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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딛고 필드에서 “굿샷!”

호주 4곳 골프협회 정기 토너먼트 성황 … 많은 선수들 개인들로부터 후원받으며 활동

시각장애 딛고 필드에서 “굿샷!”

시각장애 딛고 필드에서 “굿샷!”
골프가 얼마나 쉽지 않은 스포츠인지는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결정적인 순간, 마음을 비우고 눈으로 목표점을 확인한 뒤 마음속에 목표점을 그리며 정신을 집중해도 원하는 지점에 공을 올릴 수 있을까 말까다.

그렇다면 앞을 보지 못해도 골프를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불편하지만 할 수 있다’다.

호주에서 ‘시각장애인 골프대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어 화제다. 뉴사우스웨일스, 빅토리아, 서호주 그리고 남호주 주에 각각 시각장애인 골프협회가 있어 정기적으로 토너먼트 대회를 열고 있다.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는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열리고 있다. 국제대회도 2년마다 열린다. 1994년 호주 퍼스에서 첫 번째 국제대회가 개최됐으며 96년 일본, 98년 캐나다, 2000년 스코틀랜드, 2002년 미국 플로리다, 2004년 또다시 일본 등에서 열렸다. 올해는 9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제7회 국제대회가 치러졌다. ‘장애인도 일반인이 하는 모든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구상된 국제대회는 이제 정규 행사로 자리잡았다.

캐디가 공의 위치와 방향 설명



시각장애 딛고 필드에서 “굿샷!”
공식적으로 시각장애인 골프협회가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북아일랜드, 일본, 캐나다, 스코틀랜드, 영국 등이며 한국에는 아직 없다. 협회에 소속돼 경기에 참가하는 시각장애인 골프선수는 세계적으로 약 250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골프를 할 수 있을까? 비결은 시각장애인 골프선수들의 ‘눈’이 되어주는 캐디에게 있다. 캐디들은 선수들의 곁을 따라다니며 공의 위치와 방향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공이 홀에 근접했을 때는 홀에 꽂힌 깃발에 달린 종을 울리게 해 선수들이 어디쯤으로 공을 쳐야 할지 알려준다.

많은 스포츠 분야 장애인협회 설립

시각장애인 골프 토너먼트의 규칙은 일반 대회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남녀 구분도, 나이 제한도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시력 장애 정도에 따라 B1, B2, B3로 대회를 나누어 진행한다. B3는 완전히 시력을 잃은 사람들만 참가하는 대회다.

시각장애 딛고 필드에서 “굿샷!”
최근 필자는 남호주 벨리뷰에 사는 론 닐(68) 씨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25년 전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시각장애인. 그러나 고령에도 일반인들과 함께 골프를 즐기며 틈틈이 시각장애인 대회에 참가한다.

닐 씨는 1980년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까지 골프는 물론 지역의 축구클럽에 소속돼 축구선수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자택을 찾아간 필자에게 닐 씨는 “시력을 잃기 전까지는 싱글 정도의 골프 실력이었다”며 웃었다.

시력을 잃은 뒤 심각한 우울증을 앓으며 자살까지 생각했던 닐 씨에게 다시 골프를 권한 사람은 그의 아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다시 골프를 시작한 뒤 닐 씨는 예전의 쾌활한 성격을 되찾았다. 현재 그의 핸디는 정상인이었을 때보다 조금 떨어지는 27~30을 유지하고 있다.

10여 차례 대회 우승 기록을 세운 닐 씨는 요즘도 월요일마다 아내 마거릿과 함께 골프장에 나가 일반인들과 어울려 골프를 친다. 2003년 대회에서는 홀인원도 경험했다. “일반인과 골프를 할 때 경기 진행 속도가 느려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오히려 내가 경기를 너무 빨리 진행해 항의하는 친구가 많다”며 크게 웃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골프선수들은 많은 개인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자 중에는 일본의 유명한 음악가이자 백만장자인 한다 하리샤 씨도 있다. 그는 세계시각장애인골프협회에 매년 25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기부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일본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체류비까지 지원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호주의 시각장애인 골프선수들은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일반인과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스포츠를 통해 일반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고, 대회에 참여함으로써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시각장애인 골프선수인 다이애나 티셀톤(여·76) 씨는 “스포츠는 장애인에게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장애인들은 골프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농구, 테니스, 크리켓, 럭비 등 많은 스포츠 분야에 장애인협회가 별도로 설립돼 있어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장애인 스포츠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주간동아 2006.11.07 559호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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