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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대표기업 밀착 연구 ③ 포스코

강력한 원톱체제 포기 ‘대단한 실험’

5개 부문별 책임 경영제 도입하고 회장 권한 상당 부분 이양 … 급변하는 시장에 능동적 대처

  • 주성원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swon@donga.com

강력한 원톱체제 포기 ‘대단한 실험’

강력한 원톱체제 포기 ‘대단한 실험’

매월 한 차례 개최되는 운영회의 장면.

올해 2월24일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전례가 없던 ‘실험’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회장을 정점으로 하고 5개의 각 부문별로 책임 임원을 두는 ‘5개 부문별 책임 경영 체제’를 공식 출범했다. 이전까지 대표이사 회장과 사장이 중심이 돼 주도해온 의사 결정이 부문별 최고 책임자(부문장)가 주축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회장은 회사 경영을 총괄하면서 주요한 결정만 내리고, 나머지 경영상 결정 권한은 모두 부문장이 갖는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이구택 대표이사 회장을 중심으로 마케팅 부문은 윤석만 사장, 스테인리스 부문은 이윤 사장이 각각 맡았다. 또 생산기술 부문은 정준양 부사장, 조직·인사 부문은 최종태 부사장이 각각 담당하고 이동희 전무는 기획·재무 부문의 부문장이 됐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들 부문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인사 조치도 있었다. 부사장이었던 윤 사장과 이 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정 부사장도 전무에서 승진했다. 특히 이들 3명의 임원은 이날부터 이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됐다. 대표이사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윤석만 사장은 국내 대기업을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홍보맨. 1974년 입사 이후 무려 26년간 포스코의 입 역할을 했다. 94년 4월 임원으로 선임된 이래 홍보와 마케팅 등을 맡아 회사 이미지 개선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최적의 시장관리와 전략적 마케팅 활동으로 최고의 경영성과를 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략제품 판매 확대, 판매구조 개선, 판매 채널 확충 등을 통한 마케팅 경쟁력 제고에 적임이라는 평. 대학 재학 시절에는 야학교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제자를 양성하는 등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의사 결정 과정 단축으로 경영 효율성 높아질 듯



이윤 사장은 74년 입사 이후 스테인리스 부장, 스테인리스 담당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스테인리스 부문을 맡아 이 분야의 기술력 향상과 수익성 개선 등에 기여했다. 정준양 부사장은 제강부장 출신의 엘리트 엔지니어로, 보스 기질도 있어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선진 철강회사와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략 제품 생산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 최종태 부사장은 인재개발, 인사노무, 자재구매 및 외주 부문 등에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 이동희 전무는 글로벌 성장 투자 전략의 수립, 전사적인 원가절감 추진 및 인수·합병(M&A) 환경 대응 전략 수립 등에서 적임자라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의사 결정 과정이 단축돼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진 간 논의를 통해 주요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부문별 최고 책임자들은 자기 분야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회장은 인도, 중국 등 해외 사업과 큰 틀의 방향을 잡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포스코 사풍으로 볼 때 큰 실험이자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출발했으면서도 창립 초기부터 회장이 대부분의 경영 권한을 독점하는 경영체제에 가까웠다. 이런 시스템을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포스코는 ‘일사불란한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강력한 원톱체제 포기 ‘대단한 실험’
물론 민영화 이후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하고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전히 포스코 내부에는 군대식 기강과 질서가 은연중 자리 잡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 ‘카리스마’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그림자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과거 포스코의 성장에는 이런 사풍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경영 구조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다.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소신껏 일을 처리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반대로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느리다는 단점도 있었다. 부문별 현안을 제때에 처리하기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성장하면서 오히려 단점이 더 많이 노출됐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의 부문 책임제 실험은 글로벌 기업 포스코로서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실험은 철강업계의 최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 회장이 결단을 내림으로써 가능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철강업계에 불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 바람이 이 회장의 결단을 앞당긴 요소다. 철강업계의 최근 M&A 바람은 눈이 부실 정도다.

철강 경기 하락으로 위기 고조 “변해야 산다”

여기에 원료 시장도 M&A를 통해 소수 공급사가 이미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원료 공급사의 협상력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 것. 박찬욱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포스코 사내지에 기고한 글에서 “M&A가 야기한 기업의 글로벌 통합화와 대형화는 원료 조달에서 시장경쟁에 이르기까지 철강산업의 게임 룰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강경기 하락도 포스코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맞서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면서 포스코도 실적 악화를 겪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분기 1조7760억원, 2분기 1조7290억원, 3분기 1조3190억원, 4분기 1조880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포스코의 과감한 조직 개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포스코의 책임 경영제 도입에 대해 “의사 결정 단계가 축소된 것은 변화하는 업계 환경에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며 “단계적인 보고 절차가 없어지고 권한이 아래로 내려갔기 때문에 부문별 책임자는 소신 있는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조직이 젊어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아르셀로 등이 시행하고 있는 ‘협력 센터’ 방식에 비유하며 선진 기업의 경영 형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 기업은 최고경영자(CEO) 아래에 재무, 기술, 인사 등의 책임 임원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협력 센터를 두고 각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체계나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제도 정비 못지않게 이의 운영에서도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문장들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주간동아 531호 (p38~39)

주성원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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