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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연금 수익률 안심 못하겠네!

금리형 상품 위주 운용이 자초 … ‘老테크’ 열풍으로 시장은 급속 팽창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개인연금 수익률 안심 못하겠네!

개인연금 수익률 안심 못하겠네!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선 퇴직 시 급여의 70% 이상의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충고한다(오른쪽). 한 보험회사 직원이 고객에게 개인연금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증권회사 직원 김강연(46) 씨는 지난해 중순 그동안 내오던 은행의 신개인연금신탁을 자산운용사의 개인연금펀드로 계약 이전했다. 당시 적립식 펀드가 인기리에 판매되면서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어 수익률에서 크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가에서 펀드투자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었던 것도 김 씨의 결심을 재촉했다.

‘현재로선’ 김 씨의 판단은 옳았다. 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개인연금신탁은 당시 1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김 씨가 새로 가입한 개인연금펀드(혼합채권형)는 5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김 씨는 “자산운용사의 개인연금펀드로 갈아타길 잘했다”면서 “한국 증시의 전망을 밝게 보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도 개인연금펀드를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개인연금을 갈아타지는 않더라도 개인연금에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개인연금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대한투신운용 기호삼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개인연금펀드 수익률에 불만이 있는 경우 대부분 펀드 판매사에 항의 전화를 하는 게 보통인데, 일부 고객은 운용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향후 운용 계획에 대해 질문 공세를 펼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가입자들이 개인연금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도 마련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한 30, 40대 직장인들이 나머지 자금에 대한 해법을 개인연금과 퇴직금(퇴직연금)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그림 참조). 선진국에서는 이미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세 가지 연금으로 3층 구조를 쌓고 있다.

개인연금은 사실상 방치 상태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불입액이나 수익률에 대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 정부가 법에 근거해 보험료를 갹출하고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국민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도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말에야 도입됐다. 결국 개인이 적극적으로 상품 선택이나 운용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개인연금밖에 없다는 얘기다.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런 추세에 따라 개인연금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전체 금융권의 개인연금 잔액은 지난해 3월 말 30조원을 돌파했다. 개인연금은 운용 및 판매 주체에 따라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은행에서 취급하는 개인연금신탁,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개인연금펀드가 있다. 1994년 도입된 이후 95년 3월 말 2조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가입자와 가입액이 늘면서 97년 10조원, 2001년 2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31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연간 24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제 적격 연금만 합한 것으로 비적격 연금상품을 포함한 실제 개인연금 가입액은 6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생명보험사들의 추산이다. 서울 강남의 한 생보사 지점장은 “비적격 연금상품의 경우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된다는 혜택을 보고 한 달에 1억원씩 넣어 이를 상속 수단으로 삼는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개인연금 수익률 안심 못하겠네!
그럼에도 현재 개인연금은 방치된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금융기관들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만 관심을 기울인 탓인지 최근 개인연금에 대한 마케팅은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면서 “과연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개인연금상품의 이런 상황을 인정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취급하는 개인연금신탁은 신탁상품임에도 원금을 보장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굉장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돈벌이는 별로 안 되는데 “왜 수익률이 낮냐”라는 고객들의 항의로 골치만 아플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회사 관계자 역시 “개인연금은 확정이율을 지급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회사에 부담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투신운용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 투신운용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2000년 7월부터 판매된 개인연금펀드는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없어진 대신 세금이연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고객에게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세제 혜택 내용이 복잡해 판매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마케팅에 신경도 안 써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구책 가운데 하나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김 씨의 결정은 현명한 선택일까. 물론 최근 3년간의 수익률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94년 6월 설정된 대한투신운용의 ‘개인연금주식1’의 경우처럼 3년 누적수익률이 68.65%에 이른 상품이 있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자산운용사 개인연금펀드의 운용 성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대한투신운용 관계자는 “주식형 개인연금펀드의 경우 지난해의 증시 호황 덕분에 겨우 그동안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할 수 있었다”면서 “증시의 미래를 누구도 알 수 없듯 주식형 개인연금펀드 수익률이 항상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기업연금 도입 등으로 증시의 수요 기반이 확대되는 등 한국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밝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연금 수익률 안심 못하겠네!


지난해 부진한 운용 실적을 기록한 개인연금상품은 은행의 개인연금신탁과 자산운용사의 채권형 개인연금펀드였다. 일부 상품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리상승 기조로 채권값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두 상품 모두 국공채나 금융채, 회사채 등에 투자한다. 국민은행 신탁자산운용부 신재명 팀장은 “반면 2004년처럼 금리가 하향 추세를 보일 때는 은행 개인연금신탁도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면서 “은행의 개인연금신탁은 채권형이기 때문에 금리 향방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개인연금신탁은 2001년 2월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에 판매된 것을 각각 구(舊)개인연금신탁, 신(新)개인연금신탁으로 구분한다. 구개인연금신탁은 대부분 채권형으로 장부가 평가를 한다. 반면 신개인연금신탁은 채권형과 안정형(주식을 편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고, 채권의 경우 시가 평가를 한다. 안정형의 경우라 하더라도 실제 주식 편입 비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신 팀장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손실한도를 정해놓고 주식 투자를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 상품으로 갈아타기 고려해볼 만

개인연금 수익률 안심 못하겠네!
보험사의 수익률은 각 보험사가 정하는 예정이율에 의해 정해진다. 생명보험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연금저축보험 예정이율은 4.0~6.5% 수준이다. 은행이나 보험사의 개인연금상품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개인연금펀드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여러 종류의 개인연금상품 가운데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다면 중도해지보다는 계약이전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세제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고 다른 금융기관 개인연금으로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안정성이 낮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인 만큼 자신의 투자 성향 등을 면밀히 살핀 뒤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개인연금상품은 대개 여러 해에 걸쳐 납입하기 때문에 복리이자 1%의 차이는 엄청난 금액일 수 있다. 매년 같은 100만원을 적립하더라도 25년 후에는 9700만원이나 차이가 날 수 있다. 바로 지금 자신의 개인연금상품 수익률을 1% 높이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노후생활의 안정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528호 (p46~48)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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