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경험을 털어놓고 있는 여성들.
“밥을 먹자고 하기에 단순히 회식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녁을 먹은 후 분위기 좋은 와인바로 자리를 옮겼는데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오래전부터 흠모했다’고 말하더군요. 간접적인 사랑 고백이었던 겁니다. 순간 몹시 놀랐고 당황스러웠어요.”
박씨는 “그 이야기는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박씨의 마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김씨에게로 향했던 것. 두 사람이 저녁을 함께 먹은 이튿날 아침부터 박씨의 휴대전화에는 김씨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여성스러운 성격과 온화한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는 김씨의 고백에 3일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박씨는 “마음에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일어나 감정을 절제하려고 하는데도 쉽지 않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김씨에게 보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히 발전했다.
동갑내기 남편과 2년여 연애하다 1993년 결혼해 남매(초등학교 6, 2학년)를 둔 박씨는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남편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닌데 무뚝뚝한 남편과는 달리 그 사람의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면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같은 직장 유부남 사랑 고백에 마음 ‘흔들’
“그와 함께 있으면 마치 스무 살 처녀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는 박씨는 “그와 마주 앉아 있는 순간엔 엄마이자 유부녀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고 고백했다. 남편과 김씨의 아내가 자신들의 만남을 눈치챌까봐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의 뜨거운 ‘사랑’이 멈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로 저녁을 먹거나 술을 함께 마시지만 한 달에 한 번은 호텔을 찾는다.
결혼 16년차 전업주부인 강은정(가명·44·부산광역시) 씨는 지난해부터 밤에 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외아들(중학교 2학년)의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자녀 교육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모였다가 한 학부모가 “심심한데 우리 나이트클럽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자”는 말에 별 생각 없이 따라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해 4월, 결혼 후 처음으로 나이트클럽에 발을 내디딘 강씨는 ‘부킹’을 통해 낯선 남자와 짝을 이뤄 술을 마셨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강씨의 파트너는 스스럼없이 강씨의 몸을 더듬었다. 강씨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동행한 두 명의 학부모가 ‘가만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중소기업의 경리로 일하던 강씨는 스물여덟 살에 친지에게서 남편을 소개받았고, 만난 지 3개월여 만에 결혼했다. ‘이 남자가 없으면 못 살겠다’는 생각보다 “조건이 맞아 결혼했다”는 강씨는 “남편은 일밖에 모르는 데다 가정과 아내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결혼생활의 가장 큰 불만”이라고 털어놓았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를 지닌 강씨는 “처음에는 남편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몇 번 (나이트클럽에) 드나들다 보니 도덕적인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대지 않게 되더라”면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두 명의 남자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각 3~4개월씩 ‘연애’를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두 남자와 갈 데까지 갔다”는 강씨는 최근에야 마음을 가다듬고 가정에 충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남자를 만나보니 별 볼일이 없더라고요. 불륜의 온상인 나이트클럽도 갈 곳이 못 되고요. 만난 지 3개월째 접어들자 단물을 다 빼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들이 슬슬 만남을 꺼리더군요. 두 남자가 보여준 행태가 똑같았어요.”
강씨는 남자들의 노리개밖에 되지 않았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혔고, 이후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방송작가 이모(36) 씨는 몇 달 전 상사병에 시달렸다. 일 때문에 만난 전직 고위 관료 P씨와 세 시간에 걸친 만남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것이다.
“환갑이 지난 남자가 그렇게 멋있어 보이기는 처음이었어요. 그분의 눈빛과 말투 그리고 사고방식까지. 거기다 넉넉한 웃음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쿵 뛰더라고요. 그분에게 제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염려될 만큼.”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는 한 기자가 P씨를 인터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떻게든 P씨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P씨가 인터뷰를 거절하는 바람에 이씨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뭘 해도 그분이 제 눈과 마음에서 어른거렸어요. 참을 수 없을 정도였죠. 직접 전화를 걸어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한 뒤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럴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 데다 그분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제가 마음을 꾹꾹 가라앉혔죠.”
이씨의 정신적인 ‘외도’는 두 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씨는 “P씨를 다시 또 만나게 된다면 애써 숨겨놓았던 사랑의 감정이 다시 불타오를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외도 남편에 배신감 느끼고 ‘맞바람’ 피우기도
“이 세상 남편들의 99%가 바람을 피워도 내 남편은 그럴 위인이 아니라고 믿었어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김경자(가명·29) 씨의 말이다. 직장과 가정밖에 모르는 데다 매일 ‘칼퇴근’을 하던 남편이 “골프를 배운다”면서 귀가가 늦어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결혼 3년차에 접어든 김씨는 남편이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자주 들여다보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다가 자신이 다가가면 ‘종료’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몇 번 목격했다. ‘혹시나 내 남편이?’ 하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알고 보니 여자가 생겼더라고요. 남편에게 느낀 배신감 때문에 치를 떨었어요. 내 집 마련하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지 말자며 열심히 살면서 남편을 믿고 또 믿었는데…. 저도 모르게 ‘꼭지’가 돌더군요.”
공기업에 근무하는 김씨는 남편에게 복수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대학교 때 자신을 짝사랑했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미혼인 선배를 만난 김씨는 남편이 바람 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씨는 “이후 선배의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갔다”면서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속담이 나한테 적용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의 ‘항로 이탈’은 5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