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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싶은데 먼저 떠나기는 싫고…

친노 vs 반노, 명분과 실리 손해볼까 ‘눈치작전’ … 노 대통령 강수에 반노 밀리는 양상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헤어지고 싶은데 먼저 떠나기는 싫고…

헤어지고 싶은데 먼저 떠나기는 싫고…
친노(親盧), 반노(反盧)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이 선봉에 선 통합신당세력 및 반노 세력은 현재 결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은 문제는 ‘누가 남고 누가 떠날 것인가’, 그리고 ‘떠나면 언제 떠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통합세력, 전당대회 통해 밀어내기 노림수?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없다’는 양 진영은 모두 ‘상대’가 탈당하길 바란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제일 큰 이유는 명분이다. 탈당하면 말 그대로 ‘탈당 세력’이 된다. 국민은 그런 세력을 ‘집 나간 자식’ 정도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대사(대선)를 앞둔 이들로서는 이런 불리한 처지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비용, 이른바 정치자금도 고려해야 한다. 집을 떠나면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든다. 특히 새집(신당)을 짓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와 현저하게 달라진 정치풍토 속에서 큰돈을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여당을 박차고 나온 세력에게 “이 돈을 쓰라”며 손을 내밀 세상 인심이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양 진영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잘 안다.

반대로 남는 세력은 엄동설한 속에서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우리당 당사와 2007년 1·4분기 국고보조금 등 제반 자산을 자동적으로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쪽이든 집을 나서는 순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셈이다.



비례대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친노와 반노의 모습으로 공존하던 이들 중 어느 한쪽이 탈당하면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어느 세력이 밀어내느냐에 따라 정치적 진로와 입지가 달라지는 것. 척박한 정치환경에 스스로 나서겠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은 없다. 당연히 상대를 밀어내라는 요구가 각 진영 지도부에 전달된다.

양 진영은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 가운데 전당대회 활용론이 눈길을 끈다. 통합세력은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신당 수임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임기구는 대세를 선점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통합신당 진영은 이미 기간당원제를 폐지한 대신 기초당원제를 도입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위한 준비’라는 명분을 내놓지만, 전당대회에서의 세 싸움을 염두에 두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친노 세력의 계산은 다르다. 이들은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친노 세력에서 몇 명은 지도부 입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통합 수임기구의 활동에 조직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된다.

친노 세력은 “민주당을 탈당해 우리당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살펴보라”고 강조한다. 당시 민주당 사수파가 상무회의 인준 과정에서 완강하게 고집을 부렸기 때문에 신당파는 불가피하게 집을 나와 우리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통합신당 진영이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통합신당파도 이런 점이 고민스럽다. 친노 세력이 원칙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경우 힘과 힘이 맞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폭력사태도 우려된다. 그 경우 비난 여론은 온통 통합세력이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는 노 대통령의 정치 의지도 부담이다. 탈당과 하야를 입에 올렸던 노 대통령은 며칠 뒤 “당에 남아 개혁정당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은 원칙과 명분을 거머쥔 채 가만히 앉아 있을 태세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판을 짜던 통합세력으로서는 준비해온 시나리오를 버리고 새로운 버전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형편이다. 문제는 ‘노심(盧心)’이 또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12월9일 양측 첫 번째 대회전

통합세력은 친노 세력에게 명분에서 밀린다. 지역정당을 거부하고 개혁정당을 지키겠다는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의 주장을 뒤엎을 만한 상위 논리를 찾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세력은 ‘민주세력 대연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구악이라며 결별했던 민주당과의 재통합에 방점이 찍혀 있는 상태다. 국민도 그 부분을 의문으로 제기한다. 이런 점을 간파한 노 대통령은 “통합신당파가 가는 길은 지역당”이라며 선을 그어버렸다. 그나마 쥐고 있던 쥐꼬리만한 명분마저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것. 노 대통령은 “도로민주당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마지막 일격도 잊지 않았다. 이 말을 접한 국민으로선 통합세력이 가고자 하는 종착지가 대선에서의 호남표 확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11월30일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가 더 나쁘다’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때 당청의 파트너로 활동했던 그들이 국정 실패를 모두 노 대통령에게 덮어씌우는 듯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언론도 이 점에 의문을 표한다. 집권 말기가 되면 정치권, 특히 여당은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 묻고 자신들은 뒤로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 의원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노 대통령은 물론 통합세력의 주역들도 국정 실패의 한 축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당사자들로서는 부담스럽고 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통합세력에는 현재 ‘얼굴마담’이 없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주변에서는 ‘불임(不妊) 정당’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비전 부재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연결돼 인기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그럼에도 통합세력은 길을 나설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현란한 정치기술로 몇 차례 판을 흔든 탓에 계산이 다소 복잡해지긴 했지만, 가던 길을 멈추기는 어렵다. 양 진영의 첫 번째 대회전은 12월9일로 예상된다. 이날 우리당은 의원총회를 소집한다.

이때 외유 중인 노 대통령의 대리인들은 통합세력에 맞서 기선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물론 이 한판에 양 진영의 최종 승부가 걸린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긴 싸움의 시작에 불과하다. 마주 선 양 진영은 이제 진검을 잡은 손에 힘을 넣고 있다. 과연 누가 남고, 누가 떠날 것인가.



주간동아 2006.12.12 564호 (p14~1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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