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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전문직 드라마 왜 기피할까

품 많이 들고 시청률 저조 ‘위험부담 커’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품 많이 들고 시청률 저조 ‘위험부담 커’

품 많이 들고 시청률 저조 ‘위험부담 커’

1. SBS ‘토지’ 2. MBC ‘제5공화국’ 3.MBC ‘영웅시대’

변호사는 본연의 임무인 ‘변론’은 하지 않고 연애를 주업으로 삼는다. 형사가 나오지만 범인 잡는 일은 부업이고 본업은 여자 사로잡기다. 재벌 2세가 주로 맡는 대기업의 ‘실장’은 대부분 가난한 여자만 따라다닌다. 여자 외교관은 남자 애인에게 애교를 떠는 ‘애교관’의 성격이 더 짙다. 남녀 대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이유는 오로지 짝짓기를 위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직업의 모습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다. 즉, 등장인물의 직업은 오로지 멜로 구도를 형성하는 장식일 뿐이다. 직업은 등장인물의 성격뿐만 아니라 태도, 라이프스타일 등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극적 장치임에도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의사, 외교관, 기자, 교사, 승무원, 조폭, 가수 등 드라마 속 직업은 다양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한결같이 ‘연애’뿐이다. 이처럼 직업만 다를 뿐 연애라는 공통분모로 모든 등장인물들의 역할이 모아지는 것은 멜로 드라마의 범람이 부른 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안방극장을 수놓는 드라마는 대부분 ‘멜로’다. PD연합회보가 2004년 9월1일부터 2005년 8월31일까지 1년간 방송된 KBS, MBC, SBS 방송 3사 드라마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방송된 76편의 드라마 가운데 멜로물이 아닌 것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불멸의 이순신’(이상 KBS), ‘영웅시대’‘제5공화국’(이상 MBC),‘토지’(SBS) 등 9편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우리 드라마에는 다양성이 없어졌고 상투성과 진부함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류 덕에 한국 드라마에 익숙해진 외국 언론조차 “한국에는 멜로물밖에 없느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드라마의 획일성을 벗어나고 등장인물의 직업에 맞는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전문직 드라마의 도입이다. 전문직 드라마는 새로운 소재와 장르의 지평을 열 수 있어 다양한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이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직업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도 큰 구실을 한다. 과학수사대의 활약상을 그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CSI(과학수사대, MBC 일요일 방송)’와 1978년 전작에 이어 2003년 병원 의사들의 갈등과 이면을 그린 일본 드라마 ‘시로이쿄토(하얀 거탑)’등은 전문직 드라마의 장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전문직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우리 방송계 현실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우리 방송계는 전문직 드라마를 소화할 작가와 연출자가 절대부족하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문직 드라마로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종합병원’의 작가 최완규는 “전문직 드라마에 관심 있는 작가는 많지만 하나의 직업에 천착하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 많은 공부와 취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방송사들이 하나의 에피소드나 사건, 주제를 가지고 시추에이션 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되는 전문직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요즘 시추에이션 드라마는 연속극이나 미니 시리즈에 비해 시청률이 저조해 방송사들은 시추에이션 드라마 형식의 전문직 드라마 제작을 기피하고 있다.

‘CSI’처럼 전문직 드라마를 만들 경우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전문직 드라마의 도입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전문직 드라마는 멜로 드라마로 초래되는 드라마의 획일성과 진부함, 상투성을 벗어나 드라마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하기엔 아까운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사들이 이 부분에 눈을 돌려 투자를 아끼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551호 (p70~71)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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