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8

2006.03.28

불황 속 가요계 “O.S.T를 잡아라!”

  •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입력2006-03-27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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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속 가요계 “O.S.T를 잡아라!”

    MBC 드라마 ‘궁’의 O.S.T 앨범사진.

    TV 드라마의 O.S.T가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요계 불황 탈출의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드라마 배경음악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뒤 온·오프라인 음반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우회시장 공략’이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 이에 O.S.T에 관심을 쏟는 가수도 늘어나고 있다. 신승훈, 이수영, 성시경, MC더맥스 등 내로라하는 인기가수들이 앞다퉈 화제 드라마의 O.S.T 참여를 자청하고 나섰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O.S.T 제작에 인기가수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O.S.T가 최소한의 제작비로 적정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위험기피 속성을 지닌 때문이다. 거액의 개런티를 지급해야 하는 스타급 가수를 합류시키는 것은 모험으로 여겨졌고, O.S.T는 대체로 무명가수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그런데 2004년 SBS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O.S.T가 인기가수 조성모를 앞세워 ‘대박 음반’으로 히트 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어 KBS 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는 박효신의 히트곡 ‘눈의 꽃’을 앞세워 가요계에 O.S.T 대세론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SBS TV ‘패션 70’s’, MBC TV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인기 드라마의 O.S.T가 호응을 얻으면서 가수들이 O.S.T에 보내는 관심 또한 높아졌다.

    불황 속 가요계 “O.S.T를 잡아라!”
    인기가수들의 O.S.T 참여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KBS 2TV 드라마 ‘이 죽일놈의 사랑’에서부터다. 2년 만에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던 이수영이 전격적으로 가세한 데 이어 신승훈도 합류를 자처, 초호화 가수 진용을 확보한 O.S.T가 됐다. 여기엔 물론 드라마의 한류 열풍에 편승해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가수들의 목적도 깔려 있었다. 일본, 중국 등의 음반시장 공략을 꾸준히 진행하던 이수영과 신승훈은 비(정지훈)라는 한류 스타가 주연을 맡아 아시아를 공략할 ‘이 죽일놈의 사랑’과 손잡는 게 향후 해외 활동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승훈은 이후 한류 드라마로 관심을 모았던 SBS TV ‘천국의 나무’의 O.S.T에도 합류, 드라마와 노래를 결합한 한류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도 했다. 윤석호 PD의 계절 시리즈 완결편인 KBS 2TV ‘봄의 왈츠’ O.S.T에 성시경, 러브홀릭 등이 참여를 자처한 점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O.S.T는 신인가수나 잊혀진 가수의 인기를 되살리는 효과도 갖는다. 최근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TV ‘궁’의 주제가 ‘퍼햅스 러브’를 듀엣으로 부른 하울과 J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인가수 하울은 ‘퍼햅스 러브’의 인기 덕분에 지난 연말 발매한 데뷔 앨범이 뒤늦게 인기 행진을 벌이고 있다. J는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모았다가 최근에는 주춤한 상태였지만 ‘퍼햅스 러브’의 인기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SBS TV ‘하늘이시여’의 주제가를 부른 리아도 O.S.T 덕분에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예 중의 하나다.



    O.S.T가 가요계 불황 탈출의 좋은 방법으로 각광받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업적인 측면 때문에 드라마와 맞지 않는 음악이 O.S.T를 가득 채워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O.S.T는 드라마와 하나가 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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