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매년 60일은 ‘캠핑카 여행가’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9-04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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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60일은 ‘캠핑카 여행가’
    “캠핑카를 타고 다니면 전국 어디에서든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고, 또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서 좋아요.”

    경기 고양시 신일정보산업고 사회 교사 최재묵(39) 씨는 1년에 적어도 60일 이상, 많을 때는 80일 가까이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빈다.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지방을 유람하고, 무더운 여름엔 태백이나 평창, 홍천 등 주로 강원도를 찾는다.

    최 씨가 세금을 포함해 7000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캠핑카를 구입한 것은 3년 전이다. 집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큰맘 먹고 일을 저지른 것. 올해 일곱 살인 아이를 위해서다.

    “나중에 아이에게 과외비로 들어갈 돈을 미리 당겨서 쓴 겁니다. 과외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었거든요.”

    국내 캠핑카 문화는 아직 초보단계다. 제대로 시설을 갖춘 오토캠핑장은 전무할 뿐만 아니라 일반 캠핑장조차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캠핑카 이용자들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차 값도 비싸긴 하지만, 한 해에 한두 달씩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만한 사람도 거의 없지 않은가.



    캠핑카가 흔하지 않은 까닭에 최 씨는 간혹 황당한 해프닝을 겪기도 한다.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잠시 쉬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한 듯 ‘캠핑카가 맞느니 틀리느니’ 하면서 언쟁을 벌이다가 차 문을 불쑥 열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밤에 잠을 자는데 사람들이 밖에서 차를 흔들기도 하는 것. 하지만 최 씨는 캠핑카 여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고 그 속에서 인생의 만족을 느낀다.

    “캠핑카를 이용하면 정말 한가롭고 여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어요. 그런 여행은 일을 떠나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내적으로 더욱 성숙되고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최 씨는 앞으로도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한 여행을 떠나고 그 속에서 풍요롭고 성숙한 인생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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