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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대체 뭐기에!

주간동아·한국뇌학회 공동기획

  • 나흥식 고려대 의대 교수

뇌가 대체 뭐기에!

뇌가 대체 뭐기에!
동물은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모든 움직임은 신경계의 통제 아래 있다. 하등동물은 신경절(신경세포들이 모인 곳)이 몸 곳곳에 흩어져 있으나, 진화가 진행되면서 흩어져 있던 신경절이 척추 속에 모여 긴 꼬리 모양의 척수를 형성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타난 것이 척추동물이다.

이후 진화가 더 진행되면서 척수의 윗부분이 커지고 팽창해 뇌를 형성함으로써 복잡한 일을 일사분란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어류는 아주 작은 뇌를 가졌지만, 잘 발달된 척수 덕분에 바다를 지배할 수 있었다. 육지와 물 모두에서 살 수 있는 양서류나 파충류는 어류와 달리 척수보다 뇌가 더 발달했다. 육지에서만 사는 척추동물의 대뇌는 양서류나 파충류의 그것보다 더 발달했으며, 사람에 이르러서는 대뇌 부위가 극도로 커졌다.

우리의 조상인 유인원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숲 속에서 들판으로 나온 뒤 나무를 타고 이동하던 습성을 버리고 두 다리로 걸어야 했다. 그리고 할 일이 없었던 손이 물건을 쥐는 등 섬세한 동작을 함으로써 뇌가 더욱 발달했다. 따라서 우리는 지구상의 동물 중 몸무게에 비해 가장 큰 뇌를 갖게 됐고,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여 지구를 지배하게 됐다. 대신 인간의 뇌는 멋없는 막대사탕 같은 모습을 띠게 됐다.

인간의 뇌 무게는 약 1.5kg으로, 말랑말랑하고 주름진 호두 모양을 하고 있다. 고래의 뇌 무게가 8kg, 코끼리가 5kg가량 되지만, 체중과의 비율은 고래와 코끼리가 2000분의 1인 데 비해 인간은 약 40분의 1이다. 뇌는 척수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이루며, 각각 두개골과 척추 속에 들어 있다.

당신은 우리 몸에서 어느 장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해답은 각 장기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유추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두꺼운 뼈인 두개골에 안전하게 들어가 있다. 심장과 허파는 갈비뼈와 갈빗살로 이뤄진 가슴통에 들어가 있고, 소화장기는 뼈 없이 복근만으로 둘러싸여 있다. 중요한 장기일수록 잘 보호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장기들의 서열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의 동물 중 몸무게에 비해 가장 큰 뇌

뇌는 뇌간(연수, 뇌교, 중뇌, 간뇌), 소뇌, 대뇌반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척수에서부터 연수, 뇌교, 중뇌, 간뇌 순으로 이어진다. 소뇌는 뇌교와 중뇌를 뒤에서 감싸고 있다. 대뇌반구 아래에 묻혀 있는 기저핵은 다른 부위와 복잡하게 연결돼 있으며, 변연계는 뇌간과 대뇌반구를 구분해주고 있다.

뇌가 대체 뭐기에!

코끼리의 뇌 무게는 체중의 20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뇌는 체중의 40분의 1에 달한다.

중추신경계가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은 구조적 배열에 준한다. 척수는 피부와 근육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고 팔과 다리의 근육 등을 수축시키는 명령을 내보낸다. 뇌간은 척수의 연장으로, 머리 부위의 피부나 근육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 또한 뇌간에는 후각과 시각을 제외한 청각, 균형감각 등의 중추들이 있다. 후각과 시각은 뇌간을 거치지 않고 각각 변연계와 대뇌피질로 직접 연결되므로 더욱 강력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뇌간 중 연수에는 삼키기, 토하기, 숨쉬기, 심장 혈관 조절 등에 대한 중추가 있다. 연수 바로 위에 있는 뇌교는 다리를 뜻하는 말로, 대뇌피질과 소뇌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로 이뤄져 있다.

뇌교 위에 있는 중뇌는 뇌간에서 가장 작은 부분이지만 연수나 뇌교보다 훨씬 복잡하다. 시상과 시상하부 등이 있는 간뇌는 대뇌로 전달되는 감각 정보와 아래로 내려가는 운동 정보의 중계소다. 시상은 그리스어로 ‘Thalamus’라고 하는데, 이는 ‘소파’라는 뜻이다. 대뇌반구가 시상 위에 편안히 놓여 있는 모양을 빗대어 만든 말이다. 시상 바로 아래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음식 섭취, 내분비, 수분 상태,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중추가 있다. 시상하부 위에 있는 변연계도 시상하부와 마찬가지로 정서적 반응을 관장한다.

소뇌는 골격근의 긴장 상태와 평형감각을 관장하여 몸의 자세와 운동의 반사적 조절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기저핵은 소뇌와 함께 운동 정보를 통합하고 조절하여 움직임이 부드럽게 이뤄지도록 하며, 대뇌반구는 고도의 사고 기능과 운동 및 감각 기능을 총괄한다.

태어날 때 350g이던 사람의 뇌는 1년 후에는 700g 정도가 되며 일곱 살이 되면 거의 어른과 같은 1.5kg이 된다. 이때부터 더 이상 뇌 크기나 뉴런의 개수는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뉴런이 죽기 때문에 그 수는 점점 줄어든다.

출생 시 350g … 일곱 살 되면 어른과 같은 1.5kg

그렇다면 일곱 살 이후엔 어떻게 뇌의 기능이 발달하는 것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머리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뇌 크기나 뉴런의 개수보다는 시냅스의 수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와 더 관련이 있다. 시냅스의 형성과 관련된 뇌의 구성은 환경적 자극에 따라 달라진다. 사육된 동물은 야생에서 자란 동물보다 대뇌피질층이 얇으며, 사육된 동물 중 장난감이나 미로를 접하며 자란 동물은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피질층이 두껍다. 이는 뇌의 발달이 환경적 영향에 대해 의존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뇌와 컴퓨터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둘 모두 다양한 구조와 복잡한 연결을 통해 엄청난 속도의 연산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뇌에는 컴퓨터와 근본적으로 다른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뇌는 뇌척수액이라는 용액에 담겨져 있고, 신경에서 신경으로 정보를 전달하려면 시냅스 간격이라고 하는 20nm(100만분의 2cm) 정도의 작은 틈을 건너가야 한다. 즉, 신경의 전기적 신호가 화학적 신호인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케 한 뒤 시냅스 간격을 지나 다음 신경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따라서 뇌는 물에 잠긴 상태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용액 컴퓨터(fluid computer)인 셈이다.

물에 잠긴 상태에서 정보 전달 ‘용액 컴퓨터’

뇌가 대체 뭐기에!

영역별 담당 기억

뇌가 컴퓨터와 다른 또 한 가지는 컴퓨터의 모든 정보는 on/off로 결정되는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되는 데 비해 뇌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신경의 전기적 신호는 Na+ 통로의 문턱값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활동전압의 생성 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컴퓨터의 on/off와 같은 디지털 방식으로 활동전압의 개수에 따라 정보 크기가 결정된다.

그러나 활동전압의 개수가 많아지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많아지며, 이에 따라 다음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는 시냅스 전압의 크기가 커지므로 이 과정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커진 시냅스 전압이 축색돌기에 있는 Na+ 통로의 문턱값을 넘어서게 되면 다시 활동전압을 생성하게 되고, 시냅스 전압이 커지면 커질수록 활동전압의 개수는 많아진다. 따라서 신경의 정보는 활동전압이 시냅스 전압으로 전환되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D/A converting)과 시냅스 전압이 활동전압으로 전환되는 아날로그/디지털 변환(A/D converting)을 반복하면서 전달된다. 앞으로 뇌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진다면 D/A와 A/D 변환을 자유자재로 하는 물에 잠긴 컴퓨터를 쓸 날이 올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551호 (p12~15)

나흥식 고려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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