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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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 목표, 고려대 ‘글로벌 MBA’ 떴다

1기 64명 중 22명이 외국인 학생 … 전 수업 과정 영어로 진행

  • 박현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고려대 글로벌MBA 1기 학생

    입력2006-09-13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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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최고 목표, 고려대 ‘글로벌 MBA’ 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참석한 고려대 글로벌 MBA 신입생들.

    8월28일 오전 10시, 고려대 LG포스코관 5층 강의실에서 글로벌 MBA(경영학석사) 1기 첫 수업이 있었다. ‘조직행동론’으로 번역되는 ‘Leading people and groups’ 수업에 참석한 한국 및 외국 학생 64명은 수업이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번 과정의 중압감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한국 학생 42명은 먼저 전체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듯했다. 이날 수업 내내 교수가 “Please feel free to suggest your opinion(자유롭게 의견을 말해달라)”이라고 주문했지만 손을 드는 학생은 대부분 외국 출신이었다.

    학생에게 주어지는 과제도 만만찮다. 이 수업에서만 △케이스 분석(그룹 프로젝트) 2건 △프레젠테이션 △6건의 리포트 제출 △시험 △동료 평가 등의 과제가 예고됐다.

    한국은 현재 MBA 과정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이후 각 대학이 야간 및 주말 과정을 통해 잇달아 MBA 과정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간 컨설팅 기관도 온라인 MBA 과정을 개설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MBA 과정이 낮은 이수 학점과 엄격한 학사관리, 교과과정 개발이 없는 학위 남발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내자 교육당국이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초 △45학점 이상의 이수 학점 △강화된 학생 대 교수 비율 △전 과정 영어강의 등의 강화된 조건을 걸고 ‘한국형 토종 MBA’육성방침을 밝혔다. 이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에 경영전문대학원을 인가했다. 이 중 서울대와 고려대가 1년 주간 과정의 글로벌 MBA를 만들면서,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 최고의 MBA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1년간 45학점 이수 ‘타이트’한 과정

    고려대 글로벌 MBA 디렉터인 김재욱(경영학) 교수는 “고려대와 서울대 두 학교만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의 인증을 받아 1년의 MBA 과정을 개설할 수 있었다”며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1년 과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려대는 글로벌 MBA 1기 신입생 64명 중 22명이 외국인으로, 8월 말부터 학기가 시작된 6개 대학 가운데 ‘글로벌’ 개념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모두 12개국에서 고대 글로벌 MBA를 찾아와 해외 명문대학 MBA와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 출신 학교도 미국 뉴욕대학, 프랑스 소르본대학, 중국 베이징대학 등으로 대부분 톱클래스의 학생들이다. 22명의 외국인 신입생들은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고려대의 전통의식인 ‘막걸리 사발식’과 ‘고연전 응원행사’까지 거뜬히 소화해냈다.

    고려대 글로벌 MBA는 2개월이 한 모듈로 모두 6개 모듈 동안 4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며, 2개의 다른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 학비는 1년간 4600만원으로 외국 MBA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국내에서 1년 동안 수업을 듣는 과정의 경우 10개월은 수업을 듣고 마지막 2개월은 원하는 회사에서 개별 특수연구와 인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또 다른 트랙은 2007년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해외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유럽, 중국 등. 교환학생으로 가는 대학의 학점 이수 요건만 충족하면 복수 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올해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은 글로벌 MBA 외에 1년 주간 과정의 금융 MBA의 1기 신입생도 받았다. 미국 등의 금융회사에서 인턴십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편 9월1일 일주일간의 수업을 끝낸 학생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날 입학 후 처음 가진 술자리에서 애로가 쏟아졌다. “그냥 인맥 정도 쌓는 과정인 줄 알았는데 착각임을 깨달았다.” “당분간 여유 있는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할 것 같다.”

    이들은 한편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험하는 ‘토종 MBA’에 기꺼이 시험대상으로 오를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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