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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사이버 전사들 대격돌

건재한 열린우리당 vs 막강해진 한나라당 … 지지자들 카페나 블로그 연결 ‘최첨병’ 역할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여야 사이버 전사들 대격돌

여야 사이버 전사들 대격돌
‘카페 글 3만2000여개, 블로그 1만5600여개, 지식검색 638개’. 국내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중 하나인 ‘네이버’ 검색창에서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다.

‘카페 글 3500여개, 블로그 4400여개, 지식검색 141개’. 이것은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성추행 파문’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다.

특정 정치 사안에 대한 글이 이처럼 수천 개 또는 수만 개씩 인터넷에, 그것도 카페와 개인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는 게 과연 정상적일까. 누군가 열심히 퍼 나르고 재생산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당의 사이버 전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주목되는 것은 그들의 행동양식과 전투방식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일부 특정세력이 별명이나 아이디를 바꿔가며 자신들에게 유리하거나 상대편에게 불리한 내용을 여러 사이트에 퍼 나르는 한편 특정 사안을 놓고 댓글 싸움을 벌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사이트에서 소규모 전투가 자주 벌어졌다.

댓글 싸움 등 소규모 전투는 거의 사라져



하지만 요즘은 소규모 전투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정치적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카페를 만들고, 다른 카페나 블로그 등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세력을 확장해가는 형태의 ‘영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원 수 수만 명 이상의 매머드급 사이버 카페가 만들어지고 수천 개의 개인 블로그와 연결되면서 그 전파력은 과거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평범한 사업가입니다. 하루에 한 편 정도 제 생각을 담은 글을 올립니다. 그러면 이 사이트와 연계된 500여개의 사이트에 자원봉사자 몇 분이 뿌리기도 하고, 일과 후 제가 직접 뿌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한 3만명 정도 읽습니다. 일과 후에는 주로 제가 관리하는 서너 개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질문에 댓글을 달아주는데, 한 3시간 정도 걸립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팬클럽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S 씨가 밝힌 자신의 하루다. 3월16일 현재 박사모 회원 수는 3만8179명. 이들 중 단 1%에 해당하는 380명 정도가 S 씨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 그 영향력은 가히 가공할 만하다. 단순 계산으로 380명이 하루에 1개의 글을 쓰면 380개. 이 글을 3만명이 한 번씩만 읽는다고 해도 클릭 수는 1000만 번에 달한다.

현재 사이버상 가장 막강한 전투력을 보이고 있는 정당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2004년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 사이버 전사들의 막강 화력에 무릎을 꿇은 뒤 만들어진 당 외곽조직이 시간이 지나면서 만만치 않은 내공이 쌓였다.

이들 외곽조직은 대부분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과거 정권을 창출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벤치마킹해 한 단계 진화한 것.

예를 들어 ‘박사모’ ‘밝은나라 힘찬나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운동본부’ 등 박 대표를 지지하는 크고 작은 카페는 다음을 비롯해 네이버·야후·네이트 등 모든 포털사이트에 만들어져 있고, 이들 간에 긴밀한 네트워크까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이들 조직의 회원을 모두 합하면 1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나라당은 평상시에는 “당과는 무관한 자발적인 외곽조직”이라며 이들 조직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예. 이 사건이 보도된 당일, 한나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오전 9시 비상소집된 최고위원회의가 열려 ‘대국민 사과’를 결정하자 한나라당 사이버 전담조직인 ‘디지털팀’은 이를 기사화해서 당 홈페이지 메인 기사로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이 내용이 모든 포털의 카페와 블로그로 전파됐고, 당으로 향하는 비판의 화살을 최 의원 개인으로 집중시키는 데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 당 외곽조직들의 활약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사이버 조직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다. 당 홈페이지에 개설된 100여개의 카페 가운데 30~40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당 홍보자료 순식간에 온라인 전파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으로까지 평가받던 ‘노사모’는 ‘국민의 힘’으로 분리되고, 당내 일부 세력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실천연대’(참정연)와 ‘국민참여 1219’(국참연) 등 외곽조직이 결성되면서 서로 간에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요즘 열린우리당 당원 게시판에서는 국참연 해체를 둘러싼 당원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갈등 때문인지 노사모와 국민의 힘, 참정연, 국참연 등 4개 외곽조직 회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 듯한 모습이다. 게시판이나 공지사항 등의 항목에 올려진 글의 수가 매우 적은 것이 단적인 예.

하지만 이들 조직 회원들의 잠재된 역량은 막강하다. 노사모 10만5000여명, 국민의 힘 6200여명, 참정연 2500여명, 국참연 2000여명 등 전체 회원 수가 11만5000여명에 달하고,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선거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사이버 전사들이기 때문. 실제 이들 조직은 최연희 성추행 파문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한 대응은 물론 지방선거를 위한 공조체제를 갖추고 있다.

열린우리당 홍보기획팀 온라인 총괄 우종범 부국장은 “열성당원은 30, 40대가 가장 많다. 이들은 비록 당에 비판적이지만 자발성과 순수성, 그리고 열정을 갖고 있다”면서 “다소 통제에 어려움이 있지만 한나라당처럼 당에서 주도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역량을 결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 비해 화력이 막강해진 한나라당과 역전의 용사들이 건재한 열린우리당. 양당 사이버 전사들의 전쟁은 이미 시작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주간동아 528호 (p34~35)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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