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3

2006.09.19

할렘, 관광상품으로 변신 중

  • 입력2006-09-13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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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렘, 관광상품으로 변신 중
    ‘할렘’, 뉴욕 맨해튼의 흑인 밀집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어로 소개된 뉴욕 관광 책자를 보면 할렘은 맨해튼에서, 특히 저녁에는 반드시 피해야 할 곳으로 분류돼 있다. 그만큼 그곳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얼마 전, 흑인음악의 산실로 유명한 아폴로 극장을 취재하기 위해 할렘을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마추어들을 대상으로 재능 있는 연기자를 뽑는 ‘아마추어 나이트’가 열린다. 마이클 잭슨, 빌리 할리데이, 스티비 원더 등 전설적인 흑인 뮤지션들이 거쳐간 꽤 유명한 행사다.

    공연시간은 오후 7시 반. 지하철을 타고 가려다가 시간이 촉박해서 자동차를 가져갔다. 그런데 맨해튼에는 그 흔한 차고형 주차장(맨해튼 차고형 주차장은 주차비가 한 시간에 20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싼 편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새삼 ‘내가 할렘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찾은 주차장. 그러나 차를 대신 세워주는 직원도 없었다. ‘차 손상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고 팻말만 눈에 띄었다.

    아폴로 극장에 들어섰다. 물론 흑인이 관객의 반을 훨씬 넘었다. 그러나 백인도 있었고, 일본인 관광객도 많았다. 이미 아폴로 극장은 관광상품이 된 것이다. 아폴로 극장 관계자는 “할렘 르네상스”라는 표현을 썼다. 할렘이 과거처럼 ‘범죄’ ‘가난’의 대명사가 아니라 이제 문화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할렘은 현재 ‘관광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 가스펠 등이 주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흑인교회의 예배와 점심식사를 합친 패키지 관광상품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물론 아직도 할렘은 맨해튼 다른 지역에 비하면 범죄도 많고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1990년대 후반 이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뉴욕에도 많은 일자리가 생겼고, 할렘도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밤 10시 반 공연이 끝난 뒤 극장을 나섰다. 주차장까지는 골목을 지나 400m를 걸어야 한다. 할렘을 걷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 내 ‘마음속의 할렘’은 과거의 이미지에서 쉽게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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