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침략 근성 일본의 속모습 해부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6-08-30 1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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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략 근성 일본의 속모습 해부
    ‘단도와 활’을 보는 순간 루스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이 떠올랐다. ‘국화와 칼’은 문화인류학적으로 일본을 분석한 책으로, 루스는 이 책에서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일본인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그로부터 벌써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이 책이 일본인, 일본문화에 관한 고전으로 손꼽히는 것을 보면 루스가 지적한 일본의 양면성이 여전히 유효한 게 아닐까.

    ‘단도와 활’ 역시 일본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제목은 일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단도는 대한민국을, 활은 일본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자는 일본인들의 생각이고 후자는 저자의 생각이다. 일본인들은 오랫동안 한반도를 ‘단도’라고 인식해왔다. 일본열도의 옆구리를 겨누는 단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전수방어와 선제공격 전략을 취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일본열도가 오히려 아시아와 태평양을 위협하는 활 같은 존재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나는 반일 운동가도 아니고 친일파도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일본을 정시하자는 숙일파(熟日派)다. 이 책이 단기 양성 친일파들에게는 경종의 서(書)로, 일반 독자들에게는 일본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로 활용된다면 더할 수 없는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25년이나 일본에 살았고, 아내도 일본인이기 때문일까? 저자는 중립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저자의 머리말과 달리 책 내용은 일본에 부정적이다.

    저자는 11장에 걸쳐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중에서 3장 ‘고이즈미의 벽’을 보자.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가 8월15일에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이유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일본유족회의 지지를 목적으로 8·15 참배를 약속한 탓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인다. 고이즈미의 5촌 아저씨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가미카제 특공대원인 까닭에 고이즈미는 젊었을 때부터 가미카제를 숭배했고 야스쿠니 신앙을 굳게 믿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습 정치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일본에서는 직업을 대물림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요리, 꽃꽂이, 전통무용 같은 예능 분야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세습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를 비롯, 그와 경쟁 관계였던 아소 타로, 다니가키 사다카즈 모두 정치인 집안 출신이다.



    “일본의 세습 의원들은 부모의 후광을 업고 무시험으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과거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을 리 없고 역사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추지도 못했을 것이다. 역사 망언을 서슴지 않는, 이른바 역사도 수치도 모르는 자민당 예비군들이다.”

    이밖에도 야스쿠니신사를 비롯, 일본의 역사 왜곡, 아카초칭 체질(신화, 미담, 미화를 좋아하는 일본인을 표현한 말), 지한파 일본인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었다.

    저자는 일본인들의 침략 근성이 활처럼 생긴 일본열도의 형상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한다. “그들은 동해 쪽으로 끊임없이 활시위를 당기고 싶어한다. 백제 때의 백촌강 전투, 임진왜란, 정유재란, 청일전쟁, 식민 통치 모두 동해 쪽으로 활을 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 다시 활을 날릴지 모른다. 한국과 일본열도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필연성이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지나친 과장일까? 아니면 일본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내린 정확한 진단일까?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한번 판단해볼 일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신숙주는 일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되 우호친선을 끊지 말라.”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역시 가깝고도 먼 나라다.

    채명석 지음/ 미래M·B 펴냄/ 37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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