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배재형(14) 군은 요즘 공부에 큰 재미를 붙였다. 평상시 평균 70점대를 맴돌던 시험점수가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에서 83점까지 껑충 올라서다. 산만한 데다 암기를 유독 싫어했던 배군이 성적 올리기에 성공한 이유는 공부법 클리닉 에듀플렉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
배군은 학습 매니저와의 상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의 공부 습관에서 문제점을 찾아냈고, 학습 스케줄 짜는 법과 각 과목의 공부법을 배웠다. 단 20분도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못하던 배군이 이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는 확실히 복습하고, 복잡한 암기 과목은 맥락을 만들어 쉽게 외우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여러 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미처 자기 것으로 만들 여유조차 없었지만, 이제 학원 대신 학습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나 홀로 공부’를 하고 있다.
에듀플렉스 3년 만에 매출 12배 늘어
교육 트렌드를 주도하는 강남 사교육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각 과목의 콘텐츠를 심도 있게 전달하는 학원이나 과외가 과거 사교육의 대세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공부 잘하는 테크닉을 알려주는 공부법 클리닉이 각광받고 있는 것. 2004년 서울 대치동에 처음 문을 연 ‘에듀플렉스’와 동기부여학습연구소인 ‘G7센터’ 등을 시작으로 10여 개 공부법 클리닉이 성업 중이다. 배군처럼 이러한 사교육 기관에서 ‘공부 잘하는 노하우’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학습 매니지먼트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에듀플렉스는 공부법 클리닉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에듀플렉스는 학생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목표, 공부방법, 학습능력, 공부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실시하는 동시에 학습매니저가 일대일로 학생 특성에 맞게 학습계획을 짜주고 공부방법과 전략을 전수한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네 번 이곳에 들러 하루 5시간씩 혼자 공부한 뒤, 학습매니저 및 코치와 개별면담 시간을 갖는다. 이 때문에 에듀플렉스의 교육시스템은 ‘멘토가 있는 독서실 모델’로 통한다.
학습매니저는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으로, 학생들이 계획대로 공부하는지 매일 확인할 뿐 아니라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이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담해준다. 코치는 학생이 그날 공부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학생이 모르는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에듀플렉스는 문을 연 지 3년 만에 연 매출이 첫해 10억원에서 2006년 120억원으로 급상승했고, 지점도 전국 51곳으로 확대했다. 2004년 에듀플렉스를 찾은 학생 수는 300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 학생 수는 2700명에 이른다. 에듀플렉스에 다니고 있는 신윤아(예비 중3) 양은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공부하는 것이 내 공부법의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곳에서 요약·정리하는 능력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목표를 세우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G7센터’는 에듀플렉스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공부법 클리닉이다. 이곳을 이끄는 주인공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샐러리맨 출신의 민성원(42) 대표. 2000년 현대그룹을 그만둔 그는 2003년부터 공부원리 강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 학습법’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학생들에게 꿈, 목표, 자신감을 키워주는 ‘학습법 집중코스’와 ‘민성원의 공부원리 방학캠프’ 등이 G7센터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공부원리 방학캠프’에 참가한 학생만 2000명이 넘는다.
캠프에 참석한 초·중·고교생들은 민 대표와 여러 강사에게서 ‘목표학습법’ ‘카드학습법’ ‘시험 잘 보는 법’ ‘자신감 갖기’ ‘꿈 스피치’ 등의 강의를 듣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해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목표학습법’이고, 카드에 배운 내용을 적은 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적은 카드만 추려 공부하는 것이 ‘카드학습법’이다. 민 대표는 자신의 강의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는 내용이 40%, 학습방법론에 관한 내용이 6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주입식 사교육 탈피 자기주도적 문제 해결?
G7센터는 2월 ‘멘토 앤 멘티’로 이름을 바꾸고,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는 ‘사교육 다이어트 학습 컨설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G7센터의 학습법 집중코스를 들었던 이효종(예비 고3) 군은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강의를 듣고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됐다”며 “덕분에 전교 등수도 80등에서 10등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같은 코스를 들었던 친구들의 90% 정도가 성적이 오르고, 공부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이군의 전언이다.
서울대 3121명의 공부 습관에 대한 자료를 모아 독자적인 학습법 콘텐츠를 개발한 벤처기업 ‘스터디코드’도 공부법 클리닉의 강자 중 하나로 꼽힌다.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남호(28) 씨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생으로, 대학 2학년 때부터 교육 벤처기업 ‘이투스’에서 수학 강의로 이름을 알린 스타강사였다. 그는 당시 ‘방법과 원리’를 몰라 공부에 어려움을 겪던 6명의 학생들에게 일대일 채팅 방식으로 공부 원리를 전수해 이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냈다. 이후 조 대표와 6명의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명문대 진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연구한 것이 스터디코드의 출발이다.
특별한 마케팅이 없었지만 이미 1만5000명의 학생이 조 대표의 무료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메가스터디 연간 매출의 20%를 담당하는 스타강사로 현재 영어교육센터 ㈜쎄듀어학원을 운영하는 김기훈(38) 대표가 조 대표에게 업무 제휴를 제안했을 정도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분당 지역에 위치한 쎄듀어학원에서 진행되는 조 대표의 학습법 강좌는 전 타임 매진에 예비대기자가 줄을 설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스터디코드 학습법 강좌의 특징은 일반 교과강의처럼 두 달짜리 커리큘럼과 100쪽에 이르는 교재가 있는 ‘교과목형 공부법 강의’라는 점이다. 조 대표는 강의를 통해 전략적 계획 수립법, 목표수립법, 공부습관 형성 및 환경 통제법, 각 과목별 학습법, 슬럼프 극복 노하우를 전한다.
이 밖에도 학습지업체 케이스가 2005년부터 내놓은 스터디 플래너는 15만명의 중·고교생이 사용하고 있다. 스터디 플래너란 학습법이 설명된 다이어리로,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계획을 세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학습도구다. 스터디 플래너를 쓰면서 성적이 전교 40등에서 5등까지 올랐다는 예비 고3 하예슬(18) 양은 “월간·주간·일간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한 내용을 일일이 기록하며 절대 학습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사이트 메가스터디(www. megastudy.net), 비타에듀(www. vitaedu.com), 유웨이에듀(www. uwayedu.com), 마이맥스터디(www. mimacstudy.com), 이투스(www. etoos.com) 등에서도 학생의 개인별 학습수준, 역량에 알맞은 학습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학습 매니징’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최상위·최하위권 학생은 별 도움 안 돼”
이렇듯 공부법 클리닉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학원에 공부법 클리닉 기능을 접목한 쎄듀어학원 김기훈 대표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의 도입으로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기존 사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은 가공된 지식을 편하게 받아먹는 데 길들여져 있다”면서 “공부의 본질인 평생학습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학습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부법 클리닉 열풍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린 기존 사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명 학원들이 우수한 학생들만 유치하는 풍토도 학생들이 공부법 클리닉으로 몰리는 요인 중 하나다.
한 교육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서울대에 몇 명 보냈다’ 혹은 ‘어느 학교 전교 1등이 다닌다’는 식으로 광고하기 위해 유명 학원들이 시험을 쳐서 학생을 선발한다”면서 “거기서 소외된 중하위권 학생들이 공부법 클리닉을 많이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G7센터 민성원 대표는 “서울대 등 국내 주요대학에서도 학습법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사교육 시장에 공부법 클리닉이 늘고 있는 것은 공부법 강의에 대한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부법 클리닉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보통 공부법 클리닉에서 학습법을 배운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습 성취도는 훨씬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상위권이나 최하위권 학생들은 공부법 클리닉에서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일부 교육관계자의 지적이다. 특히 최하위권 학생들은 집중력 장애나 틱(tic) 장애 등 다양한 학습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부법만 배운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
공부법 강좌에 참가했던 한 고2 남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 없는 친구들은 좋은 강의를 듣고도 실천에 옮기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부도 하나의 재능인데, 다른 분야에 재능을 가진 아이에게 한 가지 공부법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신과 잘 맞지 않는 학습매니저를 만난 아이들은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부법 클리닉의 성장에 대해 학원연합회도 주목하고 있다. 공부법 클리닉은 ‘학과목 지도’를 겸하는 등 학원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S씨는 “학원 대신 공부법 클리닉을 택하는 중산층 학생들이 더 늘게 되면, 행정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 공부법 클리닉에 대한 학원연합회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棟‘시험 잘 보는 법’ ‘동기부여 학습법’ 등을 담은
G7센터의 공부법 강의 교재(위).
‘2007 민성원의 공부원리 겨울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G7센터 민성원 대표의 공부법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에듀플렉스 서울 목동 지점에서 김민선 부원장이 학생의 학습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학생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터디 플래너는 고등학생들의 필수품이 됐다.
배군은 학습 매니저와의 상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의 공부 습관에서 문제점을 찾아냈고, 학습 스케줄 짜는 법과 각 과목의 공부법을 배웠다. 단 20분도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못하던 배군이 이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는 확실히 복습하고, 복잡한 암기 과목은 맥락을 만들어 쉽게 외우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여러 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미처 자기 것으로 만들 여유조차 없었지만, 이제 학원 대신 학습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나 홀로 공부’를 하고 있다.
에듀플렉스 3년 만에 매출 12배 늘어
교육 트렌드를 주도하는 강남 사교육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각 과목의 콘텐츠를 심도 있게 전달하는 학원이나 과외가 과거 사교육의 대세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공부 잘하는 테크닉을 알려주는 공부법 클리닉이 각광받고 있는 것. 2004년 서울 대치동에 처음 문을 연 ‘에듀플렉스’와 동기부여학습연구소인 ‘G7센터’ 등을 시작으로 10여 개 공부법 클리닉이 성업 중이다. 배군처럼 이러한 사교육 기관에서 ‘공부 잘하는 노하우’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학습 매니지먼트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에듀플렉스는 공부법 클리닉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에듀플렉스는 학생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목표, 공부방법, 학습능력, 공부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실시하는 동시에 학습매니저가 일대일로 학생 특성에 맞게 학습계획을 짜주고 공부방법과 전략을 전수한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네 번 이곳에 들러 하루 5시간씩 혼자 공부한 뒤, 학습매니저 및 코치와 개별면담 시간을 갖는다. 이 때문에 에듀플렉스의 교육시스템은 ‘멘토가 있는 독서실 모델’로 통한다.
학습매니저는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으로, 학생들이 계획대로 공부하는지 매일 확인할 뿐 아니라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이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담해준다. 코치는 학생이 그날 공부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학생이 모르는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에듀플렉스는 문을 연 지 3년 만에 연 매출이 첫해 10억원에서 2006년 120억원으로 급상승했고, 지점도 전국 51곳으로 확대했다. 2004년 에듀플렉스를 찾은 학생 수는 300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 학생 수는 2700명에 이른다. 에듀플렉스에 다니고 있는 신윤아(예비 중3) 양은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공부하는 것이 내 공부법의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곳에서 요약·정리하는 능력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목표를 세우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G7센터’는 에듀플렉스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공부법 클리닉이다. 이곳을 이끄는 주인공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샐러리맨 출신의 민성원(42) 대표. 2000년 현대그룹을 그만둔 그는 2003년부터 공부원리 강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 학습법’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학생들에게 꿈, 목표, 자신감을 키워주는 ‘학습법 집중코스’와 ‘민성원의 공부원리 방학캠프’ 등이 G7센터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공부원리 방학캠프’에 참가한 학생만 2000명이 넘는다.
캠프에 참석한 초·중·고교생들은 민 대표와 여러 강사에게서 ‘목표학습법’ ‘카드학습법’ ‘시험 잘 보는 법’ ‘자신감 갖기’ ‘꿈 스피치’ 등의 강의를 듣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해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목표학습법’이고, 카드에 배운 내용을 적은 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적은 카드만 추려 공부하는 것이 ‘카드학습법’이다. 민 대표는 자신의 강의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는 내용이 40%, 학습방법론에 관한 내용이 6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주입식 사교육 탈피 자기주도적 문제 해결?
G7센터는 2월 ‘멘토 앤 멘티’로 이름을 바꾸고,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는 ‘사교육 다이어트 학습 컨설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G7센터의 학습법 집중코스를 들었던 이효종(예비 고3) 군은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강의를 듣고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됐다”며 “덕분에 전교 등수도 80등에서 10등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같은 코스를 들었던 친구들의 90% 정도가 성적이 오르고, 공부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이군의 전언이다.
서울대 3121명의 공부 습관에 대한 자료를 모아 독자적인 학습법 콘텐츠를 개발한 벤처기업 ‘스터디코드’도 공부법 클리닉의 강자 중 하나로 꼽힌다.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남호(28) 씨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생으로, 대학 2학년 때부터 교육 벤처기업 ‘이투스’에서 수학 강의로 이름을 알린 스타강사였다. 그는 당시 ‘방법과 원리’를 몰라 공부에 어려움을 겪던 6명의 학생들에게 일대일 채팅 방식으로 공부 원리를 전수해 이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냈다. 이후 조 대표와 6명의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명문대 진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연구한 것이 스터디코드의 출발이다.
특별한 마케팅이 없었지만 이미 1만5000명의 학생이 조 대표의 무료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메가스터디 연간 매출의 20%를 담당하는 스타강사로 현재 영어교육센터 ㈜쎄듀어학원을 운영하는 김기훈(38) 대표가 조 대표에게 업무 제휴를 제안했을 정도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분당 지역에 위치한 쎄듀어학원에서 진행되는 조 대표의 학습법 강좌는 전 타임 매진에 예비대기자가 줄을 설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스터디코드 학습법 강좌의 특징은 일반 교과강의처럼 두 달짜리 커리큘럼과 100쪽에 이르는 교재가 있는 ‘교과목형 공부법 강의’라는 점이다. 조 대표는 강의를 통해 전략적 계획 수립법, 목표수립법, 공부습관 형성 및 환경 통제법, 각 과목별 학습법, 슬럼프 극복 노하우를 전한다.
이 밖에도 학습지업체 케이스가 2005년부터 내놓은 스터디 플래너는 15만명의 중·고교생이 사용하고 있다. 스터디 플래너란 학습법이 설명된 다이어리로,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계획을 세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학습도구다. 스터디 플래너를 쓰면서 성적이 전교 40등에서 5등까지 올랐다는 예비 고3 하예슬(18) 양은 “월간·주간·일간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한 내용을 일일이 기록하며 절대 학습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사이트 메가스터디(www. megastudy.net), 비타에듀(www. vitaedu.com), 유웨이에듀(www. uwayedu.com), 마이맥스터디(www. mimacstudy.com), 이투스(www. etoos.com) 등에서도 학생의 개인별 학습수준, 역량에 알맞은 학습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학습 매니징’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최상위·최하위권 학생은 별 도움 안 돼”
이렇듯 공부법 클리닉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학원에 공부법 클리닉 기능을 접목한 쎄듀어학원 김기훈 대표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의 도입으로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기존 사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은 가공된 지식을 편하게 받아먹는 데 길들여져 있다”면서 “공부의 본질인 평생학습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학습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부법 클리닉 열풍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린 기존 사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명 학원들이 우수한 학생들만 유치하는 풍토도 학생들이 공부법 클리닉으로 몰리는 요인 중 하나다.
한 교육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서울대에 몇 명 보냈다’ 혹은 ‘어느 학교 전교 1등이 다닌다’는 식으로 광고하기 위해 유명 학원들이 시험을 쳐서 학생을 선발한다”면서 “거기서 소외된 중하위권 학생들이 공부법 클리닉을 많이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G7센터 민성원 대표는 “서울대 등 국내 주요대학에서도 학습법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사교육 시장에 공부법 클리닉이 늘고 있는 것은 공부법 강의에 대한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부법 클리닉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보통 공부법 클리닉에서 학습법을 배운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습 성취도는 훨씬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상위권이나 최하위권 학생들은 공부법 클리닉에서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일부 교육관계자의 지적이다. 특히 최하위권 학생들은 집중력 장애나 틱(tic) 장애 등 다양한 학습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부법만 배운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
공부법 강좌에 참가했던 한 고2 남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 없는 친구들은 좋은 강의를 듣고도 실천에 옮기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부도 하나의 재능인데, 다른 분야에 재능을 가진 아이에게 한 가지 공부법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신과 잘 맞지 않는 학습매니저를 만난 아이들은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부법 클리닉의 성장에 대해 학원연합회도 주목하고 있다. 공부법 클리닉은 ‘학과목 지도’를 겸하는 등 학원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S씨는 “학원 대신 공부법 클리닉을 택하는 중산층 학생들이 더 늘게 되면, 행정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 공부법 클리닉에 대한 학원연합회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棟‘시험 잘 보는 법’ ‘동기부여 학습법’ 등을 담은
G7센터의 공부법 강의 교재(위).
‘2007 민성원의 공부원리 겨울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G7센터 민성원 대표의 공부법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에듀플렉스 서울 목동 지점에서 김민선 부원장이 학생의 학습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학생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터디 플래너는 고등학생들의 필수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