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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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젊은이들 “좌향좌!”

이라크戰 공화당에 불만 대거 민주당 지지 … ‘충성 맹세’보다는 현안 따라 입맛 변화

  • 전원경 작가 winniejeon@hotmail.com

    입력2006-12-13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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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9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 풍경 중 하나. 몬태나대학 2학년 윌 샐프는 몬태나주 상원의원 콘래드 번스의 열렬한 지지자다. 집안 대대로 공화당을 지지해온 샐프는 국가안보관이 뚜렷한 것은 물론, 공화당임에도 동성애자의 결혼을 찬성하는 등 71세라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은 후보라며 번스를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나 같은 학교 4학년인 브루스 베넷의 생각은 좀 다른 듯싶다. 베넷은 번스가 대학생 등록금 대출제의 이자를 올리려 하는 데다 의료보험 개혁에는 관심도 없다고 비난했다. 베넷은 번스가 TV 만화 ‘심슨가족’의 악덕 사장 ‘미스터 번스’와 똑같은 인물이라고 말한다. “내 친구 중 몇몇은 이라크전에 참가했다가 중상을 입었다. 의료보험 제도도 개선하지 않으면 대체 그들은 어떻게 치료를 받으란 말이냐?”는 게 베넷의 항변이었다.

    미국 시사지 ‘유에스 앤 월드 리포트’의 보도에 따르면 몬태나 주민들은 이번에 베넷 편을 들어주었다. 몬태나주 중간선거에서 콘래드 번스를 누르고 민주당 후보인 존 테스터가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유에스 앤 월드 리포트’는 선거 후 출구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번 선거에 적극 참여했으며 그중 대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공화당엔 한 번의 기회 남아

    2002년 선거에서 기권했던 200만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했다. 18세부터 29세까지의 젊은 층 투표율은 24%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1994년 중간선거 이래 최고 수치다. 또 다른 출구조사에서는 젊은 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50%, 공화당 지지율은 35%라는 결과가 나왔다.



    젊은 층의 민주당 지지는 공화당에게는 단순히 이번 선거만의 악재가 아니다. 이 젊은이들이 앞으로도 민주당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향후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승리는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된 이유는 물론 이라크전에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끝난다고 해서 이들이 공화당으로 되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미시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연속으로 세 번 선거에서 같은 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평생 그 당의 지지자로 남는다고 한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이미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지지했다. 그렇다면 공화당에는 이제 단 한 번의 기회만 남은 셈이다.

    민주당은 11월9일 중간선거에서 이라크전 문제 외에도 대학 등록금과 의료보험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약은 공화당의 이슈인 도덕성 회복, 세제 개혁, 테러리즘과의 전쟁 등보다 젊은 층에게 한층 중요한 문제로 비쳐진 것이다.

    UCLA 신입생들의 정치관에 대한 조사결과는 이러한 젊은 층의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안보보다 동성애자의 결혼과 낙태 허용 등이 더욱 중요한 정치 현안이라고 응답했다. 9·11 테러 직후에는 같은 조사에서 반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선거 전문가인 커티스 건스는 이번 선거결과가 민주당에 대한 젊은 층의 충성 맹세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공화당에 분노하고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의 양상은 공화당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스의 말처럼 민주당은 한번 쏠린 젊은 층의 관심을 확실히 잡아두자는 작전이다. 민주당은 등록금 대출 이자를 낮추고 대출 폭도 확대할 계획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하워드 딘 의장은 대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의료보험 혜택을 25세 이하 모든 젊은이들에게 확대 실시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정책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강성 위주의 외교로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내의 개혁파들은 좀더 현실적이고 세심한 정책, ‘작은 정부’ 등을 실천하면 얼마든지 젊은 층의 ‘우향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에선 마음 붙들기 작전 구사

    그렇다면 공화당은 2008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내세워야 젊은이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을까? 젊은 층은 공화당 진영에서 단연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을 지지한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중간선거 후 미 전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치인 호감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2위는 역시 공화당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호감도는 9위, 민주당의 새로운 얼굴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5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줄리아니-매케인이 러닝메이트로 나선다면, 민주당이 힐러리 클린턴-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정작 공화당 내에서는 줄리아니와 매케인이 연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다. 두 사람의 정치 성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또 매케인이 이라크전을 지지한다는 사실도 공화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아무튼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젊은 층의 민주당 지지와 그에 따른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 결과가 2008년 대선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는 양당의 견해가 일치한다.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몬태나의 윌 샐프는 민주당을 지지한 대학 친구들이 점차 공화당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 녀석들은 가짜 민주당원이에요. 왜냐하면 대학 시절에는 뭔가 진보적인 게 ‘쿨’해 보이지만 나이가 들면 현실적인 쪽이 오히려 ‘쿨’하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요.”

    샐프의 분석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공화당이 기성 세대의 입맛에 맞는 ‘쿨함’을 갖추고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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