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베이징 호적’이 뭐기에 30대 노동자 친자식 살해

  • 입력2006-08-30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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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호적’이 뭐기에  30대 노동자 친자식 살해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 수업 풍경.

    “처벌해야 할 죄인은 중국의 호적제도입니다.”

    8월16일 중국 베이징(北京) 시 창핑(昌平) 구의 창핑법원 법정. 갓 태어난 아들의 호적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절망 끝에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류모(33) 씨의 변호사는 중국 호적제도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호적이 뭐기에 친자식을 죽이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베이징 근교의 공장 직원인 류 씨가 아들을 낳은 때는 지난해 11월21일. 아들이 분만 예정일보다 일찍 나오는 바람에 2년여 봉급을 순식간에 날리긴 했지만, 류 씨는 마냥 기쁘기만 했다.

    그런데 출생 한 달 안에 해야 하는 호적신고를 하기 위해 다니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류 씨는 베이징 도시민 호적으로 올리려면 주택소유증명서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베이징의 호적제도는 무척 복잡하다. 부모가 모두 베이징 호적이면 문제가 없지만, 공장이나 기관에 소속된 집체 호적이거나 타지 호적이면 자녀가 베이징 호적을 갖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 류 씨는 창핑 구의 공장 집체 호적. 류 씨의 부인 스 씨는 허베이(河北) 성 출신이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집이 있어야만 자녀에게 베이징 도시민 호적을 만들어줄 수 있다.

    류 씨는 회사 소유의 주택 명의를 잠시만 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베이징 호적이 없으면 베이징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 타지 호적을 가진 사람이 자녀를 입학시키려면 1만~2만 위안(약 120만~240만원)의 찬조금이 필요하다. 월급 800위안의 류 씨에게 1만 위안은 1년치 월급이다. 취업은 아예 힘들다.

    류 씨가 아들의 호적문제로 고심하는 사이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장인 호적에 올리기로 하고 장인을 찾아갔지만, 벌과금만 무려 5000~8000위안을 내야 한다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올해 첫날 부인에게 젖이 잘 나오는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부엌에서 고기를 삶던 류 씨는 부인과 아들의 호적문제로 다투기 시작했다. 스 씨는 베이징 농민호적을 갖고 있는 시아버지의 호적에 아들을 올리자며 졸랐다. 그러나 그는 계모와 함께 사는 아버지를 만나는 일이 죽기보다 싫었다. 벌써 몇 년째 아버지와 왕래도 없이 지낸 그였다.

    점차 언성을 높이며 부인과 다투던 그는 갑자기 “에이, 아들 필요 없어”라고 소리치며 잠든 아들의 목을 조른 뒤 방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쳤다. 평소 앓던 우울증이 도지면서 벌어진 우발적인 사고였다. 스 씨는 급히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아이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세상에 태어난 지 단 43일 만이었다.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심리가 진행되는 내내 류 씨는 계속해서 속울음을 삼켰지만, 두 뺨엔 눈물이 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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