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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미뤘던 예비부부들 “또 거리두기, 올해 넘기면 어쩌나”

가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땐 결혼식도, 예약금도 날릴 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게티이미지

결혼식 미뤘던 예비부부들 “또 거리두기, 올해 넘기면 어쩌나”

팬데믹으로 결혼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결혼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예식장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한참 전에 잡았는데 이런 상황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발표 때문이다. 6월 28일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제부터 모든 거리두기 단계의 기본 명칭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통일할 것”이라며 “감염 유행의 심각성과 방역 조처의 강도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일상적인 사회·경제활동이 가능한 1단계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계속 이어지면 2단계가 되는데, 이때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모든 사적·공적 목적의 집합, 모임, 행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진다. 이는 결혼식, 장례식, 동창회 등 사적 모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최악의 경우 결혼식 ‘취소’

지역사회에서 다수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 대규모 유행으로 번지면 3단계가 된다. 이때는 1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진다. 공공시설은 물론, 민간시설도 예식장과 종교시설 같은 고·중위험시설은 운영을 중단한다. 단, 장례식은 가족 참석에 한해 허용된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던 올봄 결혼식을 미룬 예비 신랑․신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가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20대 여성 김모 씨는 “식을 연기하는 데 드는 비용만 지원해준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로 연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가을에 결혼하는 30대 예비신부 박모 씨도 “주변에서는 이참에 스몰웨딩을 하라고 하는데, 다 잡아놓은 예약을 바꾸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데다, 아무리 작은 장소라도 예식장 보증인원이 최소 150명씩 되다 보니 마음대로 축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등장

정부 발표 이후 결혼 관련 커뮤니티에는 올해 예정된 결혼식에 대한 고민 글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카페 캡처]

정부 발표 이후 결혼 관련 커뮤니티에는 올해 예정된 결혼식에 대한 고민 글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카페 캡처]

40만 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다이렉트 결혼준비’에는 정부 발표 이후 매일 관련 내용에 대한 고민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은 예고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는 경우다. 서울의 한 예식장 체인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한 예비부부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고민을 나누고 있다. 대부분 3월 무렵 같은 예식장에서 결혼하려다 7~10월로 미룬 커플들이다. 

지난봄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기 전 결혼식을 빨리 올리려는 커플들도 있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원래 한여름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인데 식을 앞당겨 올가을 전에 하려는 고객의 문의가 많다”고 했다. 예식장이나 호텔을 예약한 사람들이 하객 수와 결혼식 연기 또는 취소 시 위약금 때문에 고민이라면, 공공기관 예식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꼼짝없이 식을 취소해야 할 판이다. 

최근에는 관련 내용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이와 같은 청원은 3월에도 몇 차례 올라왔다. 3월 결혼 예정이던 예비신부라는 청원자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유행해 결혼식을 9월로 미뤘다. 결혼식 날 하루 전 식을 취소하면 총금액의 10%밖에 돌려받을 수 없고 당일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갑자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최소 800만 원에서 1500만 원을 떠안아야 한다”며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예상할 수 없어 결혼식을 더는 미룰 수도 없다. 이 시국에 청첩장을 돌리기도 너무 죄송하고 죄인이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홈페이지 캡처]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홈페이지 캡처]

이어 “하객을 초대하지 않는다 해도 양가 가족과 친척만 합쳐도 50명은 넘는 게 다반사다. 하객을 줄여도 최소 보증 인원 때문에 150명분의 식대를 내야 한다. 차라리 예식장 뷔페만 금지하고 예식장 전체를 대상으로 뷔페 대신 100% 답례품으로 제공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려달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하는 예비 신랑·신부의 입장을 배려해주고 헤아려주기 바란다”며 규제에 따른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뾰족한 대책 없이 규제만

코로나19로 입은 손실을 보상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병원과 정부의 방역조치로 폐쇄, 업무 정지, 소독 조치된 기관(의료기관, 약국, 일반영업장)에 국한된다. 정부는 7월부터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보상 기준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 확진자 발생 등으로 폐쇄 또는 업무 정지 조치된 업소들의 손실보상청구를 접수하고 이른 시일 내 심사·결정해 손실보상액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결혼식을 연기, 취소했을 때 피해는 온전히 신랑과 신부의 몫이다.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우리도 워낙 초유의 사태라 지금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그는 “아직은 정부에서 별다른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 오늘(7월 2일) 광주에 결혼식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련된 공문이 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까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면 예식업장과 소비자가 협의해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초 감염병 확산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와 분쟁 해결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예식업중앙회 측에서 코로나19로 결혼식 연기 시 위약금이 감면될 수 있도록 권고한 상태”라며 “당정협의회를 꾸려 연내에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위약금은 어떻게 면책하고 감경할지 사유 확정 등을 위해 사업자 단체들과 협의하고 있다. 연내에 관련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괜히 미뤘나…결혼도 운?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결혼식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예비부부는 업체와 타협하거나 결혼식날 코로나19가 대유행하지 않길 바라며 운에 맡기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월 20일부터 6월 29일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계약 해지 및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 중 예식서비스에 대한 것이 3179건에 달한다. 헬스장과 해외여행, 항공여객운송서비스, 외식업계에 이어 5위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는 사업자 또는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제 시에 대한 내용만 있고 감염병 유행같이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 상담 후 피해 구제, 분쟁 조정 등 3단계로 나뉜다. 우선 업체와 원만히 해결될 수 있으면 가장 좋고, 그게 어렵다면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으로 해결이 어려우면 피해 구제를 위해 사실 조사를 진행하고, 합의안을 제안한다. 양 당사자가 수용하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하면 분쟁 조정이나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된다”고 답했다. 

요즘 예식장에 가보면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사진 찍을 때를 제외하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며, 서로 거리를 두고 테이블에 앉는 하객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5월 결혼식을 올린 30대 여성 이모 씨는 원래 뷔페식으로 예약한 식사를 고급 도시락으로 변경했다. 그는 “당시에도 감염병 유행 때문에 급하게 바꿨는데, 호텔까지 와서 도시락을 먹는 것에 언짢아하는 하객도 있었다. 준비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라도 결혼식을 마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되면

결혼식에서 식사를 답례품으로 대신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결혼식에서 식사를 답례품으로 대신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결혼식에서 식사를 생략하는 움직임도 있다. 광주는 6월 23일부터 광주시와 5개 자치구, 산하 공공기관 직원, 광주지역 예식장 관계자 등이 힘을 합쳐 결혼식에 참석해도 식사는 하지 않는 ‘식사하지 않고 결혼 축하’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광주에서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일부가 예식장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혼식을 예정대로 진행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예비부부가 많아졌다. 광주시는 7월 2일 1단계로 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2단계로 격상했다. 

그렇다면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는 7월 중순 광주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커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광주시 관계자는 “7월 1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상태라 실내에서 50인 이상이 모이는 것은 금지된다. 일부 예식장은 확진자가 다녀가 폐쇄 조치가 내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식장은 중위험시설로 분류돼 집합 제한 조치 대상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운영하려면 업장이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출입자 명부 애플리케이션 설치, 출입자 증상 점검, 사업주와 종사자의 마스크 의무 착용, 영업 전후 업장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제한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1247호 (p32~35)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게티이미지