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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골프 雜說

‘무제한 라운드’ 믿다 발등 찍힐라

‘무제한 라운드’ 믿다 발등 찍힐라

‘무제한 라운드’ 믿다 발등 찍힐라

동남아 골프장 어디를 가나 늘어선 골프백의 주인은 한국 골퍼들이다.

몇 년 전 고향 친구들과 부푼 가슴을 안고 방콕으로 여행사 패키지 골프투어를 갔는데,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던 것은 공항에 모여 있는 승객 대부분이 우리처럼 골프여행을 떠나는 골퍼라는 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묵을 호텔 로비는 골프백으로 산을 이루고, 한국 골퍼들로 바다를 이뤘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은 이튿날 이른 아침 골프코스에 도착했을 때였다. 모든 게 아수라장이었다. 태국 골프장에 태국 사람은 캐디뿐이고 모두가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발 디딜 틈이 없는 스타트 그늘집에서 하릴없이 기다리며 가이드를 들볶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가이드는 울상이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없이 전화를 해댔지만 우리에게 티오프 기회는 오지 않았다.

1시간 반을 기다리다 성질 급한 친구가 삿대질을 하며 가이드를 몰아붙이자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3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도 가이드 녀석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골프가 문제가 아니라 졸지에 태국에서 미아(?)가 된 것이다. 가이드를 윽박질렀던 친구의 얼굴엔 회한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라진 지 한 시간이 훨씬 넘어 가이드 녀석이 나타나자 우리 모두 구세주를 만난 듯 그를 반겼다. “미스터 김, 잘 돼가는 거요?”

그는 대꾸도 않고 싸늘하게 명령(?)했다.

“모두 차에 타세요.”

30여 분 달려서 우리는 다른 골프코스에 가 거기서 또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가이드 녀석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아 우리의 약점을 다 알았다는 듯이 콧대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무제한 라운드! 하루 36홀 보장은 어디로 날아갔는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가이드 녀석,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신문을 꺼내 펼쳐보였다. 우리와 여행사를 연결해준 여행광고였다. “이것 좀 읽어보세요.”

5단통 광고 맨 끝에 깨알 같은 글씨로 쓰인 문구. “상기 일정은 사정에 의해 조정될 수 있습니다.”

‘해외 투어’ 현지 사정 반드시 확인 후 떠나야

우리는 4일 동안 꼼짝도 못하고 하루 18홀도 감지덕지하면서 가이드 녀석에게 코가 꿰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국내 여행사와 해외 여행지 가이드 사이의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행객을 내보내는 국내 여행사는 아웃바운드 여행사이고, 해외에서 여행객을 받아 일정을 진행시키는 해외주재 여행사는 인바운드 여행사다. 한마디로 두 회사는 전혀 별개의 여행사다. 그리고 인바운드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는 직원일 수도, 현지에서 뛰는 아르바이트 가이드일 수도 있다. 여행상품을 판 국내 여행사의 철석같은 약속은 해외 인바운드 여행사로, 다시 아르바이트 가이드에게 넘어가면서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골프코스가 별로네” “숙식이 그렇고 그렇네” “교통편이 불편하네” 하는 것은 골프 라운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비하면 행복한 불평이다.

황금 같은 여름휴가 해외 골프여행에서 이런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첫째,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을 믿어야 하고 둘째, 비행기 기착지에서 좀 먼 곳을 택할 일이다. 기착지에서 가까운 곳은 시간이 절약돼 9홀을 더 돌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여행사, 저 여행사의 골퍼들이 다 모여 북새통을 이루는 것이 상례다.



주간동아 2006.07.04 542호 (p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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