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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웃어봐요~ 병도 달아나요

만병통치약 ‘웃음치료’ 인기 … 잠재력 개발, 리더십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하하 웃어봐요~ 병도 달아나요

하하 웃어봐요~ 병도 달아나요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웃음건강관리사 과정 강의 모습.

웃음스쿨의 시작은 노래방 기계가 맡았다. 곡명은 ‘찰랑찰랑’. 반주가 시작되자 평균 40대 후반의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뛰어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나이를 잊은 듯한 모습이 무척 활기차다.

하나 둘 모여든 수강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서로를 보며 깔깔깔 웃고 포옹을 했다. “반가워요!” “잘 지냈어요?”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스러웠지만 기자도 강의실 ‘규칙’에 따라 수강생들과 포옹을 했다. 10여 명과 그렇게 했을까. 이상하게 재미있고 즐거웠다. 포옹을 나눌수록, 상대가 반갑게 맞아줄수록 자연스러워지고 어색함도 사라졌다. 알 수 없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이들의 포옹 인사에는 웃음과 칭찬이 더해졌다. 조용히 외치는 것이 아니라 있는 힘껏,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서로에게 이렇게 외친다. “사랑해요. 대단해요. 원더풀~.” 수강생 박재순(47) 씨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서로 포옹하고 칭찬하고 위로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긴장도 풀어지죠. 이것이 바로 웃음스쿨, 웃음치료의 기본입니다”라고 말했다.

웃음치료가 인기다. 웃음치료는 말 그대로 웃음으로 병을 고친다는 신종 치료법. 잠재력을 개발하고 리더십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단다.



누구에게나 칭찬은 약, 웃음은 수술

‘동의보감’에는 ‘보약보다 좋은 것은 웃음’이라고 적혀 있다. 최근에는 우울증, 치매 등 정신질환에 웃음이 특효라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웃음치료는 전문용어로 ‘웃음건강치료기법’ ‘치료레크리에이션’ ‘펀(fun)리더기법’이라고 부른다. 기자는 11월29일 웃음건강관리사 과정이 개설된 숙명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주임교수 박재완)을 찾아 교육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하하 웃어봐요~ 병도 달아나요

“사랑해요. 대단해요. 원더풀”을 외치며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박재완 교수.

웃음스쿨에는 교재가 따로 없다. 웃음치료 강사를 맡고 있는 박 교수는 “웃음은 자연스럽게 나올 때 제일 아름답습니다. 무엇으로 웃길까를 고민하기보다 웃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죠”라고 말한다.

웃음스쿨에는 잘못했다고 벌을 주는 일도, 인상을 구기거나 화를 내는 일도 없다. 그래선 웃음치료가 되지 않는다. 지각생에게도 박수로, 포옹으로 아낌없는 사랑을 나눠준다. ‘10분 늦으면 박수, 20분 늦으면 기립박수, 30분 이상 늦은 사람은 박수를 치며 헹가래’, 뭐 이런 식이다.

마주 앉은 사람에게 다섯 가지 칭찬의 말을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됐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웃어주고 만져주면서 머리스타일이 멋있다, 피부가 좋다, 목소리가 좋다, 성격이 좋다 등의 칭찬을 해준다. 칭찬을 해야 칭찬할 일이 생긴다는 게 웃음치료에서 말하는 칭찬의 핵심. 칭찬과 웃음은 이 치료법의 약이자 수술이다.

이날 강의에서는 15명의 수강생이 준비해온 장기자랑과 놀이도 선보였다.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자신을 내보이고 어색해하지 않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이라고. 어릴 때나 해봤을 ‘지글지글 짝짝, 보글보글 짝짝’으로 시작되는 놀이, 닭 울음소리를 흉내낸 ‘꼬끼오 놀이’ 등 언뜻 보면 유치한 놀이지만 이 놀이들은 웃음스쿨의 중요한 교재이자 프로그램이다. 이런 놀이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사람과 사람 간의 벽은 사라진다.

이날 장기자랑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은 20년 넘게 에어로빅 강사로 일해 온 구인선(44) 씨(기자가 심사위원을 맡았다). 구씨는 1등에 뽑힌 기념이라면서 다음 주 수업시간에 보여줄 생각으로 한 달 넘게 준비한 춤과 노래도 선보였다. “(에어로빅) 수강생들이 생일을 맞거나 중요한 연습이 있는 날이면 웃음스쿨에서 배운 갖가지 웃음요법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구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웃음치료 방법인 ‘하하체조’ ‘웃음체조’도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수강생의 상당수가 현재 각종 사회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웃음 전도사들. 봉사활동을 할 생각으로 웃음치료스쿨의 문을 두드린 사람도 있다. 이들은 수시로 웃음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몸으로, 웃는 표정으로 웃음치료를 전파한다. 특히 몸과 마음이 불편한 장애인, 치매 환자, ‘왕따’ 피해 학생, 호스피스 병동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환자요, 친구요, 고객이 된다.

웃다 보니 3시간 강의 어느새 ‘훌쩍’

하하 웃어봐요~ 병도 달아나요

수강생들이 장기자랑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배운 웃음치료 방법은 ‘하루에 10번 이상 30회 이상 박수를 치자’는 뜻의 ‘1030웰빙박수’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닭은?’(정답 ‘후다닥’) 같은 돌발퀴즈 시리즈다. 손수건 돌리기, 짝 맞춰 의자 앉기 같은 게임들도 있다.

이쯤에서 재미있는 퀴즈 몇 가지. ‘쥐가 네 마리’를 두 자로 하면?(정답 ‘쥐포’), ‘개가 사람을 가르친다’를 네 자로 줄이면?(정답 ‘개인지도’), ‘호주에서 쓰는 돈’은?(정답 ‘호주머니’). 대답을 먼저 하겠다며 “저요, 저요~” 너도나도 아우성이다. 중년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강생들은 적극적이다.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목청을 높인다. 이 모두가 웃음치료가 가져다준 결과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강의실에는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3시간 내내 웃었더니 얼굴 전체가 얼얼했다. 힘든 줄도 모르고 3시간을 어떻게 웃었을까 싶다. 옆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웃고, 무슨 말에도 통쾌하게 웃는 것이 바로 웃음치료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웃음치료사로 활동 중이라는 수강생 박광봉(51) 씨는 “웃음치료는 부작용이 없어요. 치료비도 들어가지 않죠.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웃음치료를 배우고 있는데, 사실은 내가 더 건강해졌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주간동아 2006.12.12 564호 (p60~61)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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