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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프트뱅크, 왜 우전시스텍 밀어줬나

평범한 기술력에도 VDSL 납품업체로 선정 … 노지원 씨 근무 시기와 맞물려 해석 분분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日 소프트뱅크, 왜 우전시스텍 밀어줬나

日 소프트뱅크, 왜 우전시스텍 밀어줬나

서울 금천구 가산동 우전시스텍 사무실.

‘바다게이트’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 씨가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 판매업체인 지코프라임이 인수한 우전시스텍(이하 우전) 상임이사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노 씨는 2003년 9월 KT 대리직을 사직한 뒤 우전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이 회사와 처음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우전의 등기이사로 취임했다. 노 씨는 지코프라임이 우전을 인수, 코스닥에 우회상장을 성공시킨 7월 초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바다게이트’ 와중에서 우전을 둘러싸고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우전의 대(對)일본 독점계약 파트너가 재일교포 소유 기업인 소프트뱅크였다는 사실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노 씨가 우전에 재직한 2년 7개월간은 VDSL 장비업체 우전으로서는 결정적인 전환기였다. 이 기간 우전은 동종 업계로는 처음으로 일본 진출에 성공,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정부의 각종 지원이 이때부터 쏟아졌다. 노 씨가 우전에 입사할 당시 이 회사의 재무상태는 아주 좋지 않았다. 2003년 상반기에만 4억7000여 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그해 말까지 손실 규모는 8억4000여 만원으로 늘어났다. VDSL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우전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시장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쇠락 일로 걷다 소프트뱅크 덕에 급성장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2003년 겨울부터 확 달라졌다. 쇠락해가던 우전에 회생의 물꼬를 터준 것은 다름 아닌 ‘소프트뱅크BB’(전 야후재팬). 우전은 2003년 12월23일 소프트뱅크에 VDSL 장비 11억원어치를 시험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4월까지 총 90억원가량의 독점납품권을 따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소프트뱅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재일교포 사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소유한 회사로, 일본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20~30%를 장악하고 있다.



노 씨 입사 후 6개월간 우전의 성장은 놀라웠다. 소프트뱅크와의 첫 거래도 대부분 그의 영입 직후 발생했다. 이 결과 우전은 2004년 상반기에만 18억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봤다. 불과 1년 전인 2003년 상반기 우전이 5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 우전과 소프트뱅크의 거래는 2005~2006년에도 이어져 우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우전의 기술력이 타 기업에 비해 뛰어났다면 계약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다. 당시 우전이 소프트뱅크에 납품한 기술인 VDSL 100Mbps는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전의 기술력이 뛰어났다기보다는 영업력이 남달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전 같은 업종의 기업은 당시 40~50사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비슷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었다. 소프트뱅크가 이들 기업 중 우전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대목이다.

물론 노 씨가 소프트뱅크의 납품건에 직접 관여한 증거는 없다. 그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활동했다는 얘기가 나온 적도 없다. ‘바다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노 씨와 우전 측은 노 씨의 역할에 대해 ‘중국 시장 진출 책임자’였다고 줄곧 밝혀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우전은 중국의 어떤 기업과도 거래를 하지 않았다.

日 소프트뱅크, 왜 우전시스텍 밀어줬나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인 노지원 전 우전시스텍 이사.

‘바다게이트’가 터진 이후 증권업계와 VDSL 관련 업계는 “당시 소프트뱅크와의 계약에 노 씨가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동시에 소프트뱅크에 대한 납품이 본격화된 2004년부터 2005년 초까지 600원대에서 6600원까지 10배가량 치솟은 주가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우전이 특별한 기술도 없이 영업력만으로 일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진출 첫해 거래액이 100억원도 안 되는 작은 규모였지만, 진출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당시에는 이미 대통령의 조카인 노 씨가 우전의 이사로 들어간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일본 진출에 노 씨가 중요한 구실을 했을 거라는 추측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우전의 주가가 폭등한 주된 요인이 소프트뱅크 납품건에 대한 기대심리였다는 점에서 우전과 소프트뱅크의 관계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한류 스타 배용준 씨와 함께 코스닥 상장 기업인 오토윈테크를 인수한 것을 비롯, 인터넷 뉴스업체 오마이뉴스 및 디지털업체 등에 각각 107억원과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한국 IT(정보기술) 시장에 활발하게 투자 중이다. 2005년에는 전남 광양시와 경제협력에 합의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와 우전의 관계가 장기 독점 계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기업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이 아닌 일종의 ‘투자’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전’ 미스터리

적자 때 잠잠하다 흑자궤도 오르자 매각 추진


노지원 씨가 우전시스텍(우전)에 영입된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 사이 우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전 이명규 대표가 노 씨를 영입하고 소프트뱅크와의 계약이 성사된 뒤 흑자 전환을 이룬 2004년 초에 이미 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 1997년 창업 이후 본격적인 흑자시대를 열자마자 기업 매각을 추진하던 회사 대표의 행적은 누가 봐도 의혹을 남긴다.

이 대표는 당시 우전을 M·A(인수·합병) 시장에 내놓고 회사를 사들일 임자를 직접 찾아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M·A 시장에 정통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4년 초 소프트뱅크와의 계약으로 유명세를 타던 이 대표가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전주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었다. 당시는 회사가 본격적인 흑자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때여서 많은 사람들이 그 배경을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 대표가 제시한 매각 금액은 40억~50억원 정도였다. 당시 이 대표를 만났던 한 기업 M·A 전문가는 “이 대표는 사석에서 ‘우리 회사에는 대통령 조카도 일하고 있고, 일본 진출도 순조롭다. 절대 망하지 않는 회사다’라며 자랑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551호 (p14~15)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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