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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AI’ & ‘투모로우’

물에 잠긴 세상… 지구의 분노인가

  • 이명재 자유기고가

물에 잠긴 세상… 지구의 분노인가

물에 잠긴 세상… 지구의 분노인가
브루스 페일러라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는 성서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 중동의 사막을 여행한다. 그는 노아의 방주가 정박한 곳으로 알려진 아라랏산에서 방주의 흔적을 찾는다. 그의 성경고고학적 탐사기록인 ‘워킹 더 바이블’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아의 방주는 역사와 종교적 설화가 중첩돼 있는 성서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 중 하나다.

성경에는 기독교가 발흥한 메소포타미아 일대의 지리·인문적 배경이 녹아 있다. 메소포타미아는 모든 문명의 발상지가 그렇듯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일어난 곳이다. 그런 점에서 노아의 홍수에 관한 이야기도 실제 있었던 홍수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고대인들에게 홍수는 신에 의한 징벌을 의미했다. 신은 인간을 징벌할 때 물난리를 냈고, 물난리 이후에 새로운 세상과 인류가 태어났다. 노아의 방주와 놀랄 만큼 흡사한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발견되는 이유가 그 같은 홍수에 대한 두려움이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제왕 제우스는 인간이 사악하고 교만해지자 성경 속의 절대자처럼 그들을 파멸시키기로 마음먹는다. 9일 낮 9일 밤 동안 비가 내려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오직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인 데우칼리온 일가만이 살아남는다. 노아의 방주와 스토리, 등장인물 그리고 교훈까지 닮은꼴이다.

이 같은 고대의 홍수 설화는 현대 영화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는 극지방의 해빙으로 인해 도시들이 물에 잠겨버린 미래의 어느 날을 그리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천연자원도 고갈돼간다. 다만 과학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해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기에 이른다. 하비 박사는 로봇공학의 마지막 단계인 ‘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든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주인공인 로봇 소년 ‘데이비드’다.



인류의 멸망까지는 아니지만 기존 문명의 파괴를 상징하는 물에 잠긴 도시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2기 인류의 한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이야기는 대홍수 뒤 새로운 인류의 삶이 시작된다는 노아의 방주나 데우칼리온의 이야기와 유사한 구조다. 기후 이상으로 인한 지구의 재난을 그린 영화 ‘투모로우’도 지구 북반구가 물에 잠기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만이 아니라 홍수 설화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수메르 신화 ‘길가메시’에서도 신들이 분노해 세상을 물에 잠기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여와씨 설화나 인도 힌두교의 마누 신화에도 홍수 이야기가 나온다.

올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동아시아에서도 장마와 태풍으로 큰 물난리를 겪었다. 기상학자들은 최근의 홍수는 온난화에 의한 재난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신의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물과의 싸움을 극복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의 분노라는 새로운 ‘신’이 내려주는 홍수에 맞설 차례다.



주간동아 548호 (p71~71)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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