신해 홍명보 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는 일까지 벌어졌다.

베어벡 감독은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조별리그에서 답답한 경기 내용을 보이며 힘들게 승리를 따냈다. 밤잠을 설쳐가면서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은 태극전사들의 플레이와 베어벡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국내에서 ‘공부하는 지도자’로 통하는 A씨는 “베어벡 감독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에서 오판 가능성 커

베어벡 감독은 8월 자신의 축구 철학과 대표팀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생각하는 축구’를 하는, ‘축구 지능’을 가진 선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체력과 정신력으로 버텨왔던 한국 축구를 생각하는 스타일로 바꾸고 싶은 게 베어벡 감독의 바람이다. 하지만 포부는 좋았으나 아직까지 베어벡 감독의 축구 철학은 독특한 색깔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는 포백 수비로의 변화 등을 얘기하면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해지고 있다.

베어벡 감독이 축구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많이 하는 것은 분명하다. 휴식의 대부분을 축구 관련 책과 심리학 서적 등을 탐독하며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깊은 생각이 촌각을 다투는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기 중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경기에서 베어벡 감독의 선수 교체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다고 지적한다. 좀더 일찍 교체 선수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려야 했다는 것. 이러한 지적에 대해 베어벡 감독은 선수 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한다.

3개 대표팀을 손에 쥔 베어벡 감독의 책무는 막중하다. 좋은 성적과 경기 내용을 보이면 히딩크 감독에 이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책임이 큰 만큼 실패 가능성도 적지 않다.

힘들고 외로울 법도 한데 베어벡 감독은 아직 ‘구조신호(SOS)’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의 옆에 기술위원회가 있음에도 베어벡 감독은 코칭스태프 보강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전히 ‘혼자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이끄는 기술위원회도 ‘꿀 먹은 벙어리’다. 기술위원회는 베어벡 체제가 흔들릴 때 이렇다 할 조언을 하지 못했다. 감독의 권위를 존중해주는 것 이상으로 말을 조심하고 있는 것. 코엘류 감독을 불러다놓고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던 이전의 기술위원회와 비교해 그 모습이 180도 변했다.

베어벡 감독은 앞으로 긴 침묵 속에서 혼자 더 깊은 생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베어벡 감독은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가 받을 스트레스의 강도가 세지면 위기의 상황에서 오판을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 축구를 행정적으로 지휘하는 사령관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다. 정 회장은 “베어벡 감독에게 좀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베어벡 감독의 1인 지배체제를 좀더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초보 사령탑’ 베어벡에게 주어진 시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다. 그는 ‘올림픽 8강’이 목표라고 했다. 베이징올림픽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홀로 외롭게 방향타를 쥐고 있는 베어벡 선장에게 다가올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아 보인다. ‘생각’만 하기보다는 ‘색깔’을 드러내야 할 때다.



주간동아 565호 (p64~65)

노주환 스포츠조선 체육부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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