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적함대’ 스페인 월드 스타 즐비
‘무적함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스페인 이야기부터 해보자. 스페인은 우리와 인연이 남다르다. 우리나라는 스페인을 1994년 미국월드컵 첫 상대로 만나 우리나라는 홍명보, 서정원의 후반 막판 릴레이 골로 2대 2 극적인 무승부를 일궈냈다. 스페인과의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은 드라마였다.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4강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성취를 거두었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 대(對)스페인전에서 이렇듯 기분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에 이번 독일 땅에서의 재회도 껄끄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스페인은 분명 만만한 팀이 아니다. 우승후보로 꼽아도 손색없는 강호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로 유명한 프리메라리가를 누비는 선수들을 인재풀로 삼고 있는 스페인엔 월드 스타들이 즐비하다. 스페인대표팀 역대 최다득점자 라울 곤살레스를 비롯해 신성 페르난도 토레스, 이베리아반도의 ‘새로운 발견’ 다비드 비야 등 재능 넘치는 골잡이들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아스널의 호세 레예스와 파브레가스, 리버풀의 루이스 가르시아와 샤비 알론소 등 위협적인 공격수들이 무적함대의 포문을 달구고 있다.
이 중 가장 생경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킬러’로 꼽히는 선수가 파브레가스다. 만 19세인 그는 나이와 실력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수다. 파브레가스는 최강 클럽인 아스널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클럽 최연소 데뷔(16세 177일), 클럽 최연소 골(16세 212일)과 더불어 스페인 출신으로는 아스널 소속으로 사상 최초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누비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 모든 발자취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일군 것들이다.
그는 2003년 U-17(17세 이하) 세계선수권 득점왕에 올랐을 만큼 골 감각이 탁월하다. 또한 영리하고 빠르며 유연하고 날카롭다. 파브레가스의 가치는 공격적 재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비력을 겸비하고 있기에 무서운 신예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다. 때에 따라서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기용되는데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로 이적한 세계 최고의 앵커맨 파트리크 비에이라의 공백을 흔들림 없이 메우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독일월드컵부터 만 21세 이하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상이 신설됐는데(이번 대회에선 85년 1월 이후 출생자), 파브레가스는 신인왕 1순위 후보로 꼽힌다. 한국에선 박주영·백지훈·김진규 등이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16강 토너먼트에서 이들과 파브레가스의 맞대결이 이뤄진다면 팬들은 영파워들의 불꽃 튀는 승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과 관련해 비운의 스타 리스트가 ‘있었다’. 원조격인 라이베리아의 조지 웨아를 비롯해 웨일스의 라이언 긱스, 캐나다의 토머스 라진스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드와이트 요크, 호주의 해리 키웰, 우크라이나의 세브첸코….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 기량을 갖고 있음에도 대표팀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져 월드컵 본선을 경험해보지 못한 영웅들이라는 점이다. 시점이 과거형인 이유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눈물을 닦은 주인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중 한 명이 우크라이나의 득점기계 세브첸코다.
득점왕 영광은 누가 차지할까
이런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을까. 월드컵 첫 경험인 데다 대표팀이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세브첸코를 득점왕 후보로 호명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비범하기에 그럴까? 세브첸코가 공을 몰고 골문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한 수비수의 고백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가 달려올 때면 멈추게 하기 위해 파울을 하거나 골을 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세브첸코는 스피드, 돌파, 키핑, 슈팅, 감각, 시야 등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가진 골잡이로 평가된다. 사실 세브첸코는 클럽 소속으로는 숱한 영광을 경험했다. 98~99시즌 우크라이나의 작은 클럽 디나모 키예프를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었고, 이듬해 이탈리아의 명문 AC 밀란으로 이적해 데뷔 시즌 득점왕을 차지하는 놀라운 행보를 보여왔다. 2003년 여름에는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견인하는 등 클럽 선수로의 성취는 부족함 없이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각오처럼 남은 것은 조국을 대표하는 유니폼을 입고 우크라이나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월드컵 예선 때마다 플레이오프에서 안타깝게 밀려 눈물을 곱씹었던 우크라이나. 이번엔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사상 처음으로 본선무대를 밟는 우크라이나의 비장함 한가운데에 세브첸코, 그가 서 있다.
2004아프리카네이션스컵 우승국 튀니지의 키플레이어는 공격수 산토스와 오른쪽 수비수 트라벨시다. 산토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폴란드의 올리사데베와 유사하다. 국적을 바꿨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올리사데베의 원국적은 나이지리아였다. 지역예선을 치르며 팀 내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다는 점이 또 그렇다. 그렇다면 산토스의 운명은 분루를 삼켜야 했던 올리사데베와 비슷할까. 지켜볼 일이다.
우리가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난다면 월드컵 본선 도전사에서 최초로 아시아 국가와의 격돌이 된다. 만약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우리로선 경계대상 1호가 단연 알 카타니다. 한국은 2006년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을 치르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특히 본프레레 감독 시절 치러진 원정경기가 무기력했는데, 당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며 한국에 완패를 안긴 주인공이 알 카타니다. 득점력과 어시스트 능력을 겸비한 공격수로 평가받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박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난다면 알 카타니를 봉쇄하는 게 희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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