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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당신의 아내는 안녕하십니까

쿨한 로맨스 나도 한번? 아내는 외도 중!

‘바람’은 남편 전유물 옛말 … 통신 발달, 여성 사회적 지위 향상 등으로 외도 기회 넓어져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쿨한 로맨스 나도 한번? 아내는 외도 중!

쿨한 로맨스 나도 한번? 아내는 외도 중!
#풍경 하나

“사랑했기 때문에 네 번까지 용서해준 거죠. 제가 눈으로 본 것만 4명인데, 이렇게 8년을 살아왔습니다.”

10월2일, 연하의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데 격분해 아내(44)를 살해한 뒤 시체를 토막내서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남편 K(47)씨. 그는 범행 순간까지도 아내를 사랑했다고 했다.

수차례 외도를 일삼고 가출까지 했던 바람난 아내를 용서하려 했음에도 순간의 감정을 다잡지 못한 결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25년을 함께 부대낀 이 부부는 어쩌다 이렇듯 ‘배신’과 ‘살인’이라는 이름의 막차를 타게 된 것일까. 한때는 그들도 열렬히 사랑을 속삭였을 텐데 말이다.

사건 담당인 인천해양경찰서 김대한 경사는 “K씨는 전과가 없는 초범으로,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이라며 “아내의 외도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 중 토막살인은 십수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드문 경우”라고 전했다.



#풍경 둘

11월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공기총을 들고 들어가 그곳 직원을 인질로 붙잡고 은행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다 붙잡힌 J(36)씨. 그의 범행은 아내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됐다. 이 은행 모 지점에 근무하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지점에서 일하는 남자 상사와 과거에 내연관계였다고 믿은 것.

J씨는 귀가시간이 점차 늦어지는 아내의 휴대전화 통화 명세를 뽑아본 뒤 낯선 특정 번호와 유난히 많이 통화했음을 알아내고 아내를 다그쳤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가 “상대는 예전에 같은 지점에서 함께 근무했던 상사이며, 그와 자주 통화한 건 맞지만 불륜관계는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하자 범행을 결심했다. J씨 역시 초범. 아직 불륜에 대한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 강력5팀의 사건 담당 형사는 “불륜 여부는 내연관계로 의심받는 당사자들의 자백이 없고,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명백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조사할 경우 자칫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굳이 확인해보지 않았다”면서도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의 60% 이상은 현재 혹은 과거의 배우자 외도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외도(外道). 각기 다른 결과를 빚은 앞의 두 우발적 범죄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분모다. 외도가 남편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이미 간 곳 없다. 아내들의 외도는 이제 단순한 ‘애인 만들기’ 차원을 넘어 거센 ‘반란(反亂)’의 수준에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주간동아’가 여성 포털 ‘젝시인러브(www.xyinlove.co.kr)’와 공동으로 10월23일부터 11월3일까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는 외도에 관한 기혼 여성들의 숨겨진 생각을 알게끔 해준다.

쿨한 로맨스 나도 한번? 아내는 외도 중!
조사에 응한 20~40대 여성 265명 중 “배우자를 두고 외도를 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9명이 ‘현재 하고 있다’고 답했고, 61명은 ‘과거에 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실제로 한 적은 없다’는 103명이었으며,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답한 여성은 24명에 그쳤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가량이 현재 외도를 하고 있거나 이미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 265명 설문조사 결과 외도 경험자 130명

“외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156명이 ‘배우자보다 성적 매력이나 재력이 훨씬 나은 남자를 만났을 때’와 ‘다른 남성의 적극적인 유혹을 받았을 때’로 답했다. 이어 ‘배우자와의 관계가 권태로울 때’(68명),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됐을 때’(27명), ‘배우자와 다퉜을 때’(14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쿨한 로맨스 나도 한번? 아내는 외도 중!

기혼 여성의 외도는 그녀 자신을 곧잘 육체적 욕망의 늪에 빠뜨리곤 한다.

외도 경험이 있는 여성 가운데 상대 남성이 1명이라고 답한 여성은 88명이었고, 2명 이상이라고 답한 여성은 73명에 달했다. 외도 상대를 만난 수단(경로)으로는 ‘우연한 만남’이 134명으로 압도적이었으며, ‘인터넷 채팅(게임 혹은 동호회 등)’이 64명, ‘지인의 소개’가 44명, ‘나이트클럽’이 23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에게 외도 사실을 들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라고 잡아뗀다’(89명)가 으뜸 답변으로 나타났다(기타 설문조사 결과는 다이어그램 참조).

설문조사 코너의 게시판에 달린 댓글(리플)들을 보면, 외도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때론 과감한 여성들의 이중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바람도 습관이다. 첫 외도는, 원래 사귀는 사람이 있었는데 첫눈에 반한 사람을 만나게 돼서 동시에 두 남자를 사귀었다. 두 번째 외도는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되자 내가 그 남자를 더 좋아하게 될까봐, 그래서 그가 떠나게 될까봐(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더 좋아하면 그 여자에게서 매력을 잃어간다고 들은바) 두려워 ‘보험’을 하나 들었다. 세 번째 외도는 습관이 돼서 도저히 한 사람만 사랑하기엔 허전하더라.”(ID ‘꾸밈없는 여자’)

“심심해서 바람을 피운다는 친구의 말에 뒤집어지는 줄 알았어요! 하긴, 저도 애인 두고 다른 사람 만나러 돌아다니지만…. 무뚝뚝한 애인 때문에 외롭거든요.”(ID ‘웁시레이디’)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요? 단지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존재감보다는 책임질 일이 많아지니 감정을 참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여자나 남자나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현실적으로 남자에게 바람의 기회가 쉽게 주어지는 탓이지…. 결혼해도 멋있는 사람은 멋있고 사랑은 사랑이니까.”(ID ‘공간’)

쿨한 로맨스 나도 한번? 아내는 외도 중!
“왠지 둘 사이가 소원하고 지루해질 때 때마침 ‘호감남’이 나타난다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마음이 가게 되고 만나게 되고…. 권태감 속에 다가오는 설렘의 유혹.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ID ‘프라임’)

기혼 여성들의 외도는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고 있을까. 외도라는 은밀한 행위의 특성상 그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그 추이를 방증할 만한 자료는 있다.

남편들, 아내의 외도 알고도 홀로 삭이는 경우 많아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www.lawhome.or.kr)에 접수된 연도별 이혼상담 사유 통계에 따르면, 남편이 아내의 부정한 행위 때문에 상담을 요청한 사례가 2002년의 경우 73건, 2003년 72건, 2004년 71건, 2005년 41건, 올해(11월 말 현재)는 62건에 이른다. 해마다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사)한국남성의전화(http://manhotline.or.kr)에 매년 접수되는 2400여 건의 상담 가운데 아내의 외도에 대한 것이 전체의 4분의 1이나 되는 500여 건에 달한다.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아직 아내들의 외도가 남편들의 그것만큼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친정이나 시댁 식구 혹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일정 정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아내들의 처지와 달리, 남편들은 아내의 외도 사실을 주위에 털어놓다가 자칫 ‘못난이’로 치부될까봐 홀로 분을 삭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통계 수치로만 아내의 외도 현황을 가늠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말한다.

연세YOO·KIM 신경정신과 유상우 원장은 “남성들은 아내의 외도를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불면증이나 심한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기혼 남성들을 면밀히 상담하다 보면, 그들이 호소하는 증상의 이면에 아내의 외도가 똬리를 틀고 있는 예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밝힌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혼자서 끙끙 앓다가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심리적 고통을 못 이겨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유 원장에 따르면 임상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이런 남성 환자의 증가율은 최근 4~5년 동안 연 10% 정도 된다고 한다.

‘여자가 바람나면 무섭다’는 속설은 일면 진실이다. 통상적으로 외도 남편들은 가정을 깨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 아내들의 경우 외도 사실이 발각되면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천에 사는 40대 남성 A씨의 사례가 그런 경우다. 결혼 후 별문제 없이 살아온 그는 얼마 전 아내에게서 이혼을 통고받았다. 아내에게 남자가 생긴 것. 처가 식구들까지 나서서 가정을 지키기를 원했음에도 그의 아내는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 홧김에 그녀를 때린 일이 있는데, 아내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은 채 폭행만을 문제삼아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쿨한 로맨스 나도 한번? 아내는 외도 중!
아내들이 외도를 감행하는 까닭은 뭘까. 1980~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도 사실은 주로 현장에서 발각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불륜 커플의 ‘접속’이 가능하다. 실제로 ‘낯선 남자’의 존재를 아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아채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는 게 부부 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방심리상담소 엄영문 소장은 “무엇보다도 휴대전화의 보급과 인터넷 메신저의 발달이 멍석을 깔아줬다. 거기에 기혼 여성들의 경제활동 증가에 따른 사회적 지위 향상, 그에 따른 남성들과의 접촉 확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빈번히 등장하는 불륜과 그에 대한 미화, 향락문화의 발달 등이 맞물려 외도 기회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의외로 기혼 여성들의 외도는 남자들이 보기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사는 M(37)씨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사연을 들려줬다.

“지난 9월의 어느 날 새벽 인터넷 채팅을 했는데, 30대 중반이라는 상대 여성이 갑자기 ‘동해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장사를 하는 자신을 시어머니가 신뢰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사는 곳이 충청도여서 꾹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위로해주고 싶은 욕구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불륜 시작 땐 육체적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어

아내들의 외도가 무서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남편들의 외도보다 훨씬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 적지 않은 수의 남편들은 체념하거나 자책한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 사례들에서 보듯,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혀 보복범죄로 ‘응징’에 나서는 일도 적지 않다.

한 증거조사 전문 심부름센터 직원은 “배우자의 부정에 대한 증거를 잡으려는 의뢰인들의 남녀차가 뚜렷하다. 아내들은 증거를 찾아달라고 하다가도 마음속에 묻고는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편들은 그렇지 않다. 철저히 찾아내려 한다”고 귀띔한다.

아내들의 외도는 남편이나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 정서적인 외로움 등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일단 정신적 공허를 해소하고 빈틈을 채워줄 만한 상대를 만나 불륜을 시작하면 육체적 욕망의 분출에서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아내의 바람을 잠재울 묘책은 있을까. 현대인의 섹스와 동거, 결혼, 불륜, 이혼, 독신생활 등에 관한 저서 ‘현대인의 사랑과 성’을 펴낸 바 있는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는 “거시적 관점에서, ‘아내들의 외도가 흔해진 사회’를 선진국의 흐름을 따라잡는 일에서 파생된 트렌드의 변화로 보고 싶다”며 “부부간에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대폭 늘려 인생과 결혼생활, 그리고 남녀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좀더 심도 있게 관조하는 것만이 파국을 막는 지름길이다”라고 조언한다. 요약하자면, 가족 구성원 간 친밀도가 높은 가정일수록 외도를 사전에 예방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권고는 이미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외도 아내의 남편들에겐 이상적인 바람일 수 있다. 좀더 실제적인 대처방안은 없을까.

남성의전화 관계자는 “부부가 함께 2~3개월간 심리상담을 받으면 남편의 분노 감정을 다스리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권한다.

당신의 아내는 안녕하신가? 만의 하나라도 그 어떤 흔들림이 감지된다면 먼저 이렇게라도 말해보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내는 지금 외롭고 힘든 터널을 홀로 지나고 있다.

아내의 행동 이럴 땐 혹시…

약속 잦고 외모 관심 커지면 ‘일단 주의’


부부 문제 전문가들은 남편이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아차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남편의 바람기를 금세 눈치채는 아내의 경우와는 정반대다. 기껏해야 몰래 아내의 휴대전화에 찍힌 문자메시지를 보고서야 사태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좀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평소와는 달라진 아내의 행동거지를 관찰할 수 있다. 남편 몰래 전화를 받는다거나 저녁 나들이가 잦아지는 것 등이 한 예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횟수가 많아지는 것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 약속이 갑자기 많아지고, 옷이나 화장품 등을 다량 구입해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도 주의해서 봐야 할 변화다.

물론 이러한 낌새가 비친다고 해서 무작정 아내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 의처증은 금물이라는 뜻이다. 단지 아내와의 사이에 ‘간극’이 생겼음을 깨닫고 아내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중요한 건 과거와는 다른 유형의 ‘관심’이다.

남편들은 대개 직장일을 핑계로 아내의 입장에 서보는 일을 꺼린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결코 아내를 ‘외도 잠재군(群)’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힘들다.

우방심리상담소 엄영문 소장은 “여성들은 처음부터 낯선 남자에게 성적인 욕망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잘 챙겨주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관계의 지속성’을 바란다”며 “아내들의 외도 사례를 분석해보면 그 귀착 사유의 60%가량이 남편에게 있는 만큼 먼저 남편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565호 (p24~27)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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