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서쪽에 자리잡고 있어 북쪽으로는 지중해를, 서쪽으로는 대서양의 푸른빛을 품에 안고 있다. 일찍이 모로코를 정복하려던 아랍 정복자들에게 ‘미지의 서쪽’이라 불릴 만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던 나라다. 그 유명한 영화 ‘카사블랑카’가 아니었다면 모로코는 우리에게 아직도 미지의 나라일지 모른다. 설사 영화 ‘카사블랑카’를 잘 알고 있더라도 그 도시가 모로코의 최대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파리공항에서 비행기가 모로코를 향해 이륙하자, 나는 이 영화 주인공인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먼을 떠나 보낸 후 카사블랑카 비행장에서 안개 속으로 사라지던 모습을 떠올렸고, 영화 속에서 흘러 나오던 ‘As Time goes by’를 흥얼거렸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잔잔한 감동을 잠시 후면 실제로 느끼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말이다.
비행기는 파리를 떠나 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 지방의 푸른 구릉지대를 거쳐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 아프리카”라고 했다는 나폴레옹의 말대로 아프리카와 유럽의 완충지대인 이곳을 지나자 대지의 색깔이 변하고 곧바로 지브롤터 해협이 나타났다. 그것도 잠시. 바로 모로코 땅이 내려다보였다. 그 옛날 ‘미지의 서쪽’이라 불렸다는 모로코가 이처럼 유럽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수도 라바트에서 남쪽으로 90km 떨어진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항구도시 카사블랑카는 평균 기온이 겨울에는 섭씨 15도, 여름에는 섭씨 24도로 1년 내내 쾌적한 기후를 자랑한다. 때문에 여름이면 이곳의 해안은 북아프리카의 밝은 햇빛과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푸른빛으로 물든 바다와 하늘, 따사로운 햇살을 벗삼아 한가로이 낚시질하는 사람들, 뛰어내릴 장소만 있다면 주저 없이 다이빙을 하는 구릿빛 피부의 아이들, 푸른 야자수가 어우러진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휴양객들…. 카사블랑카는 영화에서 본 것보다 훨씬 현대화된 휴양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20세기 들어와 서구 풍으로 크게 개조되어 고층 건물이 늘고 차와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탓이다.
이슬람교 국가인 이들의 종교적 발자취를 따라 항구에서 서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하산 모스크(하산 2세 사원)로 향했다. 하산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에 있는 모스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슬람교 사원으로, 지난 1994년 약 7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되었다. 약 6000평의 대지 위에 세워진 이 모스크는 2만5000명이 동시에 예배 볼 수 있는 규모이며, 높이가 200m로 세계 모스크 중 가장 높다.
건물 전체가 흰색으로 칠해진 사원 외벽에는 단조로움을 피하려는 듯 유약 바른 푸른색 채색타일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아라비아 무늬로 모자이크되어 있다. 웅장한 외관뿐 아니라 모로코식으로 장식된 사원 내부 장식도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내부 장식을 위해 전국의 공예가 3300명이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정성과 노력이 이렇게 웅장하면서도 정교하고 화려한 아라베스크 예술의 극치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슬람교 사원의 웅장함을 뒤로하고 카사블랑카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모하메드 5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 부근 하얏트호텔에 있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추억이 담긴 ‘카사블랑카 바’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사실 영화 속의 ‘카사블랑카 바’는 실제 카사블랑카에는 없다. 영화 속의 바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마련된 것이었는데, 이곳 하얏트호텔에서 이 영화의 소품들을 옮겨오고 당시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영화 주연 배우들의 대형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전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내부 곳곳에는 영화 속 명장면들이 마치 영화를 상영하듯 장식되어 있다.
이 도시의 기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카사블랑카라는 도시 이름은 15세기에 이 도시를 건설한 포르투갈인이 붙인 것으로 ‘하얀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카사블랑카에는 하얀 집이 많다. 시가지 구석구석에 줄지어 들어선 하얀 집들과 그 사이로 미로처럼 난 좁은 골목길은 퍽 인상적이다.
시 중심지를 벗어나 마아리프 지구로 들어서면 채소와 과일, 특히 민트 잎 등 갖가지 향신료를 파는 가게들이 많다. 모로코에서 보통 티라고 하면 민트 잎을 듬뿍 넣은 민트 티를 뜻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디서나 민트를 쌓아놓고 팔고 있다. 잘 익은 누런 호박을 반으로 잘라 반갑게 손님을 맞는 노점 상인의 모습은 우리네 재래시장의 인심 좋은 아저씨의 모습을 닮았다.
카사블랑카 거리에서 또 하나 눈길 끄는 것은 지나는 이의 갈증을 달래주는 물장수의 독특한 모습이다. 어깨 한쪽에 염소 가죽으로 만든 물자루를 메고 원색의 화려한 모자를 쓴 이들은 눈에 잘 띄도록 강렬한 빨간색 짧은 원피스를 입었는데, 물장수라기에는 너무도 멋져 보인다. 그들은 몸에 금속으로 된 컵을 여러 개 달고 있는데, 컵을 종처럼 두드려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고 한다.
시 중심지의 고층 건물과 번잡함, 외곽의 하얀 집들, 그리고 재래시장의 모습….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에서 역사가 오랜, 그러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도시’ 카사블랑카를 볼 수 있다. 카사블랑카의 신비로움은 아마도 이러한 옛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파리공항에서 비행기가 모로코를 향해 이륙하자, 나는 이 영화 주인공인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먼을 떠나 보낸 후 카사블랑카 비행장에서 안개 속으로 사라지던 모습을 떠올렸고, 영화 속에서 흘러 나오던 ‘As Time goes by’를 흥얼거렸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잔잔한 감동을 잠시 후면 실제로 느끼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말이다.
비행기는 파리를 떠나 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 지방의 푸른 구릉지대를 거쳐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 아프리카”라고 했다는 나폴레옹의 말대로 아프리카와 유럽의 완충지대인 이곳을 지나자 대지의 색깔이 변하고 곧바로 지브롤터 해협이 나타났다. 그것도 잠시. 바로 모로코 땅이 내려다보였다. 그 옛날 ‘미지의 서쪽’이라 불렸다는 모로코가 이처럼 유럽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수도 라바트에서 남쪽으로 90km 떨어진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항구도시 카사블랑카는 평균 기온이 겨울에는 섭씨 15도, 여름에는 섭씨 24도로 1년 내내 쾌적한 기후를 자랑한다. 때문에 여름이면 이곳의 해안은 북아프리카의 밝은 햇빛과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푸른빛으로 물든 바다와 하늘, 따사로운 햇살을 벗삼아 한가로이 낚시질하는 사람들, 뛰어내릴 장소만 있다면 주저 없이 다이빙을 하는 구릿빛 피부의 아이들, 푸른 야자수가 어우러진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휴양객들…. 카사블랑카는 영화에서 본 것보다 훨씬 현대화된 휴양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20세기 들어와 서구 풍으로 크게 개조되어 고층 건물이 늘고 차와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탓이다.
이슬람교 국가인 이들의 종교적 발자취를 따라 항구에서 서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하산 모스크(하산 2세 사원)로 향했다. 하산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에 있는 모스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슬람교 사원으로, 지난 1994년 약 7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되었다. 약 6000평의 대지 위에 세워진 이 모스크는 2만5000명이 동시에 예배 볼 수 있는 규모이며, 높이가 200m로 세계 모스크 중 가장 높다.
건물 전체가 흰색으로 칠해진 사원 외벽에는 단조로움을 피하려는 듯 유약 바른 푸른색 채색타일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아라비아 무늬로 모자이크되어 있다. 웅장한 외관뿐 아니라 모로코식으로 장식된 사원 내부 장식도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내부 장식을 위해 전국의 공예가 3300명이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정성과 노력이 이렇게 웅장하면서도 정교하고 화려한 아라베스크 예술의 극치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슬람교 사원의 웅장함을 뒤로하고 카사블랑카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모하메드 5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 부근 하얏트호텔에 있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추억이 담긴 ‘카사블랑카 바’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사실 영화 속의 ‘카사블랑카 바’는 실제 카사블랑카에는 없다. 영화 속의 바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마련된 것이었는데, 이곳 하얏트호텔에서 이 영화의 소품들을 옮겨오고 당시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영화 주연 배우들의 대형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전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내부 곳곳에는 영화 속 명장면들이 마치 영화를 상영하듯 장식되어 있다.
이 도시의 기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카사블랑카라는 도시 이름은 15세기에 이 도시를 건설한 포르투갈인이 붙인 것으로 ‘하얀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카사블랑카에는 하얀 집이 많다. 시가지 구석구석에 줄지어 들어선 하얀 집들과 그 사이로 미로처럼 난 좁은 골목길은 퍽 인상적이다.
시 중심지를 벗어나 마아리프 지구로 들어서면 채소와 과일, 특히 민트 잎 등 갖가지 향신료를 파는 가게들이 많다. 모로코에서 보통 티라고 하면 민트 잎을 듬뿍 넣은 민트 티를 뜻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디서나 민트를 쌓아놓고 팔고 있다. 잘 익은 누런 호박을 반으로 잘라 반갑게 손님을 맞는 노점 상인의 모습은 우리네 재래시장의 인심 좋은 아저씨의 모습을 닮았다.
카사블랑카 거리에서 또 하나 눈길 끄는 것은 지나는 이의 갈증을 달래주는 물장수의 독특한 모습이다. 어깨 한쪽에 염소 가죽으로 만든 물자루를 메고 원색의 화려한 모자를 쓴 이들은 눈에 잘 띄도록 강렬한 빨간색 짧은 원피스를 입었는데, 물장수라기에는 너무도 멋져 보인다. 그들은 몸에 금속으로 된 컵을 여러 개 달고 있는데, 컵을 종처럼 두드려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고 한다.
시 중심지의 고층 건물과 번잡함, 외곽의 하얀 집들, 그리고 재래시장의 모습….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에서 역사가 오랜, 그러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도시’ 카사블랑카를 볼 수 있다. 카사블랑카의 신비로움은 아마도 이러한 옛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