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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경춘민자고속도로 사업

감사원 지적, 법 절차 무시하고 강행 … 통행 수요 부풀리기, 운영 수입 보장 특혜 논란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이상한 경춘민자고속도로 사업

이상한 경춘민자고속도로 사업

겅기도 하남시 미사리 초입 서울~춘천고속도로 건설 현장.

서울과 춘천을 잇는 대표적인 도로는 일명 ‘경춘가도’로 불리는 46번 국도다. 지난해 구리에서 청평까지 46번 대체우회도로가 뚫리면서 서울~춘천 간 거리는 한결 짧아졌다. 평일 이 우회도로는 무척 한산하다. 주말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46번 국도는 춘천을 거쳐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진다. 이 국도가 거쳐가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대체우회도로나 대체직선도로를 만들고 있다. 전 구간의 공사가 마무리되면 46번 국도의 도로교통 상황은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그 옆으로 또 다른 도로가 놓이기 시작했다. 바로 서울과 춘천을 잇는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다. 유료도로로 중간에 통행료를 받는다. 현재 예상 통행료는 5200원으로 무척 비싸다. 서울과 춘천을 왕복하려면 1만원이 넘는 통행료를 부담해야 한다. 과연 얼마만큼 사업성이 있을까.

민자사업자는 현대사업개발과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한국도로공사와 롯데건설, 고려개발, 한일건설 등이 참여해 만든 컨소시엄 ‘서울춘천고속도로㈜’(대표 박상채)다.

이 사업자는 2001년 9월14일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뒤 각종 절차를 밟아 2004년 3월19일 건교부와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예상 통행료 편도 5200원

총 사업비는 1조797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업자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투자금은 3238억원으로 18%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부 보조금이 총 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5023억원으로 사업자의 실질적인 투자비보다 많다. 나머지 52%에 해당하는 9700억원에는 금융기관 대출금과 일부 주주들의 대여금이 포함돼 있다.

사업자는 최초 사업제안서에서 2009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교통량을 5만2236대로 예측했다가 건교부와 실시협약을 체결할 때는 4만4923대로 하향 조정했다. 하루 평균 교통량이 이 정도면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사업자의 판단이었고, 건교부가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2004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에 걸친 현장 확인감사에 이어 10월까지 5개월 동안 내부검토를 거친 끝에 이 같은 예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당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자가 제시한 데이터 등 전산자료를 감사원이 직접 검토한 결과 하루 평균 교통량은 2만8634대(2009년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자와 건교부가 협약을 체결한 예측 교통량보다 1만7000대 가까이 적은 수치다.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조사, 분석한 하루 평균 교통량은 2만6768대(2008년 기준)로 더 적었고, 국토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2만2401대(2010년 기준)로 사업자가 예측한 교통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상한 경춘민자고속도로 사업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와 남양주시 와부읍을 연결하는 남양주대교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감사원은 또 사업자가 공사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양평~화도 간 고속도로를 2008년에 개통되는 것으로 가정한 뒤 교통수요를 예측한 사실을 지적했다. 만일 이 도로가 개통되지 않을 경우에는 하루 평균 교통량은 1만3540대로 크게 감소하리라는 것이 감사원의 예측이다.

사업자가 가평~춘천 구간의 교통량 중 41%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례로 천안~논산민자고속도로의 경우, 인근 국도에서의 전환율은 고작 3%에 불과하다.

46번 대체우회도로 이외에도 이 도로와 연계된 국도가 추가로 개발 중인 상황에서 국도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로의 전환율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어렵지 않다. 이대로라면 사업자는 적자를 볼 게 불 보듯 뻔하다.

감사원 측은 “실제 교통수요가 사업자와 건교부가 협상한 교통수요에 크게 미달할 가능성이 높아 매년 많은 최소운영수입보장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교부가 사업자에게 30년간 무상 사용과 함께 약속한 최소운영수입보장금은 5년까지 80%, 5~10년 70%, 10~15년 60%다. 협약을 체결한 4만4923대의 60~80%까지 통행한 것으로 계산해 부족한 액수만큼 수입을 보장해주기로 한 것.

감사원은 이에 따라 건교부에 “도로 시설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최소운영수입보장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뒤 주변 국도의 사업 규모와 건설 시기 등을 조정하라”고 통보했다.

건교부 민자 유치 도로 모두 실패

건교부는 그러나 감사원 감사 중이던 2004년 8월 사업자가 공사에 착공하도록 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해준 데 이어, 당초 예정된 일정대로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건교부 민자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은 약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감사원의 요구는 공인된 기관에서 재조사해보라는 것이었다”면서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서 재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예측 교통량은 4만1300여 대로, 협약서상 예측 교통량의 93% 수준이어서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결과가 감사원은 물론 국토연구원의 조사결과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은 “건교부에 모든 자료를 넘겼고, 이번 조사와 관련해서는 건교부에서 모든 것을 발표할 예정이므로 별도로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함구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의 또 다른 문제는 건교부와 사업자 간에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지적되고 있는 법률적 하자다. 이 문제는 사업으로 인해 땅을 수용당한 사람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상한 경춘민자고속도로 사업

2004년 5월 공항신도시와 영종도 인근 주민 300여 명이 신도시 공원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민자) 통행료가 일반 고속도로보다 4.5배 높은 ‘바가지요금’이라며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으로 6900원이다.

이 사업은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투법)과 ‘유료도로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민간이 투자한 유료도로이기 때문.

민투법 관련 조항에 따르면 기획예산처 심의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해 제출된 사업제안서를 심의,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은 이 규정을 어겼다. 2004년 3월13일 심의위원회가 열리지도 않은 채 서면심의로만 처리된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심의위원들이 서류를 팩스로 기획예산처에 전달했다는 것. 기획예산처는 1년이 지난 뒤인 2005년 3월 뒤늦게 민투법 시행령에 “심의위원회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그밖에 심의위원장이 특별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서면의결을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삽입했다.

이번 사업으로 땅을 수용당한 사람 중 한 명인 정희창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심의라는 것은 모여서 논의를 거쳐 의결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기본법을 바꾸지 않고 시행령만 슬쩍 바꾼 것도 문제지만, 그런 사실 자체가 기획예산처 스스로 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유료도로법 위반 소지도 있다. 유료도로법 제6조는 “도로관리청이 아닌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 ‘스스로의 부담’으로 제4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요건에 해당하는 도로를 신설 또는 개축해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4조 제3항은 “통행료의 수납기간에 납부될 것으로 예상되는 통행료 총액이 당해 유료도로의 신설, 개축, 유지, 수선, 그밖의 관리상 필요한 비용의 원리금 총액(건설유지비 총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당해 도로를 유료도로로 신설 또는 개축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사업자는 자부담으로 도로를 신설해야 하고, 예상되는 통행료의 총액이 공사비 총액보다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의 경우 정부에서 30%를 직접 지원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사원의 예측 통행량 대로라면 통행료가 총 공사비보다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은 유료도로법보다는 특별법인 민투법의 적용을 우선적으로 받게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투법은 2004년 10월22일 법 개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예외조항이 삽입되었다.

“다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도로의 신설 또는 개축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타당성이 있고, 공공교통상의 편익이 현저하게 증가한다고 인정해 그 도로의 건설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재정지원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결과적으로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은 이 예외조항에 해당한다. 정 변호사는 그러나 “건교부와 사업자 간 협약이 체결된 시점이 그해 3월19일로 예외조항이 만들어지기 전”이라면서 “이 사업은 예외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소 1500억원 수익 보장?

정 변호사는 건교부와 사업자 간에 협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법적소송을 진행 중이다. 2004년 3월 ‘민간투자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처분취소 소송’을 시작으로 ‘도로구역결정처분 취소 소송’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 확인 소송’ 등을 연달아 제기한 상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한 민간투자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처분취소 소송은 같은 해 7월 1심에서 원고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 사업시행자 지정만으로 완전히 허가가 난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정 변호사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사건은 현재까지 2년 넘게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나머지 사건도 모두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3월과 5월에는 토지를 수용당한 함모 씨 등이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건교부가 민자를 유치했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 사업 등은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건교부는 현재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1000억여 원, 천안~논산고속도로에 500억원 등 총 1500억여 원을 매년 최소운영수입보장금으로 쏟아 붓고 있다. 예상한 교통량에 비해 실제 교통량이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감사원의 전면 재검토 요구와 각종 법 위반 논란 속에 휩싸인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또다시 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올해 1월 민자고속도로 건설의 예산낭비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은 이 보고서에서 “정부재정사업으로 하지 않고 민자사업 방식으로 공사를 추진한 결과, 민간사업자인 서울춘천고속도로㈜는 4800억원의 폭리와 함께 최소운영수입까지 보장받고 있다. 이는 재벌에 대한 특혜다”라면서 민자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실련의 분석대로라면 현대산업개발 등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주주회사들은 자본금 3288억원을 투자해 최소한 1500억원의 수익을 보장받는 셈이다. 최소운영수입은 별도다. ‘땅 짚고 헤엄치기’가 따로 없다.

“이번 사업은 전체 수익률 8%를 목표로 진행 중인데 쉽지 않다. 이 사업은 사전에 예산을 확정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사업자가 향후 공사비를 추가로 요구할 수 없다. 사업자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그렇게 큰 수익은 아니다.” 이에 대한 건교부 관계자의 반박이다.



주간동아 553호 (p18~20)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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