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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은 北 협박의 최대 피해자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정치학

한국은 北 협박의 최대 피해자

한국은 北 협박의 최대 피해자
지난 주말 일본에 다녀왔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문제가 불거져 나온 무렵이었다. 일본 TV들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각국의 긴박한 움직임을 톱뉴스로 전하고 있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라이스 국무장관, 볼튼 유엔대사 등 관련 인사들이 등장해 미국의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고이즈미 총리, 아베 관방장관, 아소 외상 등 일본 측 인사들도 빠짐없이 나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가져올 파장에 엄중 경고를 내렸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 그리고 유엔의 대응 등도 차례로 보도됐다.

다음은 한국이겠구나 생각했지만, 나는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6·15 기념축전에 참가한 북한 미녀군단이 목포에서 공연하는 장면이 나왔던 것이다. 일본 방송사의 의도적 기획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인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는 과연 미국과 일본만의 문제인가? 미사일이면 문제가 되고, 인공위성이면 상관없는 것일까? 미국의 네오콘과 일본의 극우가 조장한 일일까? 북한의 강경파가 주도하고 온건파는 반대한 일일까? 우리 사회의 통념 하나하나에 의문이 들었다.

안전보장 문제에 있어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북한이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유럽의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전쟁 참전에 반대했다. 반면, ‘제3의 길’로 유명한 진보주의자 블레어 영국 총리는 참전을 결정했다.

한반도 북부라는 전략적 완충지역이 위협받을 때 신생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택했다. 대포동 미사일의 발사를 준비하는 북한에 대해 공화당의 부시 정부는 발사 후 제재를 운운하지만, 민주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페리는 대포동 미사일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을 제안하고 있다.

국익과 국가안보 위협 ... 미사일 발사 막아야



북한은 나름대로의 계산에 근거해 대포동 미사일 발사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은 협상이 정체되거나 중요한 담판을 앞두고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모험을 감행했고, 이를 통해 정체된 상황을 돌파해왔다. 미-북 고위급회담이 미국의 강경 입장으로 정체되던 시기에 김일성 주석은 1994년 5월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던 원자로의 연료봉에 대해 일방적 인출을 감행했다. 핵 위기가 고조됐지만, 이를 통해 북한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내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1998년 클린턴 미 전 대통령은 페리 전 장관을 임명해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의뢰했다.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다. 페리보고서가 거의 마무리되던 98년 8월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북한의 협상력을 제고시켜 99년 베를린 합의가 나왔다. 이번에도 김정일은 과거 기록을 꼼꼼히 챙기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미국과 일본은 현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된다면 미 국민은 진주만 공격에 버금가는 쇼크를 받을 수 있다. ‘악의 축’이 핵을 갖고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 국민은 정부가 어떠한 수단을 쓰더라도 이를 해결하길 바랄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아닐까? 과거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잠자는 일본 국민을 깨웠다.

북한이 미사일을 또 쏜다면 이번엔 무엇이 등장할까?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측은 아무래도 우리일 것이다. 우리는 결코 미사일 문제의 제3자가 될 수 없다. 인공위성 운운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절대 발사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간동아 2006.07.04 542호 (p108~108)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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