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5

2006.12.19

말라깽이가 또 살을 왕창 뺀다고?

단기간에 쏙 ‘익스트림 다이어트’ 부작용 속출 … ‘한 달에 1~2kg’ 살살 빼야 몸에 무리 없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6-12-13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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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깽이가 또 살을 왕창 뺀다고?
    “올해 초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거의 굶다시피 했어요.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서부터 생리가 나오지 않네요. 거식증도 생겼고요. 하루에 한 끼도 안 먹고 간식만 조금씩 먹고…. 한 달에 10kg 정도씩 총 28kg을 뺐습니다.”

    직장인 서은영(22·가명) 씨는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생긴 거식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식이장애 클리닉에서 만난 서씨는 겉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했다. 거식증 증세가 나타난 건 6개월 전. 그녀는 요즘도 매일 식사와 구토를 반복하고 있다. 하루 평균 6~7번 식사를 하고 모두 토해내는 식이다. 지난 8월에는 직장에 휴직계도 냈다. 회사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망가졌기 때문. 얼마 전부터는 심한 구토로 인해 목이 헐고 기관지가 부어오르는 증상이 생겨 내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6개월 전 서씨가 처음 클리닉을 찾았을 당시 몸무게는 38kg(키 165cm). 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도 몸무게는 40kg에 불과하다.

    “생리 중단·거식증 고통의 나날”

    2년 넘게 식이장애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오나연(27·가명) 씨의 고통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168cm의 비교적 큰 키에 몸무게 70kg이던 오씨는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몸무게를 48kg까지 줄였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거식증이 찾아왔다. 2년째 거식증을 앓고 있는 그녀의 몸무게는 현재 39kg. 일상생활을 하기도 힘들다며 그녀는 다시 병원문을 두드렸다. 오씨는 “구토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째예요. 처음엔 일주일에 몇 번 하던 것이 이제는 매일 해요. 직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저에겐 완전히 고통이에요. 하루 종일 먹을 것 생각밖엔 안 나요”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익스트림’ 다이어트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익스트림 다이어트란 말 그대로 ‘극단적인 다이어트’. 이미 날씬하거나 정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필요 이상으로 살을 빼거나 단기간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을 빼는 것을 말한다. 10월 브라질에서 18세 여성 모델이 지나친 다이어트에 따른 거식증으로 사망하면서 ‘익스트림 다이어트’는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술 다이어트를 한다며 10여 일간 술만 먹은 30대 여성이 사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다이어트에 몰두하는 여성들의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주를 이뤘던 몇 년 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 식이장애 클리닉을 찾는 여성 환자 중 14~16세 청소년의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고, 한 식이장애 클리닉에는 7세 여아의 식이장애가 소개될 정도로 성장기 여성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정상적인 궤도를 넘고 있다.

    얼마 전 중학교를 휴학한 김미영(14·가명) 양도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을 찾은 경우다. 거식증과 폭식증을 오간 김양의 몸과 마음은 이미 많이 지친 상태. 공부를 아주 잘했고 그림도 잘 그려 주위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초등학생 시절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남학생들에게서 ‘뚱뚱하다’는 놀림을 받은 것이 김양이 다이어트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학교에 결석하는 날도 늘었다. 그러나 김양의 부모는 이러한 딸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김양은 병원상담 과정에서 “완벽하다고 여겼던 내가 외모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이정현 원장은 “거식증은 환자 자신이 병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상담치료 등이 병행된다. 특히 어린 환자의 경우 반드시 가족이 함께 치료를 받도록 한다. 병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치료는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다이어트 관련 업체들의 과장광고와 상술도 다이어트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의 다이어트 관련 업체들은 ‘일주일에 7kg 감량 보장’ ‘먹어가며 살을 빼는 폭탄 다이어트’ 등 자극적인 문구로 젊은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대부분 인터넷, 길거리 등에서 홍보와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홈쇼핑 등도 다이어트 관련 과장광고의 중요한 공간. 소비자보호원 등 각종 소비자단체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접수될 정도다.

    고등학교 2학년생 딸을 둔 안이영(45·가명) 씨는 최근 다이어트 과장광고에 피해를 본 경우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학교 앞 봉고차에서 샀다”며 55만원짜리 다이어트 식품을 집에 들고 왔다. 그러나 ‘한 달 안에 20kg 감량 보장’이라고 소개된 이 제품은 외형이 무척 조악했다. 제조일자나 제조처도 명확치 않았다. 딸은 이미 계약금으로 3만원을 지급했고 잔금 52만원은 6개월 분할로 지불하도록 되어 있었다.

    안씨는 딸이 맺은 계약을 취소하고 돈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업체 측에서는 “돈은 돌려줄 수 없고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으로 20만원을 내야 한다”며 강압적인 모습까지 보였다고. 결국 안씨는 소비자보호원의 문을 두드렸다.

    과장광고·보조식품 요주의

    정체불명의 업체들이 팔고 있는 다이어트 ‘약’ 혹은 ‘식품’의 성분과 효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설사약, 이뇨제 등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 다량 포함된 식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소비자보호원 식의학안전팀 조재빈 과장은 “길거리에서 상담을 빙자해 여성들에게 접근, 수십만원이 넘는 다이어트 제품을 팔거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상담을 해준다고 속인 뒤 제품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제품의 대부분이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불결한 환경에서 제조된 제품이 많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폭탄 다이어트’ 등으로 광고하고 있는 H제품의 경우 “식약청의 안전검사를 마쳤으며 인체에 무해하고 효과가 입증돼 특허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특허 자체가 없었으며 식약청과 소비자보호원 등에는 이 제품을 복용한 후 설사, 구토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상담이 줄을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올바른 다이어트는 뭘까. 많은 전문가들은 다이어트로 감량하기에 적당한 몸무게를 ‘한 달에 1~2kg’이라고 말한다. 그 이상 무리하게 살을 빼면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효과가 검증된 다이어트 보조식품이나 치료제라 할지라도 과잉복용은 몸에 해롭다고 충고한다.

    경희연 한의원의 권오희 원장은 “다이어트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여성 대부분은 한 달에 10kg 정도 이상의 감량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접하는 과장광고의 영향이라고 본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다이어트 상식과 체험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며 “자신의 몸에 대해 먼저 자신감을 가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이어트를 시도할 때도 업체들의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제품의 특성이나 성분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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