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4

2006.12.12

꾀와 뚝심 코트의 용병술 열전

신선우·최희암 여우형 지략가 전창진·김동광·허재 불도그형 맹장

  • 김종석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js0123@donga.com

    입력2006-12-11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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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코트가 시즌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력 평준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혼전 양상이다. 지켜보는 팬들은 짜릿한 농구의 재미를 만끽하겠지만, 10개 구단 감독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어느 한 경기 마음 편하게 볼 여유가 없다. 이긴 날은 모처럼 발 뻗고 잘 수 있지만 패하면 밤새 복기하느라 잠을 못 이룬다. 이들 10명의 고독한 승부사는 남다른 개성으로 ‘10인 10색’의 용병술을 펼쳐낸다.

    꾀와 뚝심 코트의 용병술 열전

    전자랜드 최희암, LG 신선우, 모비스 유재학 감독(왼쪽부터).

    여우- LG 신선우, 전자랜드 최희암, 모비스 유재학 감독

    신선우 감독은 수가 많다고 해서 ‘신산(神算)’으로 불린다. 농구 규정을 샅샅이 꿴 그는 선수 선발, 트레이드 등에서도 그것을 활용해 다른 팀 관계자들의 허를 찌르곤 했다. 뒤늦게 편법 시비를 일으켰지만 유유히 ‘법망’을 피해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연세대 74학번 동기인 최희암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대대적인 선수 맞교환을 단행해 전력을 보강했다.

    최희암 감독은 두꺼운 뿔테 안경의 부드러운 이미지 속에 날카로움을 감췄다. 아들뻘 되는 선수들에게 자상한 미소를 짓다가도 작은 실수에 가차 없이 벤치로 불러들여 호통을 친다. 모비스 감독 시절 구단과 마찰을 일으켰던 최 감독은 전자랜드에선 프런트 직원과 융화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 감독은 증권사 법인영업부장 출신이며, 최 감독은 건설사 직원으로 중동 근무까지 다녀왔다. 다양한 사회 경험은 지도자로서도 장점으로 작용해 상황마다 변화무쌍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지난 시즌 모비스를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유재학 감독은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 비시즌에는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개별 과제를 내준 뒤 그 결과를 챙겨 훈련에 반영함으로써 효과를 거두고 있다. 프로 출범 때부터 줄곧 코치와 감독으로 11시즌 연속 쉼 없이 팀을 맡고 있는 유 감독은 용병 다루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모비스 용병 센터 크리스 버지스가 자신감을 잃은 모습을 보이자 자주 미팅을 갖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르고 달래며 ‘냉탕 온탕’을 오가는 선수 관리의 달인이다.

    꾀와 뚝심 코트의 용병술 열전

    KCC 허재, 동부 전창진, KT·G 김동광 감독(왼쪽부터).

    불도그- 동부 전창진, KT·G 김동광, KCC 허재 감독

    전창진, 김동광, 허재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다혈질의 맹장 삼총사다. 심판의 오심이라도 나오면 거친 항의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0.1t이 넘는 육중한 체구를 지닌 전 감독과 몸에 열이 많은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와이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는다. 경기 내내 목소리를 높이는 전 감독은 4쿼터가 되면 목이 쉴 때가 많다.

    전 감독은 평소 호형호제하며 가까웠던 강동희, 김승기를 코치로 불러들여 한 배를 탔다. 또 용병 자밀 왓킨스의 기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으로 주장 임무를 맡기고 매달 3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김 감독은 간판선수 단테 존스와 거의 매 경기 신경전을 벌이며,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육두문자를 날린다.

    전 감독과 김 감독은 열혈남아로 통하지만 때론 선수들의 성격에 따라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하기 때문에 카멜레온이라는 말도 듣는다.

    주전 이상민과 추승균의 연이은 부상으로 올 시즌 하위권에 처진 허 감독은 화려하던 현역 때는 겪지 못했던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래도 꿋꿋하게 트레이드보다는 기존 멤버를 최대한 활용하는 정면 돌파를 고집하고 있다.

    전 감독과 허 감독은 무엇보다 의리를 중시한다.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지키려고 애쓴다.

    꾀와 뚝심 코트의 용병술 열전

    삼성 안준호, 오리온스 김진, KTF 추일승 감독(왼쪽부터).

    곰- 삼성 안준호, 오리온스 김진, KTF 추일승 감독

    언뜻 보면 좀처럼 나서는 법이 없는 무색무취의 감독들 같지만 두뇌회전이 비상하다. 지난 시즌 삼성을 정상으로 이끈 안준호 감독과 김진 감독은 평소 심판 판정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도 좀처럼 화내는 법이 없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안 감독은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말수는 적지만 스피치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며 터득한 현란한 화술이 돋보인다.

    김 감독과 추일승 감독은 실속파로 불린다. 특히 용병 선발 때 치밀한 정보 수집과 발품으로 시즌마다 수준급 선수를 선발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비디오를 꼼꼼히 보고 농구 서적을 탐독해 연구파 감독으로 유명한 추 감독은 스트레스가 생기면 혼자 차를 몰고 연고지 부산 해운대 일대를 드라이브한다. 이들은 믿음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꾀와 뚝심 코트의 용병술 열전

    SK 강양택 감독대행.

    캥거루- SK 강양택 감독대행

    강양택 감독대행은 김태환 감독이 시즌 초반 성적부진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코치로 있다 갑자기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전임 이상윤 감독 밑에서 코치를 한 뒤 두 번째로 감독을 떠나보냈다. 감독 경험은 처음이라 커서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족처럼 홀로서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맏형 같은 리더십으로 문경은, 전희철 등 고참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위기에 빠진 팀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끈끈한 친화력이 강 대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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